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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료·건강

“내가 왜 갑상선암? 혹 과잉진단?…자꾸만 의심 들었죠”

등록 :2017-07-06 11:04수정 :2017-07-06 11:11

[김양중 종합병원]
한 외과 교수가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한 외과 교수가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수술 받으러 병원 갔더니 남성 환자는 별로 없어서 제가 왜 이런 질환에 걸렸는지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수술받은 뒤에 마음이 편하기는 했는데, 나중에 과다검진이라는 말이 언론에 나오자 괜히 수술했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암을 갖고 살 만큼 용감하지는 않아서요.”

이아무개(50·남)씨는 5년 전인 2012년 갑상선암을 진단받았습니다. 다니던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하면서 몇 가지 검사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게 해줘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이 검사에서 혹이 발견된 것입니다. 그는 이전 해에 위장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 검사를 했습니다. 아무런 이상이 없이 나왔기에 특별히 갑상선에 이상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갑상선 검사를 선택할 때도 별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검진 결과에서 혹이 관찰됐고, 크기가 1.5㎝로 작지 않아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이었습니다. 검진 의사의 설명은 “물혹일 수도 있지만 혹시 암일 수도 있다”면서도 “갑상선암이야 워낙 생존율이 높기 때문에 암으로 나와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씨는 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적지 않게 당황했고 분노를 느끼기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5년 전 암 진단 받은 50대 남성
목 안의 1.5cm 자란 혹 발견
평소 운동·금연으로 몸 챙기고
남성 환자도 드물다는데…
“두렵고 허탈, 분노마저 느꼈죠”

