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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

이번 세기에 빙하가 무너진대도, 이상할 게 없다

등록 :2022-10-18 08:00수정 :2022-10-19 11:43

[조천호의 파란하늘]
‘최후의 심판일’(둠스데이) 빙하라는 별명을 가진 남극 스웨이츠 빙하. 위키미디어코먼스
‘최후의 심판일’(둠스데이) 빙하라는 별명을 가진 남극 스웨이츠 빙하. 위키미디어코먼스

현재 지구 가열로 인해 서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가 깨질 수 있는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다. 이번 세기에 이들 빙하가 무너진다고 해도 이상스럽지 않을 정도다. 그렇게 되면 해수면 상승은 지금처럼 점진적이지 않고 급변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해수면 상승은 두 가지 요인으로 일어난다. 하나는 남극과 그린란드의 육상 빙하가 녹는 것이고, 또 다른 주요 요인은 열팽창이다. 열팽창이란, 해양이 지구 가열의 90% 이상을 흡수함에 따라 물이 따뜻해져 부피가 팽창되는 것을 말한다.

1900년 이후 해수면은 20㎝ 정도 상승했다. 지금까지 해수면 상승에서 열팽창이 큰 구실을 했다. 그런데 1993년 50%를 차지했던 열팽창의 기여도가 2014년 이후 30%로 줄었다. 반면 해수면 상승 원인으로 빙하가 녹는 비율은 커지고 있다. 빙하가 녹을 때, 단순히 얼음 표면에서만 녹는 것이 아니라 얼음이 깨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깨진 얼음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물에 접하는 얼음 표면적이 넓어지므로 더 쉽게 녹는다. 이는 얼음을 깨뜨려 물그릇에 넣으면 빠르게 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빙하는 대륙 위에 두껍게 쌓여 있는 빙상(ice sheet)과 그 가장자리로 바다에 돌출되어 떠 있는 빙붕(ice shelf)으로 나뉜다. 빙상은 면적이 5만㎢(남한 면적의 약 절반) 이상인 거대 얼음평원으로 대부분 남극과 그린란드의 육지 위에 펼쳐져 있다. 빙상은 내린 눈이 축적되는 양과 얼음이 녹거나 해안에서 얼음이 깨지는 양과의 균형으로 유지된다. 빙상은 바다를 향해 흘러내려 해안에 도달해 빙붕을 형성한다. 빙붕과 바다가 접하는 곳에서 얼음이 녹는다. 하지만 빙상으로부터 계속 얼음을 공급받기 때문에 빙붕의 크기와 두께(300~900m)를 유지할 수 있다. 빙붕은 해수온도 상승이 빙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벽 역할을 한다. 이는 차량정체를 일으키는 속도가 느린 자동차와 비슷하다. 빙붕은 그 뒤에 있는 빙상이 흘러내리는 속도를 줄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면적보다 약 60배 더 넓은 남극 대륙은 지구 얼음의 90%를 가지고 있다. 남극 빙하의 평균 깊이는 약 2.6㎞, 가장 두꺼운 깊이는 약 4.8㎞에 달한다. 이 빙하가 다 녹으면 해수면이 57m 상승한다.

남극 대기는 따뜻해지고 있으나 여전히 빙하를 유지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춥다. 남극 빙하가 녹는 것은 바다가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극 기준에서 “바다가 따뜻하다”는 것은 “얼어붙지 않는 정도”를 의미하지만, 빙붕을 얇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서남극의 많은 지역은 해수면 아래에 있어 빙붕이 잘 발달해 있다. 그중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가 대표적이다. 이 빙하 넓이는 약 19만2천㎢로 한반도(약 22만㎢)보다 조금 작다.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 대륙 안쪽으로 기울어진 기반암 위에 있다. 빙붕 하부와 기반암이 만나는 지점을 접지선(grounding line)이라 한다. 빙붕 아래로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어 빙붕 하부가 녹는다. 이에 따라 접지선이 경사진 기반암을 따라 빙하 안쪽으로 후퇴하여 기반암 위에 있던 빙하는 물 위에 뜨게 된다. 빙하는 기반암 위에 있을 때보다 물 위에 떠 있을 때 더 빨리 이동한다. 결국 내륙 빙상이 바다로 밀려 나오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이를 ‘해양 빙상 불안정’(Marine Ice Sheet Instability, MISI)이라 한다.

