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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현장 폭염 안전규칙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설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2018년 7월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현장 폭염 안전규칙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설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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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무더위에 목숨까지 잃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가 가동을 시작한 5월20일부터 8월3일까지 11명이 사망(추정)했고, 지난 3일에만 추정 사망자가 3명이었다. 온열질환은 예부터 ‘더위를 먹었다’고 통틀어 표현하곤 한다. 더위를 먹었을 때 물을 마시고, 시원한 곳에서 쉬면 나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응급처치를 해서는 안 되는 온열질환도 있어, 질환별 증상 특징과 응급처치 방법 등을 살펴본다.

열사병과 일사병(열탈진), 증상부터 다르다

온열질환 가운데 중증으로 분류되는 열사병과 열탈진은 발생빈도도 높다. 질병관리청 통계를 보면, 5월20일~8월3일 1546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고, 이 가운데 열탈진 환자가 53.3%(824명), 열사병 환자가 23.5%(363명)이었다. 열탈진 환자가 지속해서 고온 환경에 노출되면 열사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송경준 서울시 보라매병원 교수(서울대 의대 응급의학과)는 “열탈진과 열사병은 온열질환 스펙트럼 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먼저 경증인 열경련·열실신 등으로 신체가 신호를 보내고, 중증인 열탈진으로 발전했는데도 무더위 환경에 머무른다면  열사병에 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질환이 발전할 수 있어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 있을 때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 수분 섭취 등 일반적인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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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먼저 열사병은 무더위에 지속해 노출되면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신체 바깥의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해서 기능을 잃어 발생한다.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 심정지나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열사병의 주요 증상은 40도 이상의 체온과 뜨겁고 건조한 피부다. 더울 때 바깥에 있으면 땀이 나기 마련이지만, 열사병 환자는 피부에 땀이 나지 않는다. 조영덕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의식이 아직 명료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열탈진 환자와 달리, 열사병 환자는 체온을 조절하는 뇌 기관이 손상돼 (땀을 흘려) 열을 밖으로 발산하지 못한다”며 “장시간 조처를 하지 않으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영구적인 뇌 손상 등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신을 잃는 등 의식 변화 등이 나타난다. 지난 3일 온열질환 사망자는 바깥에 머무르다 모두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119구급대 도착 당시 체온이 41도 이상이었다. 또 3명은 모두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이에 견줘 일사병이라고 부르는 열탈진은 체온이 40도 이하면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어지럼증이나 구토 등의 증상이 있다. 힘이 없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며, 낯빛이 창백해지거나 근육 경련 등이 일어난다.

열사병, 가장 먼저할 응급처치는?

대부분의 온열질환 환자는 시원한 곳으로 옮겨 수분 섭취를 하도록 질병청은 권고한다. 그러나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119구급대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난 뒤 시원한 곳으로 환자를 옮기고, 몸에 물을 뿌려 선풍기나 부채 등으로 바람을 쐬도록 해 체온을 낮춰야 한다. 얼음주머니가 있다면 목이나 겨드랑이 밑, 서혜부(사타구니)에 대야 한다. 체온조절 기능을 잃었기 때문에 환자의 체온이 정상 체온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열사병 대처에서 일반적인 상식과 가장 동떨어진 부분은 수분 섭취다. 질병청 등은 질식 우려 등이 있어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물을 먹여서는 안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송경준 교수는 “의식없는 환자에게 물을 먹이면 기도로 흘러들어 가, 흡인성 폐렴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며 “열사병 환자의 탈수는 수액 등 침습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의식이 저하된 환자는 무엇보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탈진이 의심된다면 바로 시원한 곳으로 가 물을 마셔 수분을 보충하면 된다. 휴식을 1시간 이상 취한 뒤에도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바로 의원 등 1차 의료기관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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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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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 고온만이 아니라 다습한 환경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습도가 높으면 땀을 많이 흘려도 체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영덕 교수는 “습한 지하실이나 반지하 주택 등이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하다. 환자가 (땀을 많이 흘려) 전해질이 부족해지고 탈수 증상을 겪어 위험하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잦은 환기가 필수”라고 당부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