윤석열 정부가 형사처벌 위주인 현행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재 방식을 과징금 등 경제 제재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중대재해 전문가 10명 가운데 9명은 현재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과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인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지난달 30일부터 2월11일까지 전문가 612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1년 관련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38.6%가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가 안전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때의 형사 책임 정도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49.3%는 현행 형사 책임 정도가 부족해 ‘하한형 도입’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과도하다는 응답은 12.1%에 그쳤다. 이는 경영 책임자에 대한 현행 처벌 조항이 과도하다는 경영계의 주장과 배치된다.
현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6.6%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이 일터에 가져올 변화로는 응답자의 80% 이상이 단기과로와 만성과로, 장시간 노동이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산업재해와 관련해서는 사고성 사망재해와 과로사를 증가시킬 것이란 응답도 80%를 넘었다.
이날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1년의 평가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과제’ 심포지엄 토론자로 나선 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법 시행 1년 만에 아직 단 한 건의 재판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어나며 처벌 완화와 심지어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며 “기업은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지 않을 방도나 규제 완화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산업계의 산재 예방 활동의 구체적 방향과 사례를 제시하고 합리적인 제도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제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