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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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2016년 3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포털게시판 ‘네이트판’의 모니터링을 위탁받아 ㄱ씨 등 모니터링요원과 프리랜서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이전 위탁업체에서 일해온 ㄱ씨는 그때부터 소속이 바뀐 채로 게시글과 댓글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판 모니터링 가이드’ 기준에 맞지 않는 게시물을 제재하는 업무를 이어왔다. 재택근무였지만 주6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 보고를 하고, 회사가 나눈 근무 구역(카테고리)에 맞춰 업무를 했다. 그러면서도 명목상 프리랜서 도급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했고, 4대 보험도 가입되지 않았다. ㄱ씨는 6∼7개월 단위로 총 8회에 걸쳐 계약 연장을 해왔는데, 회사는 2020년 8월 돌연 구두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ㄱ씨는 22일 <한겨레>에 “업무 중 수시로 지시와 감시를 받으며 일했고, 업무중 실수가 있으면 공개게시판에 고지되고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 적도 있다. 그렇게 회사를 위해 5년여간 열심히 일했는데 이유도 없는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법원이 ㄱ씨 같은 재택 프리랜서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첫 판단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지난 17일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2021년 6월 △ㄱ씨 등이 근로자에 해당하고 △이들에 대한 계약종료 통보가 해고에 해당하며 △서면통지를 이행하지 않은 등 적법한 해고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기에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2021년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 각하 판정을 취소하고 구제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법원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모니터링요원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뒀고, 요원들의 근무구역을 나누고 근무표를 작성해 공지했으며, 자택 등 한정된 장소에서의 업무수행을 요구했다는 점 등을 들어 ㄱ씨를 근로자로 판단했다. 사쪽이 기준을 정해 근무 태도를 지적하고 재계약 여부를 결정했다는 점도 ㄱ씨가 상시적인 지휘·감독하에 있었다고 판단할 근거가 됐다. 사쪽은 △메신저에 10분 이상 응답이 없을 경우 △메신저 상태가 자리 비움 등으로 전환되었을 경우 △업무보고서가 근무 종료 후 1시간 이내로 등록되지 않을 경우 등 구체적인 근태 기준으로 재계약 여부를 결정했다. 겸업 가능 여부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모니터링 업무의 특성, 업무시간 중 원고의 모니터링요원들에 대한 근태 확인 등으로 인하여 모니터링요원들이 업무시간 중 모니터링 업무 외 다른 직업이나 사업에 종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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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이번 판단에는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재택근무에 대한 법원의 인식 변화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에도 SK커뮤니케이션즈 위탁 기업의 모니터링요원 임금 지급 소송이 있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법원은 2014년 사건과 달리 이번엔 근로자에 대한 회사의 개입 정도가 다르고, 회사의 지휘·감독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다수 있었다고 봤다.

2014년 판결과 이번 판결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윤지영 변호사는 22일 <한겨레>에 “과거 판결에서는 재택근무를 자유로운 것으로 인식하고, 근로자 지위에 대해 소극적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며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다 보니, 재택근무에 대한 법원의 새로운 이해가 반영된 판결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ㄱ씨는 “회사는 일반 직원보다 모니터링요원을 더 감시·관리 하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편법적인 도급계약서를 일방적으로 작성하게 했다”며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게 하는 편법적인 계약 형태가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