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인력이 부족한 응급실에 군의관을 배치했지만, 이대목동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들이 복귀 처지에 놓이는 등 현장은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선 제 효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5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설명을 종합하면, 이대목동병원에 전날 배치된 군의관 3명은 이날 응급실 근무를 하지 않기로 하고 기존 근무지로 돌아갔다. 군의관들은 응급실 근무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파견 군의관들과 면담한 결과 응급실 근무에 적합하지 않아 부대 복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배경택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그분들(군의관 3명)이 방문했다가 현장에서 어떤 부분을 해야 하는지, 병원에서 어떤 역할들을 맡길지에 대해 협의하다가 조금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세종충남대병원도 정부가 4일 파견한 군의관 2명을 기존 근무지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세종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업무 범위를 상의했는데, 본인들이 실제 (응급의학과) 전문의 역할을 수행하긴 어렵고 인턴 정도 업무만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교체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군의관 3명을 파견하기로 한 아주대병원에는 1명만 배치됐다.
복지부는 최근 의료 공백 장기화에 따른 ‘응급실 미수용’ 등 응급의료 문제가 불거지자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8차 파견에 군의관 250명을 응급실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그 가운데 15명을 대형 병원 5곳에 4일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군의관 250명 가운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8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이대목동병원처럼 파견했지만 되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에선 위중도를 판단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하려면 관련 전문 지식이 필수여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니라면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며 “다른 전문의를 응급실에 파견하면 담당한 분야는 가능할지 몰라도 다른 질병을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파견 군의관들이 현장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군의관 5명이 투입돼 모두 출근했지만, 병원 시스템 전산 교육 등을 먼저 해야 한다. 바로 정상 진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