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한 시민의 검체 채취를 마친 뒤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3차 유행에 대응해 정부가 ‘1만 병상’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의료 현장에선 ‘병상이 늘어도 환자를 돌볼 간호인력이 없다’는 호소가 나온다. 숙련된 간호인력들이 ‘번아웃’으로 사직 등을 하는 상황에서 남은 의료진이 파견인력 교육과 중증환자의 병상 전원까지 떠맡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땜질식으로 처방한 정부의 안일함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계에 부딪힌 코로나19 의료인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진료체계 붕괴를 피할 수 없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긴급면담 및 의료 현장 간담회를 요구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인력은 그대로인데, (방역당국이) 무조건 병상부터 늘리고 있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더 높아지고 있다”며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지원 인력을 파견하고 있지만, 이들을 교육하느라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의료 현장에서 뛰고 있는 간호인력들은 최근 방역당국이 확보했다고 발표한 병상 통계와 실제 가용병상 숫자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치료시설(병상)이 마련됐더라도 전담 간호인력이 없는 경우 실제 환자가 입원할 수 없다.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인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은 “정부는 ‘1천개 병상을 늘렸다’식의 시설 통계에만 연연한 발표를 하는데, 인력 상황은 다르다”며 “국립중앙의료원에는 중환자 치료를 위해서 모듈병상(임시병상) 30개를 만들었는데, 이를 위해 채용된 경력 간호사 70여명 가운데 (업무 과중으로) 벌써 5명이 사직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에크모(인공심폐장치) 등 전문 의료기기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은 전체 간호사 550~600명 가운데 10% 수준인 60~70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현섭 보건의료노조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지부장도 “전문성에 대한 파악 없이 면허 등 자격 조건만 충족한 파견인력이 배치되다 보니, 현장에서 하는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파견인력 중심의 인력조달 방식을 지적했다.
간호사들은 병상 부족 상황이 이어지면서 환자 전원에 실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수경 지부장은 “수도권에선 환자 전원을 위한 공동상황실이 가동되고 있지만, 병상 배정이 취소돼 구급차에 탄 중증환자가 도로 한가운데에서 대기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이현섭 지부장은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진 환자는 전원을 해야 하는데, (중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병상이 없으니 우리 병원에서 계시다가 돌아가신 분들도 있었다”며 “(상급종합병원 등의)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