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 저장탱크들. 일본은 이렇게 저장 중인 2011년 원전 사고 오염수 132만t을 이번 봄부터 3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 저장탱크들. 일본은 이렇게 저장 중인 2011년 원전 사고 오염수 132만t을 이번 봄부터 3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면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가 4~5년 뒤 제주해역에 유입되기 시작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다만, 한국 해역의 배경농도(현재 상태에서의 기본 농도)의 100만분의 1에 못 미치는 저농도로는 방류 2년 뒤 해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16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방재학회 학술발표대회에서 이런 내용의 후쿠시마 오염수 속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삼중수소가 인체의 디엔에이(DNA)를 구성하는 수소자리에 들어가게 되면 헬륨으로 변하면서 디엔에이에 영향을 미쳐 세포 사멸, 생식기능 저하 등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국내 영향에 대한 국책연구기관 공동 시뮬레이션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가 2021년 4월 해양 방류를 결정한 뒤 이런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이전 문재인 정부와 현 윤석열 정부는 모두 “국책연구기관들이 분석 모델을 더 고도화해 실시할 것”이라는 취지로 대응해 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말까지 고도화 작업을 마친 분석 모델을 활용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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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 공동 연구팀 후쿠시마 오염수 속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 공동 연구팀 후쿠시마 오염수 속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연구 결과를 보면, 일본 동쪽에 위치한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방출되는 오염수 속 삼중수소는 강한 쿠로시오 해류에 의해 대부분 동쪽으로 이동해 미국 서해안까지 이동하면서 북태평양 전체에 확산된다. 한반도 쪽 유입은 해류 흐름이 약해 느리게 진행된다. 삼중수소가 제주 해역에 유입되는 시기는 방출이 시작되고 4~5년 뒤로 분석됐다. 한반도가 일본과 가까이 있지만, 태평양 연안보다 방출 오염수 영향을 받는 시기가 늦어지는 것은 해류 영향으로 바닷물이 일본 동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일본 서쪽에 위치해 있어 태평양 쪽으로 확산이 어느 정도 이뤄진 뒤, 영향권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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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시작되고 10년 뒤면 제주 해역에 유입되는 삼중수소 농도는 물 1㎥ 당 약 0.001Bq(베크렐·방사능 단위) 안팎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농도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조사한 국내 해역 평균 삼중수소 농도(배경농도) 172Bq/㎥의 10만분의1 수준이다. 연구팀은 “해당 농도는 분석기기로 검출하기 힘든 농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입되는 시기는 매년 해류의 특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시뮬레이션에서는 방출 2년 뒤에 해류의 영향으로 배경농도의 100만분의 1에 못미치는 0.0001Bq/㎥의 저농도로 일시 유입되는 형태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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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김경옥 해양과기원 책임연구원은 “해류는 꾸준히 흐르지 않고 계절별 변동이 있다”며 “방류 2년 뒤 일시적으로 삼중수소가 유입되는 이유도 이 시기 해류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 공동 연구팀 후쿠시마 오염수 속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 공동 연구팀 후쿠시마 오염수 속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이 시뮬레이션 결과는 앞서 중국에서 벌인 시뮬레이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21년 중국 천연자원부 제1해양연구소 연구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연구팀의 시뮬레이션에서 삼중수소는 오염수 방류 5년후 약 0.001 Bq/㎥의 농도로 한국 관할 해역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 칭화대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일본 동쪽 태평양 해역에 나타날 농도의 100분의1 수준의 삼중수소가 10년 뒤 한국 해역에 도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해양과학기술원과 원자력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출된 삼중수소는 10년 후 북태평양 전체로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중국의 오염수 확산 시뮬레이션 연구와 비슷한 결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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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뮬레이션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약 1㎞ 앞바다에 삼중수소를 다음 달부터 10년 간 매년 22조Bq씩 방류하는 것을 가정해 이뤄졌다. 22조Bq은 일본이 계획한 연간 최대 방출량이다.

이번 시뮬레이션 분석은 삼중수소의 확산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방류되는 다양한 방사성 물질(핵종)들이 생물체 먹이사슬을 타고 축적되며 이동하는 과정은 고려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분석은 오염수 방류가 환경에 끼치는 전체 영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방류하려는 오염수 속에는 삼중수소 이외에도 다양한 방사성 물질들이 함유돼 있다.

일본 도쿄전력은 이번 봄부터 방류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밝혀왔지만, 오염수 모니터링 계획 변경에 대한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토가 길어지면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 발표를 두고 환경단체와 야당 쪽에서는 “이번 시뮬레이션만으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며 옳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분석 모델에 입력된 일본 쪽 자료를 신뢰할 수 없는데다 방사성 물질의 생물학적 농축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에서 “100여개의 해양연구소가 소속되어 있는 전미해양연구소협회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자료는 오염수가 보관되어 있는 각 탱크의 방사성 핵종 함량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의 부재,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성능 부족’ 등을 근거로 일본정부의 자료와 계획을 신뢰하고 있지 않다”며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바닷물의 방사성 물질 농도만으로 평가해서 안 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저지 대응단도 시뮬레이션 결과 공개 뒤 “일본의 엉터리 데이터 검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응단은 입장문에서 “일본의 엉터리 데이터와 주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결과여서 신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일본정부에 검증 가능하고 투명한 후쿠시마 오염수 데이터를 요구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저지를 위한 잠정조치 등 국제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