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의료기관이 환자 동의만 받으면 민간 기업 등에도 진료·처방 이력을 비롯한 개인 의료데이터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다. 병력 등 의료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하겠단 취지지만, 사생활 침해 위험이 큰 건강정보가 무분별하게 수집돼 상업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30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를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이 포함된 디지털 의료서비스 혁신안을 발표했다. 특히, 복지부는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 같은 새 법이 올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법의 핵심은 환자 요구·동의가 있으면 병원이 개인 의료데이터를 의료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 등 제3자에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데이터를 받은 기관이 환자 동의를 추가로 얻어 또 다른 기관이나 민간 기업에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의료법은 병원이 의료데이터를 환자 본인이나 다른 의료기관에만 전송하도록 하는데 이런 울타리를 없애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업체 등이 개인 의료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활용할 길을 터놓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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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각 의료기관에 흩어져 있는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면 맞춤형 건강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민감한 사생활이 담긴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거세다. 정부는 환자 동의를 얻은 경우만 의료데이터를 민간 기업 등에 전송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개인이 그 내용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정보 제공에 동의할 여지도 크다. 특히 보험사 등이 개인 병력·건강검진 기록을 축적해 보험료를 올리거나 상품 판촉에 남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인권 시민단체인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대표는 “개인정보 남용은 미래 위험이라 개인이 그 위험의 크기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데 기업이 여러 혜택을 준다며 정보 제공 동의를 유도할 경우 더 그렇다”고 짚었다. 이어 “국민 보건의료 정보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복지부가 데이터의 산업적 활용에만 방점이 찍힌 새 법을 제정하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