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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빵 만드는 사람은 굶기는 SPC, 있는 법 지키라고 싸웁니다

등록 :2022-05-22 09:13수정 :2022-05-22 11:43

[한겨레S] 박수정의 오늘, 여성노동자
제빵기사·파리바게뜨 노조지회장 종린씨

임금 차별 시정 사회적 합의에도
회사 “노조 탈퇴하라” 괴롭히고
휴무 제대로 못 쓰게 단협 후퇴
단식은 멈췄지만 시민 응원 계속
부당노동행위 사과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월28일부터 53일째 서울 양재동 에스피씨(SPC) 본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한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가운데)이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부당노동행위 사과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월28일부터 53일째 서울 양재동 에스피씨(SPC) 본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한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가운데)이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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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린씨는 에스피씨(SPC)그룹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다. 2007년 매장 메인기사에서 시작해 지원기사(메인기사 휴무 대체), 교육지원기사(메인기사 현장적응 교육 담당)로 진급하며 현장에서만 10년 일했다. 기사들은 아침 6~7시거나 더 일찍, 매장에 가장 먼저 출근한다.

“오전에 혼자 만드는 빵이 적게는 60가지에서 많으면 100가지가 넘어요. 개수로는 500개에서 1000개 사이? 정신없어요. 빵 만들면서 동시에 도넛도 튀기죠. 매대에 깔 빵을 싹 만들어 내주고, 철판도 닦고 다음날 쓸 재료도 미리 챙겨놓고 오전 일을 마쳐요. 오후에는 케이크 생산하고 정리·정돈하고 청소하는데, 에어컨·쇼케이스 청소까지 기사 업무 아닌 걸 시키기도 했죠. 일하면서는 베임·화상 사고도 무척 흔하고 손·팔목·어깨를 계속 써서 근골격계 질환도 많은데, 노조 설립 전에는 산재라는 개념을 몰랐어요. 베이고 데어도 그냥 일하고, 근골격계 질환도 자기 연차휴가 써서 사비로 수술하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관리자가 빨리 복귀하라면 다 낫지 않은 상태로 복귀했어요. 본사 기사가 월 7회 쉴 때 협력사 기사는 월 4~5회 쉬었는데, 열흘 이상 일하고서야 휴무를 받아도 주휴 개념을 몰라 뭐라 말을 못 했죠. 일주일에 한번은 쉬어야 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어요.”

빵 만드는 기계가 아닌데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당연한 근로조건을 보장받지 못했다. 빵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건만, 기사들은 종종 생리대를 갈지 못한 채 오븐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했고, 당장 하혈하는데 대체 인력이 갈 때까지 기다리라는 관리자 지시에 유산한 이도 있었다. 출근길, 종린씨는 무얼 생각했을까. 

“기사들이 가끔 농담처럼 하는 얘긴데 ‘내가 저기, 저 차에 치이면 출근을 안 해도 될까?’ 이런 생각요, 하하. 너무 휴무가 없고 힘드니까. 기사를 괴롭히는 악성 매장이면 더하죠. 기사에게 고함지르고,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고, 성희롱하는 점주가 있는 매장요. 회사가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기사 탓만 하면서 계속 매장에 밀어 넣으니까요. 새벽부터 나와서 강도 높게 일해 기사들이 집에 가면 피곤해서 잠부터 자요. 보통 아침 안 먹고 출근하고, 바빠서 점심도 못 먹거나 급하게 쫓기듯 먹으니까 밤에 일어나서 폭식하죠.”

종린씨는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이다. 근속 10년 차던 2017년도에 제빵기사, 카페기사(샌드위치와 커피 제조)와 노조를 만들었는데, 까닭은 이렇다. 그해 교육지원기사 수당이 부당하게 깎여 종린씨는 억울했다. 협력사 직원이라서, 여성이라서 그간도 차별받았는데 이때가 임계였을까. 노무 상담 받으러 나섰다가 대기업의 노동자 불법파견 문제를 끄집어냈고, 이에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가 ‘제빵·카페기사 5300여명을 불법파견하고 전산을 조작해, 기사들의 연장근로수당 등 110억원을 임금 체불했다’며 시정 조치를 내렸다. 2018년 사회적 합의를 거쳐 기사들은 자회사 직원이 됐다.

