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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화장실도 허락받고 순번제…” 건보 고객센터 상담사의 단식

등록 :2021-07-27 04:59수정 :2021-07-27 08:47

비인간적 콜 수 채우기 경쟁 내몰려
임금 215만원서 중개료 떼고 쪼개고

위탁업체, 인센티브 빌미 ‘쥐어짜기’
폭염 속 파업농성…올 들어만 3번째
“국민 개인정보 다뤄 직접 고용해야”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본사 앞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6일로 나흘째 단식하고 있는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 공공운수노조 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 제공.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본사 앞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6일로 나흘째 단식하고 있는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 공공운수노조 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 제공.

“국민들께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했지만 더는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 이은영 수석부지부장은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을 꺼냈다. 4차 유행에 따른 방역당국의 자제 요청이 있었지만,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3일 강원도 원주 건보공단 본사 앞에서 건보공단의 고객센터 상담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산발적인 집회를 열었다. 경찰이 차벽으로 본사 주변을 둘러싸면서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집회 장소에 들어가기 위해 언덕을 오르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부지부장은 이날 이후 나흘째 단식을 하고 있다.

이 부지부장을 비롯한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지난 2월과 6월에 이어 이달 초부터 세 번째 파업을 하고 있다. 상담사들은 건보공단 고객들을 상대하며 이들의 개인정보를 다루지만, 전국의 12개 위탁운영업체에 고용되어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위탁운영업체는 건보공단이 책정한 인건비를 상담사들에게 건보공단 대신 전달하고, 상담사의 전화 연결 수 등을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 시스템에 의한 착취가 발생한다. 2016년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로 입사한 이 부지부장은 지난 5년 동안 간접고용의 폐해를 온몸으로 겪었다고 설명했다. “업체가 운영하는 인센티브 제도가 가장 문제인데요. 원청인 건보공단은 1인당 노무비로 215만원을 지급하라는데 업체는 그걸 다시 쪼개어 최저임금 186만원만 주고 나머지는 상담사들끼리 경쟁을 시켜서 1인당 전화 받은 수(콜 수)가 많은 순서대로 나눠 주는 거예요. 그러면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상담사는 원래 받아야 하는 급여보다 30만원 가까이 못 받게 돼요.”

한 상담사가 공개한 급여명세서 내용 일부. ‘등급수당’이라고 적힌 항목이 각 업체들이 콜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수당이다. 공공운수노조 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 제공.
한 상담사가 공개한 급여명세서 내용 일부. ‘등급수당’이라고 적힌 항목이 각 업체들이 콜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수당이다. 공공운수노조 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 제공.

이런 경쟁 시스템이 되레 건강보험의 공공성을 떨어뜨린다고 이 부지부장은 말한다. 콜 수를 늘리려면 상세한 안내가 필요한 상담마저 급하게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체가 정한 상담사의 통화 시간은 1건당 2분30초 이내다.

이 부지부장은 업체들이 건보공단과 재계약을 하기 위해 도를 넘는 수준의 ‘상담사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 수를 채워야 해 화장실도 팀장에게 허락 맡고 가야 하고요. 동시에 여러 명이 화장실에 가지 못 하게 가는 순번을 정해 줄 때도 있습니다. 이전에 다니던 민간기업 콜센터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업체들의 또 다른 평가 요소인 ‘고객만족도 점수’도 고스란히 상담사를 옥죄는 도구로 쓰인다. 이 부지부장은 “업체가 건보공단과 재계약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고객만족도’ 평가인데, 그것 때문에 업체가 상담사더러 고객에게 ‘매우 만족 5점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게 시킨다”며 “보험료를 낮춰달라는 고객 요구를 못 들어드릴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도 ‘5점 부탁드린다’는 말을 해야 해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업체를 선정할 권한을 쥔 건보공단은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을까. 건보공단이 지난해 게시한 ‘고객센터 위탁운영업체 선정 공고’를 보면, 건보공단은 ‘생산성 관리 방안’과 ‘상담 품질 관리 방안’을 평가 배점표에 담아 평가하고 있다. 이런 조항이 현장에서 상담사에게 지나친 실적 압박으로 돌아온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이 부지부장은 “2019년 말 노동조합이 생긴 이래로 건보공단 쪽에 수차례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며 “건보공단이 업체들끼리 경쟁시켜 상담사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건데 모르쇠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한겨레>에 “평가 항목은 업체들에 적용되는 것이지 상담사에게 하는 게 아니며 업체가 상담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건보공단이 개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담사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건보공단이 경쟁에 따른 착취 등에 “개입하기 어려”운 간접고용이 아니라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019년 근로복지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이 고객센터 상담사들을 직접고용했는데, 건보공단이 다른 공단들과 다를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담사들은 건보공단이 노조와 협상할 구체적인 안은 제시하지 않고 원론적 검토만 하고 있다며 사쪽의 성실한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저희 상담사들도 하루빨리 대화가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생계가 막막한데도 폭염 속에서 농성하는 이들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고 싶습니다. 상담사가 병들지 않고 건보공단도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건보공단이) 상담사 직접고용을 결단해야 합니다.” 이 부지부장이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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