갑상선암 5년 생존율 거의 100%
큰 고민없이 절제 수술받아
매일 먹는 호르몬약, 4cm 목 흉터
그 불편함 다른 사람들은 몰라요

국내 과다진단 논란 불거질 땐
나도 불필요한 수술이었나 혼란
완치 판정받고 맘 편해졌지만
유전이면 어쩌나…발병 원인 궁금해요

그는 평소 일주일에 3~4번씩 헬스클럽을 찾아 달리기나 빠르게 걷기를 비롯해 근육 운동을 규칙적으로 했기 때문에 건강에는 꽤 자신이 있었습니다. 젊은 날에도 별다른 질병치레 하나 하지 않았던 그였습니다. 술자리에서 소주 2병가량을 마실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었지만, 일주일에 2차례를 넘지 않았기에 그리 과음을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학 다닐 때까지 피우던 담배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끊었기에 암이 생기리라고는 크게 염려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가족 중에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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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치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 교수는 “갑상선암의 경우 현재 과학적으로 밝혀진 가장 명백한 위험인자는 방사선 노출”이라며 “그 밖에 유전자 돌연변이, 호르몬, 식이요법, 생활습관 등이 갑상선암 발병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공장 등 제조업에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컴퓨터로 일하고 있어 방사선에 많이 노출될 일도 없기 때문에 원인이 명확하지는 않은 쪽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씨는 아내나 자녀가 걱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변 사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갑상선에 생긴 혹에 대해 조직검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조직검사는 암이 의심되는 혹 일부를 떼어내어 암세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는 “암이 생길 만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지는 않아 양성종양이나 물혹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추가 검사를 받았다”며 “하지만 악성이라는 소견이 나와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단은 죽음이라는 두려움이 없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억울한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주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 가운데 운동도 하지 않고 술이나 담배는 맘껏 하는 이들도 암에 걸리지 않았는데, 나름 건강한 습관을 유지해도 암이라니 허탈한 마음마저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조직검사 뒤 만난 외과 의사가 갑상선암은 거의 대부분 완치되고 생존율이 100%에 가깝다고 얘기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펴낸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갑상선암의 경우 20여년 전인 1993~1995년에도 암 진단 및 치료 뒤 5년 이상 생존해 완치됐다고 판정받은 비율(5년 생존율)이 94%일 정도로 매우 높았습니다. 최근에는 갑상선암 환자가 같은 나이대의 일반인보다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갑상선암 치료를 받은 뒤 금연, 절주 등을 실천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거나 식사 관리를 하는 등 건강관리를 잘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갑상선암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이씨는 별다른 고민 없이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건강검진을 받은 뒤 2주 만에 암 환자가 됐고, 다시 2주 만에 수술을 받은 것입니다. 그는 전신마취 뒤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고, 회복에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의사 설명이 암 덩어리 크기가 1.5㎝여서 갑상선을 전부 들어내는 ‘전절제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 갑상선 없이 남은 생을 살아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최준영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갑상선암의 경우 심하지 않으면 반만 절제하는 반절제를 하기도 하는데, 재발 가능성을 생각하면 전절제가 필요하기도 하다”며 “암 덩어리가 1㎝ 이상이거나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경우에는 전절제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갑상선을 모두 제거한 뒤 이씨는 처음에는 여러 걱정을 했지만 나중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갑상선이 만들어내는 호르몬은 약으로 먹을 수 있어 충분히 보충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갑상선이 아예 없으니 이제 다시 갑상선암에 걸릴 일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도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최준영 교수는 “갑상선암의 재발 가능성이 중간 이상인 경우에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한다”며 “알약으로 된 방사성 요오드를 섭취하면 요오드가 갑상선으로 향해 남아 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제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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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고혈압이나 당뇨 등 생활습관병이 없어 약을 규칙적으로 먹을 일이 없었던 그는 갑상선암 수술 뒤에는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하는 약을 매일 챙겨 먹어야 하는 불편이 생겼습니다. 그는 “약을 규칙적으로 먹지 않는 사람들은 매일 약을 먹는 괴로움이 얼마나 큰지 잘 모를 것”이라며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갈 때 약을 챙겨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 약을 먹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약을 먹었다고 여겨 먹지 않다가, 약을 처방받기 위해 예약한 날에 병원을 찾아갈 때 약이 남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약을 빼먹었을 때는 평소보다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배고픔으로 약을 먹었는지 여부를 알아채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자주 배고픔을 느끼고 과식을 하게 돼 비만에 빠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 먹기와 더불어 한 가지 괴로움이 더 있었는데 바로 수술 흉터였습니다. 목 부분에 옆으로 4㎝가량의 흉터가 있어 주변에서 자꾸 물어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나 주변 질문에 다소 괴로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 그를 만나 흉터를 볼 때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수술 흉터라고 여겨 굳이 물어보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갑상선암 수술 뒤에도 2년 가까이 건강하게 지내던 그가 갑상선암에 대해 저에게 질문을 던진 것은 갑상선암 과다검진 논란이 벌어진 때였습니다. 2014년 3월 안형식·신상원 고려대 의대 교수,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 등 관련 전문가 8명이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만들어 국내에서 갑상선암에 대한 과다검진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내용이 많은 언론에 보도된 것입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 발병률이 세계 평균의 10배나 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갑상선암에 많이 걸릴 이유가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검진으로 많이 ‘찾아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암 검진과 달리 초음파 검사로 쉽게 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받았다는 것입니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갑상선암 발생률이 59.5명인데 세계 평균인 4.7명에 견줘 10배가 넘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갑상선암을 빨리 발견하면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줄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기 때문에 검진 효과가 없다는 설명도 했습니다. 이후 의사연대 소속인 안형식 고려대 의대 교수팀은 갑상선암 과다검진이 이뤄지고 있음을 통계적으로도 증명해 같은 해 11월 세계적인 논문집에 싣기도 했습니다.

이런 논란이 알려지면서 과다검진이 줄어든 까닭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 갑상선암 발생자 수와 수술을 받은 환자 수는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중앙암등록통계를 보면 국내 갑상선암 발생자 수는 2012년 4만4561명에서 2014년에는 3만806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갑상선암을 수술하는 의사들은 과도한 검진은 당연히 하지 않아야겠지만, 갑상선암을 수술해야 하는 환자들도 병원을 찾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이씨의 경우 우연히 발견되기는 했지만 크기가 1.5㎝로 작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 등 치료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과다검진 논란으로 혹시 불필요한 수술을 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이씨는 “이미 지난 일인데다가 수술도 잘됐으니 불필요한 수술을 받았다는 의심은 하지 않고 잊고 지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술을 한 지 5년이 지나 나름 완치 판정을 받은 이씨는 헬스클럽 등에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면서 금연과 절주도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는 “완치라고 해도 어찌 됐든 병원에 입원해 수술받는 것은 피하고 싶은 일 아니냐”며 “의사들이 갑상선암의 발병 원인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해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원인이 없어 유전이라면 혹시라도 자녀들도 갑상선암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갑상선암에 대한 과다검진 논란은 우리 사회에서 건강검진 항목의 적절성에 대해 논의하는 발단이 됐다는 점에는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유방암, 폐암 등 몇몇 암이나 잠복결핵 검진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된 바 있으며, 이런 논란을 통해 검진 대상 결정이나 방법 등이 한층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것은 검진 항목에서 퇴출되기를 바랍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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