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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가 열렸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가 열렸다. 연합뉴스

6개월 가까이 월급이 끊긴 사직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개원가로 몰리고 있다. 좀 더 값싼 인력의 공급을 반기는 개원의 단체 등은 사직 전공의 취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5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료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다음달 초 개원가에 취업하려는 전공의 대상으로 초음파 진단 실습 강좌를 열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정형외과의사회가 연 ‘사직 전공의를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에는 200명의 전공의가 참석했다. 이 강좌에는 개원가 취업을 희망하는 전공의가 몰리며 강좌 신청이 2시간 만에 마감됐다.

의협과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개원의가 주축이 된 의사 단체들은 사직 전공의의 개원가 취업에 발벗고 나섰다. 두 단체는 최근 ‘전공의 진로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사직 전공의의 구직을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가 기존에 수련하던 진료과목, 희망 근로형태·급여 등을 올리면 의사를 찾는 개원의가 연락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의사회 등 각 지역 의사회도 회원들의 사직 전공의 구인 수요를 조사하며 개원가 취업을 연결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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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가 일시에 개원가로 몰리자 봉직의(병원에 고용된 의사) 몸값은 크게 떨어졌다. 앞다퉈 일자리를 찾다 보니, 과거의 절반 정도로 급여가 하락했다. 개원의들은 인건비 지출을 줄일 수 있어 ‘표정관리’를 하는 분위기다. 한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전공의들 사이에선 급여를 기존보다 너무 많이 떨어트렸다는 반응도 있다”면서도 “개원의들은 (의사 공급이 급증한 상황에서) 기존 의사들 만큼 급여를 책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

수련병원들은 하반기 전공의 수련에도 모집정원(7645명)의 1.4%(104명)만 지원하자, 의료공백이 내년 3월까지 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때문에 일부 병원에선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사직 전공의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국립대병원 수련 담당 교수는 “하반기 모집으로 결원이 전혀 채워지지 않아, 사직 전공의를 촉탁의(1년 단위로 계약하는 의사)로라도 채용하는 방안을 진료과들과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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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 유도를 위해 정부에 남은 정책 카드는 ‘하반기 수련 추가 모집’ 정도다. 보건복지부는 하반기 수련이 시작되는 9월 이전에 재차 모집 공고를 내기로 하고, 구체적인 모집 일정 등을 짜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직 전공의가 어디서도 진료하지 않는 것보단 지역 병·의원에서 의료행위를 이어가는 게 의료체계에는 낫다”면서도 “중증 환자를 보는 상급 병원을 정상화하고 전문의 배출을 이어가려면 전공의가 수련병원에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귀를 고려하는 전공의는 거의 없을 거라는 게 당사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소재 수련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다 사직한 ㄱ씨는 “이번 ‘9월턴’(하반기 수련)에 지원해 동료를 등진 의사로 평생 소문이 나는 것보단, 개원가 아르바이트나 미국 의사 시험(USMLE) 등을 준비해 국외로 나가려는 이들이 많다”며 “내년 3월에는 수련을 재개하겠다는 목소리도 피부과·정형외과 등 일부 인기 과목에서만 들린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