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을 철회하고 두달이 지났지만 복귀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180명에 그쳤다. 이 여파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 등 정부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 1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756명 가운데 1201명(8.7%)만 출근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 전공의 대상 행정명령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지난 6월4일(1021명)보다 단 180명 늘었다. 수련 기간이 3~4년 남은 인턴에 견줘 전문의 자격 취득이 머지않은 레지던트도 이 기간 출근율이 8.7%에서 10.4%로 느는 데 그쳤다.
정부는 여러 특례를 적용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상당수가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내과·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는 물론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인기 진료과에서도 복귀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지난달 22∼31일 전국 수련병원이 하반기 수련 전공의 7645명을 모집했지만 104명(1.4%)만 지원했다.
전문의 자격을 얻고 대학병원에 남은 의사인 전임의(임상강사·펠로)도 의-정 갈등 뒤 크게 줄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실이 전국 14개 국립대병원에서 취합한 의사 인력 현황을 보면, 이들 병원의 전임의는 지난해 말 722명에서 올해 6월 말 553명으로 23.4% 감소했다. 전임의들은 외래 진료와 환자 입·퇴원 결정 등 전공의보다 많은 역할을 맡지만, 의료현장에선 이들도 전공의 이탈에 따른 업무 과중 등으로 병원을 떠난 것으로 보고있다.
정부는 대형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서둘러 전공의 이탈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원회’는 지난 1일 회의에서 지역거점병원과 1·2차 의료기관이 진료를 연계하는 ‘지역완결적 의료 네트워크’ 구축 방안도 논의했다. 국립대병원 같은 최상급 병원이 지역에서 가장 중증도 높은 환자를 맡고, 나머지 환자는 동네 병·의원으로 분산하거나 협력 진료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선 정부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비수도권 대학병원 부원장은 “내년 배출될 전문의가 평소 10분의 1로 줄고, 있던 의사도 격무에 지쳐 병원을 떠나려는 판”이라며 “전공의를 더 복귀시키지 못하면 전문의 추가 채용, 국립대병원 강화 등도 먼 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