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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

한국, 이대로면 10년 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위

등록 :2021-05-10 14:34수정 :2021-05-10 16:05

세계자원연구원 자료로 추산해보니
2030년 배출량 한국 10.48t·미국 9.53t
주요 10개국 중 1위…한국 목표 상향해야할 이유 더 분명
게티이미지 뱅크
게티이미지 뱅크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강화하지 않으면 10년 뒤엔 이산화탄소 뿐 아니라 전체 온실가스의 1인당 배출량도 10대 경제국 가운데 가장 많은 나라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단법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9일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30년이 되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상위 10개국 가운데 1위가 될 것이란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 분석은 해당 국가들이 최근까지 내놓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모두 이행한다는 가정 아래 이뤄졌습니다.

이산화탄소가 그렇다면 전체 온실가스로 따져보면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후속 합의에 따른 공식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와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삼불화질소(NF3) 등 7가지 입니다. 앞의 6가지는 교토의정서에 처음부터 규정됐고, 삼불화질소는 201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8) 결정으로 추가된 것입니다.

네델란드 환경평가청(PBL)이 2019년 배출량 자료로 분석한 것을 보면, 전 세계에 배출된 온실가스에서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72.5%입니다. 세계자원연구소(WRI)가  2016년 배출량으로 분석한 결과는 74.4%입니다.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30% 가까운 나머지 온실가스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추산한 10대 주요국의 2030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한국(9.17t) 미국(8.59t), 캐나다(8.12t), 중국(7.21t), 일본(5.88t), 이탈리아(4.45t), 독일(4.43t) 순입니다. 한국이 온실가스 1인당 배출량으로도 1위를 유지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2~4위인 미국, 캐나다, 중국 정도만 따져보면 충분할 듯합니다. 일본 이후 순위의 나라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나머지 다른 온실가스의 영향을 감안해도 한국을 앞지를 가능성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유엔에 제출한 국가결정기여(NDC)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7년 배출량인 7억910만t 대비 24.4%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5억3608만t을 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이 2030년 배출량을 유엔 경제사회국(DESA)의 2030년 한국 인구 전망치 5115만20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0.48t으로 계산됩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배출량 대비 50~52%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자원연구소가 집계한 2005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8억182만t입니다. 미국 감축목표의 중간값인 51% 감축률을 적용하면, 2030년 미국이 배출할 온실가스는 33억3289만1800t입니다. 여기에 2030년 미국 인구 전망치 3억4964만2000명을 대입하면 1인당 9.53t꼴로 나눠집니다. 한국보다 1t 가까이 적습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지난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 감축 목표를 기존의 2005년 대비 30%에서 40~45%로 높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에 적용한 것과 같은 기관의 자료를 보면, 캐나다의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508만t, 2030년 예상 인구는 4083만4000명입니다.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9.33t입니다. 한국보다 1t 이상 적은 양입니다.

기후변화 연구자들은 온실가스 통계가 필요할 때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 자료보다 세계자원연구소나 유럽연합의 전 지구 온실가스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네델란드 환경평가청 자료를 주로 사용합니다.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각국이 보고한 자료를 그대로 올려 놓은 데 반해 다른 두 기관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직접 조사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보정을 해 더 신뢰성이 높다고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의 온실가스 통계를 같은 방식으로 적용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2030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국은 10.36t, 캐나다는 10.28t으로, 한국보다 적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지난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 도달’ ‘2060년 탄소 중립’이라는 기존 계획을 재확인했습니다. 2030년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미국·캐나다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 주요 10개국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분석 자료를 작성한 박훈 연구위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박 연구위원이 이산화탄소와 같은 방식으로 추산한 2030년 중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한국보다 1t 이상 적은 9.93t입니다.

만약 주요 국가들이 지금까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한다면, 2030년에는 한국이 이산화탄소 뿐 아니라 온실가스 1인당 배출량에서도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10대 주요국 가운데 1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총 배출량은 대개 해당 국가의 인구 크기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1인당 배출량은 경제 구조뿐 아니라 국민들의 생활 수준과 에너지 소비 행태까지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한국이 미국까지 제치고 주요국 가운데 1위가 되는 것은 한국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부가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하기로 한 국가결정기여(NDC)에서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 목표 상향 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이유입니다.

참고로 전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에서는 산유국들이 앞 자리를 차지합니다. 세계자원연구소의 최신 자료인 2018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를 보면,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순으로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석유와 천연가스로 주로 발전을 해 냉방과 해수 담수화 등에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2018년 미국과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순위는 각각 10위와 18위입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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