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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국립의료중앙원 중앙감염병원 음압격리병동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 중구 국립의료중앙원 중앙감염병원 음압격리병동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미국선 중환자실 간호사는 모두 경력직”
한국 ‘전담간호사’“관리체계 없어”
“일반간호사가 겪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국 병원에선 경력직은 고집이 있어 훈련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중환자실 간호사를 신규로 뽑아요. 미국에선 중환자실에 들어온 간호사는 전부 경력직이에요. 환자 안전을 위해서죠.”

미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앞둔 김수련 간호사는 지난 13일 한겨레와 한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 의료 현장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 암병원 중환자실에서 7년, 미국 뉴욕 시립병원 외과계 외상 중환자실에서 2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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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병원에서 아직 정식으로 제도화하지 않은 진료지원인력, ‘피에이’(PA·Physician Assistant)도 미국에선 충분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춰야 할 수 있다. 미국 피에이는 간호사가 아닌 구급대원이나 응급의료 기술자 등도 할 수 있지만, 평균 3천시간 이상 환자를 돌본 경력이 필요하다. 2020년 기준 공인된 피에이의 78.8%가 석사 학위가 있다.

전문성을 갖춘 여러 직군의 의료진이 모이자 상호 존중이 이뤄졌다. 김 간호사는 “한국 병원에선 의사가 간호사에게 명령하는 구조에 가깝다 보니 소리치는 일이 항상 일어났다”며 “미국 중환자실에선 의사가 아침 회진 때 현장 간호사 의견을 존중하고, 레지던트가 경험 있는 간호사에게 일을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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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낯선 일이다. 한국의 피에이는 겨우 정부 시범사업을 통해 그나마 ‘전담간호사’라는 정식 이름을 갖게 됐지만, 관리체계는 없다. 최수정 성균관대 임상간호대학원 교수(간호학)는 “의료 현장에서 최종 목적은 환자 보호이기 때문에 의료 인력이 교육과 역량을 충분히 갖췄는지가 중요한데, (전담간호사는)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가 없는 상태”라고 짚었다.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에서 전담간호사 조건을 3년 이상 임상 경력자로 권고했지만, 의무는 아니다.

최 교수는 ‘전문간호사’를 활성화하자고 한다. 전문간호사는 해당 분야에서 3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서 석사 이상 과정을 거쳐 국가 자격시험에 합격한 간호사다. 의사 지도 아래 마취, 응급, 중환자, 임상, 감염관리 등 13개 분야에서 업무를 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전담간호사 업무 중에 주로 레지던트가 해온 진료기록 초안 작성이나 의사가 위임한 처방 업무 등은 적정 자격을 갖춘 간호인력에 맡기는 게 합당하다”며 “인턴이 하는 단순 처치나 동의서 초안 작성 등은 일정 경력과 교육을 거친 일반 간호사에게 맡기면, (전공의 공백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1월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진료지원업무를 맡길 간호사의 임상 경력이나 교육과정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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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간호사 늘리기에 앞서, 일반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병원에선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은 16.3명, 중소병원은 43.6명(2017년)이다.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인 미국 등 주요 국가보다 업무량이 3∼8배 많다. 이주호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간호사당 환자 수 제한 법제화 없이, 정부와 병원이 가뜩이나 부족한 간호 인력에서 전담간호사를 끌어다 쓰고 있다”며 “임시방편 전담간호사 양산보다 일반 간호사들이 겪는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