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사 국가시험(국시) 지원자가 전체 대상자의 10분의 1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도 적을 것으로 예상돼, 내년 신규 의사와 전문의 배출이 모두 ‘절벽’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마감한 의사 국시 실기시험에 접수자는 364명에 불과했다.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3000여명과 외국 의대 졸업생, 지난해 시험 불합격자 등 대상자 3200여명 가운데 11.4%가 지원한 것이다. 특히 의대 본과 4학년 재학생 3015명 중에서는 159명(5.3%)만 지원했다. 올해 국시는 오는 9월2일∼11월4일 39일 동안 치러진다. 의대 졸업자는 국시에 합격해야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등에 반대해 1학기 내내 수업을 거부했는데 국시마저 응시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신규 의사 배출은 평년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국시 실기시험에는 올해보다 약 9배 많은 3212명이 지원해 3069명이 합격한 바 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을 1509명 늘리기로 했지만, 새로 배출되는 의사가 줄면 의대 증원의 효과도 반감된다.
더욱이 교육부가 최근 ‘2024학년도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 등에서 국시 추가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실효성이 의심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복귀 조건으로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의 요구를 유지하고 있어 추가 시험에도 많은 수가 응시할지는 불확실하다.
여기에 이달 말까지 이뤄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도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공의 사직 처리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이 하반기 전공의 수련 모집을 거부하겠단 뜻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지난 26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응답한 의대 교수 3039명 중 89.2%가 ‘하반기 전공의 수련 모집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하반기 전공의를 뽑지 않겠다’(50.2%)고 응답한 교수도 절반이 넘었다. 이들의 34.6%는 전공의가 사직하고, 의대생들이 휴학·유급된다면 자신도 함께 사직할 의사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의대 교수들은 하반기에도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설문에 참여한 교수의 60.9%는 하반기 수련 모집에서도 전공의들이 필수·비필수 과목에 상관없이 복귀율이 낮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전공의들이 내년에도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교수는 41%, 새롭게 수련이 시작되는 내년 3월 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는 교수는 49.4%였다.
이들은 성명을 내어 “전공의 9월 턴 모집은 사직한 전공의 자리는 그대로 보존하고 원래 취지대로 3월 결원에 대해서만 진행돼야 한다”면서 “전공의 하반기 모집을 진행할 때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를 오히려 막게 해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