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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영세업체 60% “휴게실 없다”는데…20인 이상 사업장만 의무화

등록 :2022-06-20 17:30수정 :2022-06-20 17:48

민주노총, 산업단지 노동자 4021명 조사
산업단지 업체별 평균 고용 인원 17.4명
8월부터 ‘휴게시설 의무화’ 법 시행하지만
20인 이상·일부 10인 이상 사업장만 적용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전국 산업단지 노동자 휴게권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참석자 오른쪽으로 열악한 휴게시설 현장 사진들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전국 산업단지 노동자 휴게권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참석자 오른쪽으로 열악한 휴게시설 현장 사진들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장에게) 휴게실이 필요하다고 했는데도 (휴게시설을) 안 넣어주더라고요.”

국가산업단지 안 직원 수 20명 미만 영세업체에서 시설관리직으로 일하는 20대 ㄱ씨는 근무시간 내내 고객 응대를 해야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이러한 근무 환경 탓에 업무 공간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지만, 잠시 앉아 마음 편히 식사를 할 휴게시설이 아예 없다. “도시락 먹을 공간도 없고, (그래서 사업장을) 나가서 먹고, 차에서 먹곤 해요.” (민주노총 ‘2022 산업단지 휴게실·복지 실태조사 분석결과’)

오는 8월18일부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정부가 정하는 기준을 준수해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1500만원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법 적용 대상을 △상시근로자 20인 이상 사업장 △상시근로자 10인 이상이고 환경미화원 및 청소원·경비원 등 6개 직종 근로자가 2명 이상인 사업장으로 한정하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영세업체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배제한다’는 비판이 거듭 나오고 있다. 법 개정 이전까지 산업안전보건법에선 쾌적한 작업 환경 조성 및 근로조건 개선을 통해 근로자 안전 및 건강을 유지·증진시킬 것을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해왔지만 적정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강제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북의 한 제조업체 휴게실 내부 공간 모습. 민주노총 제공
전북의 한 제조업체 휴게실 내부 공간 모습. 민주노총 제공

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4월 전국 13개 지역 국가산업단지 안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4021명을 대상으로 휴게시설 현황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1760명(43.8%)은 “휴게실이 없다”고 했다. 국가산업단지는 중앙·지방정부가 관리하지만 그 안에 입주한 업체별 평균 고용 인원은 17.4명(2021년 11월 기준)에 그치는, 이른바 ‘아파트형 공장’이다.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법이 시행되도, 이러한 영세업체 직원들에겐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휴게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2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가운데 ‘휴게실이 없다’고 응답한 비중은 58.2%이었으나,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가운데 같은 대답을 한 비율은 23.6%에 그친다. 휴게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는 이유(1750명 응답)를 살펴보면 ‘좁은 공간’(577명·33.0%) 탓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사업주의 무관심’(504명·28.8%) 때문이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비용 때문’일 거라는 응답은 239건으로 전체의 13.6% 수준이다. 비용 부담보다는 사업주가 그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해 휴게시설이 없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이 더 많았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최정우 민주노총 전략조직국장은 “국가산업단지는 영세 사업체가 대거 밀집돼 있어 휴게실 설치가 미흡하다”며 “정부가 20인 미만 사업장도 휴게시설 의무 설치 대상에 포함시키고 적극적으로 법 이행을 감독·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25일부터 이달 7일까지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제재 대상이 되는 사업주 범위 등이 담긴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며, 개정에 앞서 취합 의견을 검토하는 중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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