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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내 ‘수도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상황요원이 응급실 정보 등을 확인하고 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내 ‘수도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상황요원이 응급실 정보 등을 확인하고 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20일로 의료 공백 석달을 맞았다. 한겨레는 의료 현장의 최전선인 광역응급의료상황실(광역상황실)과 의료 취약지를 점검했다. 응급실을 찾는 전화는 급증했고, 지방 환자들은 제때 치료를 못 받았다. 하루빨리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약물 중독이 의심되나, 의식이 회복되지 않아 검사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수도권 광역상황실’에 지난 10일 오후 4시30분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강원도의 한 지역응급의료기관 의료진은 애를 태웠다. 주변 병원 5곳에 문의했지만 거절당한 뒤였다. 의식 없는 40대를 치료하려면 더 큰 병원에서 검사·진단이 필수였다. 수도권 광역상황실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광역상황실도 다급해졌다. 강원도의 대형 병원으로 전화한 끝에 “환자를 보내달라”는 답을 받았다. 광역상황실에 연락 온 지 23분 뒤였고, 10번째 전화 만이었다. 광역상황실 관계자는 “보통 10곳 이상 전화를 돌려 평균 1시간쯤 걸리는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이탈한 의료 공백을 메우려고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이다. 응급환자의 전원 업무를 지원하는 ‘광역상황실’도 그 가운데 하나다. 4~5월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등에 마련할 계획을 의료 공백으로 한두달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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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환자 중증도와 병원 치료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해 적정 병원을 찾는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10명 가운데 1명이 응급실을 찾았다 적정한 치료를 위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2022년 기준 전원 환자는 48만5844명으로, 전체 응급실 환자(506만1764명)의 9.6%였다.

전원은 속도가 관건이다. 대표 중증응급질환인 심근경색은 가슴 통증 발생 2시간 안에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광역상황실은 상황요원 2~4명, 상황의사 1명이 조를 이뤄 24시간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 상황요원은 환자 상태를, 상황의사는 환자에게 맞는 의료기관을 판단한다. 또 다른 상황요원은 전화로 전원이 가능한 응급실을 찾는다. 의료 공백 장기화로 중요성은 더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4개 광역상황실 처리 건수는 3월 433건, 4월 693건으로 늘었다. 5월엔 16일까지 419건에 달했다. 이날 상황의사를 맡은 김정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정책실장은 “(전원 요청 건수가) 점점 우상향하고 있다”며 “(전공의가 없어) 수술이 어려워졌거나, 입원실이 없어 전원하는 대학병원 사례가 3월부터 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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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업무는 늘었는데 의료 공백으로 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소속 병원의 근무 시간을 쪼개 교대로 와서 광역상황실에서 일할 상황의사 확보가 시급하다. 급박한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상황의사는 응급의학과·내과·외과 전문의여야 한다. 정상 운영을 위해 광역상황실당 최소 30명이 필요한데, 수도권만 확보됐다. 지역 간 의료 격차는 여기서도 드러난다. 전라권은 5명에 그치고, 경상권은 12명, 충청권은 13명뿐이다.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 인력도 모자라 지원자를 구하기도 어렵다. 복지부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 12명을 광역상황실에 배치했지만, 최소 인력은 아직 다 채워지지 못했다.

더욱이 전원 완료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의료 공백 장기화로 중증·응급환자 진료 역량이 가장 높은 최상위 응급실인 권역응급의료센터마저 43곳 중 18곳(16일 기준)이 일부 진료가 어려운 상태다. 전공의 비중이 적은 2차 의료기관 응급실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김정언 실장은 “3월까지만 해도 (전공의 비중이 적은) 2차 병원급에서 환자를 많이 수용해줬지만, 2차 병원 의료진 피로도도 같이 올라가면서 2차 병원마저 전원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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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은 허약한 한국의 응급의료체계를 드러냈다. 정부는 이달부터 최중증 응급환자를 119 구급차로 이송하는 과정에도 광역상황실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전공의가 빠져 점점 피로도가 쌓여가는 응급실은 광역상황실의 요청에도 점점 응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환자를 데려와도 수술해야 하는 연관 진료과들이 환자를 못 봐 (전원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며 “2차 병원 역량도 거의 다 소모돼, 환자 피해가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중환자실 업무를 맡아온 전공의들이 없어 운영이 잘 안되니, 응급환자가 치료 후 갈 중환자실 여유가 없는 응급실은 환자를 받기 어렵다”며 “전공의들이 복귀하면 좋겠지만, 어렵다면 정부가 당장 병원들이 전문의를 더 고용하거나 중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