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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료·건강

의료현장 더 버틸 힘이 없다…비상계획 선포로 유행 잡아야

등록 :2021-12-01 18:59수정 :2021-12-02 02:33

사흘 전 중증병상 가동률 ‘비상계획 검토 기준’ 넘어
정부 병상 쥐어짜기…현장 “안치실도 없다” 아우성
이르면 이번주 사적모임 제한 등 강화 여부 결정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점심식사를 가져다주고 있다. 고양/김명진 기자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점심식사를 가져다주고 있다. 고양/김명진 기자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5천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국내 의료체계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재택치료 기본화와 병상 추가 확보 등 정부 대책에도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은 가파르게 치솟으며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의료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거리두기 강화 등 확진자 규모를 줄이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계획 기준치 넘은 중증병상 가동률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집계를 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중증병상 가동률은 78.8%였다. 이는 1주일 전인 지난달 24일(66.2%)에 견주어 12%포인트 이상 높아진 양상이다. 수도권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89.2%로 하루 전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서울은 90.7%, 경기 87.6%, 인천 88.6%으로 90%에 육박했다. 대전(100%), 충북(97.6%), 충남(92.1%) 등 수도권과 가까운 비수도권 지역 병상 가동률도 임계치여서 수도권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옮기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하며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이 75%를 넘으면 비상계획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8일 이미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기준점을 넘었지만, 정부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버티기 중이다.

정부는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을 낮추기 위해 병상확보 행정명령 등을 내놨지만 병상가동률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그동안 내린 행정명령과 자발적 참여를 통해 12월 중순까지 중증 50병상, 준중증 190병상 등 1300 병상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병상을 확보하고 중증환자 재원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중증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게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병상확보에 힘쏟고 있지만 현장은 더이상 쥐어짤 여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일상회복지지원위) 방역·의료 분과위원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현장은 지금 코로나19 환자가 많아지고 사망자도 늘면서 병원에선 심지어 코로나로 숨진 환자가 화장장이 없어 대기하고 안치실 냉동고가 부족할 지경까지 이르렀다”며 “의료기관은 죽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심각하다고만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중환자가 중환자실 상당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살 수 있는 사람만 살리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날 담화문을 내고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회복 가능성 등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이 진행되고 있는 현행 병상 배정 방식은, 회복 가능성이 높은 환자의 치료까지 막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회복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것으로 합의된 환자들의 중환자실 입실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회복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것이라고 합의된 환자는 말기장기부전, 중증외상·화상, 심각한 뇌기능장애, 말기암, 생명을 위협할만한 심한 신체질환이 있는 자, 생존이 어려운 빈사상태의 환자 등이다. 이에 대해 이재갑 교수는 “소생가능한 사람을 선별해서 치료할 만큼 지금 위험한 상황인 것”이라며 “누구를 먼저 입원시킬 건지 우선순위와 책임소재를 어떻게 할 건지 등을 논의할 윤리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병상확보 행정명령보다 코로나 유행규모 줄여야

전문가들은 빈 병상 보상비율을 높이는 인센티브와 병상확보 행정명령 발동보단 코로나19 유행규모를 줄여 의료진과 방역체계를 정비할 여력을 우선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일상회복지원위 방역·의료 분과위원인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유행 상황이 커지면 확진자 규모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다음주와 다다음주는 상황이 더 안좋아 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유행규모를 줄이기 위해 사람간 접촉을 줄이는 정책이 나가야 한다. (국민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재갑 교수는 “소상공인들이 가게 문을 열어도 확진자가 5천명 이상 나오는 상황에선 소비심리가 굳을 수밖에 없다”며 “당장 오늘이라도 비상계획을 선포하고 자영업자들에게 확실하게 손실보상을 해주면 될 것을 정부가 어렵게 풀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일 정부가 ‘코로나19 집단면역’이 가능하다던 예방접종 80%가 달성됐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 중이다. 면연력이 떨어진 고령층을 중심으로 돌파감염이 잇따르는 탓이다. 델타 변이 확산 당시 국민 전체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것보다 면역 취약층을 중심으로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서둘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눈감은 결과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가 접종을 서두르는 것과 별개로 면역력이 생기는 4주 동안 공백을 메울 최소한의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갑 교수는 “델타 변이가 국내에 유행되기까지 2~3개월 걸린 것을 고려하면 오미크론이 국내에 퍼지기 전에 고령층은 물론 소아청소년과 전국민 추가 접종을 마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추가접종 대상자의 22%(322만명)만이 접종을 마친 상태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방역 강화 여부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은 이날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식당·카페 미접종 방문 인원 제한, 방역 패스 적용 대상 확대 등 방역 강화 여부에 대해 “이번 주 중 일상회복 지원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고 그 결과를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박준용 권지담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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