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활성화와 노조. 김재욱 화백
사회적 대화 활성화와 노조. 김재욱 화백

지난달 발표된 2021년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4.2%로 2020년과 같았다. 노조 조직률이 91.4%에 이르는 아이슬란드나 81.4%인 쿠바 등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전통적으로 노조 조직률은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데, 덴마크(67.0%), 스웨덴(65.2%), 핀란드(58.8%)에선 노동자 절반 이상이 노동조합원이다.(국제노동기구 누리집) 이들 나라는 산업과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노동조건을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가 한국보다 활발하다.

높은 노조 조직률은 원활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조건 가운데 하나다. 국내 임금노동자 2100만여명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대화를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단결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단결권은 사용자한테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지난해 4월 국내에도 발효된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엔 노동자와 사용자란 표현이 꼭 11번씩 등장한다. 단결권은 노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제노동기구는 노동자단체가 아니라 노동자·사용자·정부가 모인 3자 협의체다.

노조 조직률이 낮다고 사회적 대화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선진국에선 노조와 사용자(단체)가 맺는 단체협약을 노조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다수 노동자한테 적용함으로써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이는 방법도 보편화했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프랑스다. 프랑스는 노조 조직률이 8.9%에 불과하지만 단협 적용률은 98%에 이른다. 조직률 14.2%인 한국의 단협 적용률은 15.6%에 그친다. 프랑스에선 초기업 단위 노조가 맺은 단협에 다른 노조나 사용자가 가입하고, 정부가 나서 해당 단협을 산업이나 직종에 강제로 적용한다. 이런 상황에선 당연히 노동시장 이중구조 같은 문제가 불거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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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노동조합법에 사업장 노동자 과반이 적용받는 단협은 나머지 노동자한테도 적용하는 일반적 구속력(35조) 조항과 한 지역의 동종 노동자 3분의 2 이상이 적용받는 단협을 노동위원회 의결로 나머지 동종 노동자와 사용자한테 적용할 수 있는 지역적 구속력(36조) 조항이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했다.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려면 각 부문을 대표하는 결사체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방향을 거꾸로 잡았다. 근거 없이 노조를 부패 세력으로 몰고 각종 위원회에서 민주노총을 몰아내야 한단다. 대화가 사라진 자리에는 투쟁만 남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