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더해 소나기가 전국 곳곳에 내려 ‘한증막’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진은 습도까지 오르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고온인 환경을 피하라고 강조하지만, 다습한 환경 역시 열탈진·열사병 같은 중증 온열질환 발생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6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보면, 감시체계가 운영된 5월20일부터 8월4일까지 1690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이 가운데 집에 있다가 응급실을 찾은 사람이 115명으로 6.8%를 차지했다. 온열질환 발생장소가 ‘집’으로 집계된 비율은 점차 높아지는 중이다. 7월31일까지 집계했을 때 이 비율은 5.4%였다가, 8월2일까지는 6.2%를 기록했고, 8월4일까지는 6.8%로 올랐다.
전문가는 다습한 환경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이런 환경 아래에선 땀 배출을 해도 체온을 떨어뜨리기 어려워서다. 신체는 더위에 땀을 흘리고, 이 땀방울이 증발할 때 열을 내보내 체온을 유지한다. 땀이 기화하면서 주변 열을 흡수해 피부와 혈액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습도가 높으면 이런 체온 조절 체계가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조영덕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더울 때 땀을 흘리면서 열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환기가 안 되고 다습한 곳에 있으면 땀은 나도 증발이 되지 않아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지 못해 체온이 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홀몸 어르신 등 취약계층의 온열질환 예방에 있어 다습한 환경을 피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조영덕 교수는 “반지하 등에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있는데, 고온에 덥다니까 문을 닫아놓고 환기도 안 하다가 119구조대가 출동해 응급실로 오는 사례들이 있다”며 “탈수로 열탈진 증상을 겪다 더 중증인 열사병으로 발전해 병원을 찾는 어르신들은 상태가 더 안 좋은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환기 등을 통한 실내 습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한편, 수일째 1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이날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감시체계)를 보면, 5일 하루에만 111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감시체계가 가동을 시작한 5월20일부터 8월5일까지 집계된 누적 온열질환자는 1810명이었고, 같은 기간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17명이 됐다. 5일엔 추정 사망자가 없었지만, 5월20일부터 8월4일까지 사망한 사람 가운데 추정 사망 원인이 온열질환인 사람이 늘어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 온열질환 감시체계는 ‘증상 발생일’을 기준으로 온열질환자 및 추정 사망자 규모를 밝히고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