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이탈한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으로 제시한 29일을 하루 앞둔 28일, 전공의들은 소수 복귀했지만 대부분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의사 단체 간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공의 3·4년차가 계약이 끝나 곧 병원을 떠나고, 남은 이들은 누적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공의들에게 29일 만나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날도 전공의들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복지부 직원들이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자 등의 집을 방문해 직접 업무개시명령을 했다. 우편, 휴대전화 메시지 등으로 전해왔지만, 사법 절차를 확실하게 준비하려고 직접 전달에 나섰다. 전공의들은 휴대전화를 끄는 방식 등으로 명령을 회피해왔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송달하려는 장소에서 대상자를 만나지 못했을 때는 동거인 등 대리인에게도 전달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하면 그 사실을 수령확인서에 적고, 문서를 송달 장소에 놓아둘 수 있다. 전날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등 의협 간부 5명을 고발한 데 이어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박민수 차관은 이날 전공의들에게 문자를 보내 대화 제안을 했다. 그는 “전공의 누구라도 참여 가능하다”며 “집단행동과는 별개이니 우려하지 말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주길 바란다. 물론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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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 집단행동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이날 복지부에 따르면, 27일 기준 전국 주요 99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9937명이었다. 전날(9909명)보다 28명 늘었다. 이 가운데 8992명이 병원을 떠났다. 업무개시명령은 9267명(100개 수련병원 기준)이 받았다. 다만 전남대병원에선 7명, 충북대병원 6명 등 일부가 복귀하기도 했다. 정부는 일부 전공의 복귀를 유의미하게 보고 있지만, 한겨레가 접촉한 전공의 쪽은 복귀 움직임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상진료 보완대책’을 내어 장기전에 대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 단체가 4월 총선 이후까지 집단행동을 지속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의사가 부족해진 국립대병원 등에 공중보건의나 군의관을 지원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추가 의료인력을 채용하거나 기존 교수·전임의가 당직근무를 하는 경우 재정 지원을 할 계획이다. 또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를 집중 치료하고 그 외 병원은 중등증(중증과 경증 중간 정도)·경증 환자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수가(진료비)를 조정할 계획이다. 2차 병원만 상급종합병원에 진료를 의뢰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한다.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감소로 줄어든 수익은 국민건강보험 등으로 보전해주는 식이다. 이 밖에 공공의료기관의 평일 연장 진료 및 주말·휴일 진료를 최대로 실시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자신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개월 동안 복귀하지 않더라도 의료체계를 충분히 지탱할 수 있다”며 “오히려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은 지쳐 있고 추가 이탈도 예정돼,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3월1일부터는 수련을 마친 전공의 3·4년차가 병원을 떠나는데다,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일부 전임의들도 집단행동에 동참할 분위기다. 더욱이 일부 2차 병원은 진료 여건이 허약해 대형 병원에서 밀려난 환자들을 소화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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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피해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정부 계획대로 대학병원 응급실이 24시간 가동되더라도 최종 진료가 제공되지 않으면 응급치료의 의미가 없다”며 “일부 2차 병원도 중환자실이 만실이 되는 등 걱정스럽다”고 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