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사단체가 의대생 정원 확대를 두고 다시 팽팽히 맞선 채 입장차만 확인했다. 공개 토론에서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물러설 수 없는 목표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원 확대에 따른 교육 질 저하 우려에 정부는 국립대 의대 교수 1천명 채용을 검토 중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규모가 과도하다며 유연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기 어렵다고 맞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오후 ‘의대 증원 논란의 본질을 묻다’ 주제로 열린 한국방송(KBS) 생방송 토론회에 출연했다.
■ 2천명 증원 적정?
정부와 의협은 의사 수 부족부터 시각차를 드러냈다. 박 차관은 “(의료) 수요는 고령화 등으로 급격히 늘어나는데 공급은 한정적이고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대형병원의 긴 대기 시간, ‘응급실 뺑뺑이’ 등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병원은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의료진의 개인 삶이 거의 없다”며 “병원에 의사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들”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 필수 의료과 기피에 답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의료 이용 횟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3배여서 과도한 횟수를 줄이면 (5년간) 1만명 증원보다는 줄이자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증원 규모를 두고서도 박 차관은 “(증원이) 늦어질수록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증원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다시 줄이자거나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고자 하면 나중에 충격이 더 클 것”이라며 2천명 규모를 유지할 뜻을 확고히 비쳤다. 이어 “속도를 조절할지, 다른 방법을 찾을지를 논의해야 되는데 그 전에 (의사들이) 뛰쳐나가 버려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태도 탓에 협상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2천명에 대해선 한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이 협상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증원 수를 조정하면 협상장에 나올 수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엔 “정책적으로 유연성을 가진다면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 증원 땐 교육의 질 하락?
의사단체는 갑작스러운 증원은 의료 교육의 질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하는 반면 정부는 부작용 없이 의사 양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박 차관은 “교수 3명당 학생 1명, 교수 2명당 학생 1명인 학교도 있어,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일 없이 2천명을 증원하는 게 가능하다”며 “시간을 두고 투자하면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내가 대학 다닐 당시 해부학 실습을 하는데 카데바(기증 시신)가 전체 6구밖에 없어서 15~20명이 하나를 봤다”며 “(의대생들은) 병원 실습도 돌아야 하는데 강의실이 몇 개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은 강의실, 교수가 부족하고 실습 여건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국립대 의대 교수 1천명 채용을 검토할 계획을 밝혔다. 박 차관은 국립대 의대 교수는 채용을 늘리는 걸 협의하고 있고 사립대는 정원을 배정할 때 교육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도록 조건을 달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국립대 의대 교수를 1천명 늘리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복지부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교수 1천명을 몇 년에 걸쳐 늘릴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반면 김 위원장은 “기초의학 교수는 정말 구하기 힘든데 어떻게 구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일 문화방송(MBC)이 중계한 ‘100분 토론’에서 유정민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팀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토론을 벌인 데 이어 ‘급’을 높여 이날 다시 만났지만 별 소득 없이 헤어졌다.
■ “정부·의협 환자 내팽개쳐”
안선영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는 전화 연결에서 “정부도 의협도 환자를 내팽개쳤다. 이 부분을 어찌할지 모르겠다”며 “환자들의 피해를 어떻게 책임질지도 같이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정부와 의협은 사과하면서도 의료 공백을 해소할 대안을 내놓거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박 차관은 “송구하다”며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상급병원이 환자를 못 보는 상황이다. 가벼운 질병을 가진 분들은 가급적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해서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났다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적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여러 가지로 송구스럽고 죄송하지만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저희 의견을 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제 장현은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