“합의 내용 중 하나가 ‘3년 안에 본사직과 임금을 동일하게 맞춘다’였는데, 그 기한이 2021년 1월이었어요. 회사는 우리가 소수 노조라 교섭 상대가 아니라며 전혀 대화하지 않고 어떤 자료도 공개하지 않은 채, 사회적 합의를 다 이행했다고 선언했어요. 우리는 기자회견 하고 회장 집 앞에서 피케팅하며 문제 제기를 했는데, 그즈음부터 한달에 100여장씩 4~5개월 동안 조합 탈퇴서가 들어왔어요. 알아보니 관리자와 한국노총 간부가 매장에 찾아가 진급을 빌미로 탈퇴서를 쓸 때까지 조합원을 괴롭혔어요. 퇴사자에게도 그랬고, 출산·육아·산재로 쉬는 분들에게도 그랬어요. 민주노총 조합원이면 복직이 어려울 거라고요. 협박이죠.”

‘개념’ 없던 어제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종린씨는 지난 3월28일, 단식투쟁에 나섰다. 노숙농성은 이미 11개월째다. 서울 양재역 근방 에스피씨그룹 본사 앞길, 농성 천막 안으로 왕복 8차선 도로의 소음이 증폭해 밀려오는데, 어마어마했다. 760여 조합원이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로 200여명이 되었다. 종린씨가 만난바, 올해 1월 경력 10년 차 기사 월급이 270만원이었다. 그달 일반 직장인들의 휴무는 최소 11번이었는데, 이 기사는 딱 4번 쉬었다. 회사는 사회적 합의를 정말 이행했는가? 다수 노조가 회사와 맺은 단체협약은 연차나 보건휴가를 쓰기 어렵게 만들었다. 인력이 부족하다며 관리자가 기사에게 휴무를 월 4회만 주고는, 보건휴가나 연차를 요청하면 7회 휴무를 다 쓰지 않아서 안 된다는 식이다. 더 얻은 게 아니라 단지 되찾은 노동조건이 하나씩 사라진다. 종린씨는 ‘개념’ 없던 어제로 돌아갈 순 없어서 회사가 회피하는 오늘을 굶었다.

임종린 지회장의 친구 이정연씨가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친구들’ 누리집에 올리고 있는 임 지회장의 단식투쟁 일기. 누리집 갈무리
임종린 지회장의 친구 이정연씨가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친구들’ 누리집에 올리고 있는 임 지회장의 단식투쟁 일기. 누리집 갈무리

“우리가 회사에 요구하는 건 뭘 더 하라는 게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있는 걸 지키라는 거예요. 보건휴가 주고, 연차 쓰고 싶을 때 쓰고, 약속한 걸 지키고, 노동조합 방해하지 말고, 그냥 법 지키라고 지금 싸우는 거예요. 우리가 노조 활동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모성보호예요. 기사 70%가 여성인데, 법이 있는지도 몰라 임신해도 하루 8시간 이상씩도 근무하고, 유산휴가를 몰라서 자기 휴가를 쓰고, 그것도 인력 부족하다고 관리자가 다그쳐 원하는 만큼 못 쉬고 일했어요. 그게 다 불법이란 걸 알고 그 부분만큼은 철저하게 가자 해서 좀 나아지는 듯했는데, 몇년이 지났다고 관리자들이 모성보호 관련해서 아무런 내용을 숙지하지 못해요.”

노동자에게, 파리바게뜨 기사에게 노동조합은 무얼까.

“근로조건 향상도 있겠지만, 우리는 다 따로따로 떨어져 혼자 일하잖아요. 무슨 일이 생기면 회사 관리자는 어떻게든 무마하는 방향으로 기사님한테 설명하고 유도해요. 그러면 이걸 물어볼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그냥 당했어요, 과거에는요. 노동조합 생기고는 간부들한테 물어보거나 조합원 단톡방에서 ‘내가 이런 상황인데 이게 맞냐?’ 물어봐서 ‘아니다, 관리자한테 이걸 요구해라’ 이렇게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하죠. 그래서 더욱더 ‘이제 혼자 있는 거 아니다. 우리는 연결돼 있다’ 이런 느낌으로 최대한 활동하려고 해요. 우리 노조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혼자가 아닌 우리’예요.”

종린씨는 단식 53일 차였던 5월19일 단식을 멈췄다. 회사는 아직 문제를 풀지 않았다. 그래서 종린씨는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는 주장을, “우리 조합원을 괴롭히지 마라, 차별하지 마라”는 주장을 접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민들은 생면부지 이 사람 임종린과 지회의 일에 마음이 바짝 타,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에스피씨 계열사 불매운동에 나서서 연대했는데, 잘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까지 계속할 참이다. 농성장에선 지금 릴레이 단식농성이 이어진다.

박수정 르포 작가. <여자, 노동을 말하다>(2013) 저자. 여성노동자가 머물고 움직이는 장소, 일하는 시간에서 이야기를 찾아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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