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개 시민사회, 종교, 학생, 진보정당 단체 등이 모인 ‘5인 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지난달 5일 오전 국회 앞에서 ‘5인미만 차별폐지 집중 행동주간 계획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응답하라’ 행위극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81개 시민사회, 종교, 학생, 진보정당 단체 등이 모인 ‘5인 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지난달 5일 오전 국회 앞에서 ‘5인미만 차별폐지 집중 행동주간 계획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응답하라’ 행위극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아 논란이 인 가운데, 새로 공개된 ‘중대산업재해’ 분야 법령해설집을 통해 이 법이 5인 미만 사업장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기준법의 노동자가 아닌 플랫폼 노동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는 인원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현장실습생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산업재해 분야 법령해설집을 보면, “상시 노동자가 5명 미만인 개인사업주·법인·기관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 등이 5명 이상인 경우에도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은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님”이라고 적혀있다. 앞서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등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논리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들을 차별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이번에는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들도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예를 들어,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배달대행업체의 상황을 보면 주로 배달기사 관리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4명 이하인 반면, 업체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고 실제 배달업무를 하는, 노동자가 아닌 배달기사가 수십명인 경우가 많은데 이 사업장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사업장에 근로계약이 아닌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500명, 1000명이 되어도, 그리고 그 사업장에 중대재해가 아무리 많이 발생해도 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 가 4명 이하라면 해당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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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중대재해처벌법은 원하청 관계나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산재까지 포괄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종사자’라는 개념을 통해 근로기준법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특수고용직 등 도급·용역·위탁 계약 등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사업의 수행을 위해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여러 차례 도급에 따라 사업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각 단계 수급인과 관계있는 사람까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정작 이 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그 사업의 노동자가 5명 이상이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법 제정 이후 “‘노동자’를 ‘종사자’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노동부 관계자는 “법문상 너무 명확하게 노동자로 정의돼 있어 그렇게 해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말 필요한 소수의 관리자만 2~3명을 두고 나머지 일은 특수고용직을 쓰는 방식으로 바꿔버릴 수 있다”며 “탈법의 소지가 있어서 이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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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남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서 특성화고 학생이 작업 중 숨진 사례 등으로 인해 보호 필요성이 제기된 현장실습생도 문제다.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종사자라고 규정하지만, 교육을 목적으로 일하는 현장실습생이 여기에 해당하는지가 논란이 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현장실습생도 산안법의 노동자로 보는 특례조항이 존재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엔 이러한 조항을 집어넣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장실습생이 실제로 어떻게 노무를 제공했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지난달 29일 대검찰청과 노동법이론실무학회 주최한 토론회에서 “현장실습생이 종사자에 해당한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거나, 적어도 산안법과 같은 특례규정을 별도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규정하면서 종사자의 안전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임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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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 외에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파견 노동자가 상시 노동자 숫자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 법에는 명문화한 규정이 없다. 다만,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이 파견받는 사업주를 파견 노동자의 사업주로 본다는 규정에 근거해 파견 노동자는 상시 노동자 숫자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애초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의 경영책임자가 종사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조처들을 충실히 이행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강력한 처벌을 하는 법이다. 해설집을 보면,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고의’임이 인정돼야 하고, 이후 발생한 사망·부상·질병이 고의의 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인정돼야만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한 노동자가 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공사장에서 작업을 하다 추락해 숨졌을 경우, 숨진 원인이 난간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또 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이유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고의로 위반했다는 것인지를 입증해야만 경영책임자가 처벌된다. 하지만 강력한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는 만큼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권혁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의 주체로서 경영책임자가 너무나 당연히 안전보건을 위해 이행해야 할 사항을 의무화해 놓은 것으로 중대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으로 구조화됐다”며 “처벌법은 엄격한 명확성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그렇지 못한 면이 많아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신다은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