빙하의 장엄한 모습 중 하나는 바다 위에 노출된 빙하 절벽이 쪼개져 무너지는 것이다. 이 붕괴는 빙붕 밑면이 녹는 것과 함께 빙붕 표면에 녹은 물이 얼음 속으로 스며들어 쐐기 모양으로 깊은 균열을 일으키는 ‘수압-파쇄’(hydro-fracturing)로 인해 일어난다. 얼음 절벽 높이가 해수면 위 100m 정도를 넘는 경우 그 자체 무게를 지탱할 수 없다. 얼음 절벽이 무너지고 난 후 그 안쪽 더 높은 얼음 절벽이 바다에 노출된다. 얼음 절벽이 더 높아질수록 빙하 붕괴도 더 크게 일어난다. 이 과정을 ‘해양 얼음 절벽 불안정성’(Marine Ice Cliff Instability, MICI)이라고 한다.

해양 빙상 불안정성(MISI)과 해양 얼음 절벽 불안정성(MICI). (a) 빙붕 아래로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어 빙붕 가장자리가 얇아지며 기반암은 빙상 안쪽을 향해 경사져 있으므로 접지선이 대륙 안쪽으로 후퇴한다. (b) 얼음 절벽이 충분히 높으면(해수면 위 약 100m) 절벽 응력(stress)이 얼음 강도를 초과하여 얼음 절벽이 붕괴한다. 출처: IPCC SROCC(2019) CB8.1
해양 빙상 불안정성(MISI)과 해양 얼음 절벽 불안정성(MICI). (a) 빙붕 아래로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어 빙붕 가장자리가 얇아지며 기반암은 빙상 안쪽을 향해 경사져 있으므로 접지선이 대륙 안쪽으로 후퇴한다. (b) 얼음 절벽이 충분히 높으면(해수면 위 약 100m) 절벽 응력(stress)이 얼음 강도를 초과하여 얼음 절벽이 붕괴한다. 출처: IPCC SROCC(2019) CB8.1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 대륙 안쪽에 인접한 서남극 빙상(West Antarctic Ice Sheet, WAIS)이 무너지지 않도록 한다. 곧 따뜻한 바닷물이 대륙 빙하를 녹이지 않도록 막아 주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병뚜껑’(스웨이츠 빙하)이 없어지면 병 속에 담긴 ‘내용물’(서남극 빙상)이 밖으로 흘러나온다. 스웨이츠 빙하가 무너지면 해수면을 65㎝가량 끌어 올릴 수 있지만 서남극 빙상이 붕괴하면 3.3m까지 해수면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지구가열 1.5도에서 2도 사이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이미 스웨이츠 빙하는 금 간 자동차 유리와 같이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산산조각이 나면서 붕괴할 수 있는 상태이다.

한편 그린란드 빙하는 남한 면적의 17배 규모로 전 세계 담수의 약 8% 정도를 가지고 있고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이 7m 상승할 수 있다. 이 빙하는 1990년부터 녹기 시작하여 2000년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린란드의 얼음 손실은 2000년 이전보다 약 4배 더 커졌다.

그린란드 빙하는 남극 빙하와 다른 방식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린란드 빙하 대부분은 육지 위에 있고 물 위에 떠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즉 서남극처럼 빙붕이 발달하지 않아 해수온 상승으로 빙하가 무너지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린란드는 대기가 따뜻해져 빙상 표면이 녹아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얼음이 녹은 물은 빙상 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 녹은 물이 빙하의 갈라진 틈새로 스며든다. 물은 얼음보다 밀도가 높으므로 일단 틈새 안으로 들어가면 그 틈새를 더 벌리는 압력으로 작용해 결국 빙하가 깨진다. 한 번 부서진 빙하는 더 많은 틈새가 생기고 또다시 무너져 내린다. 어떤 곳에서는 녹은 물이 1500m 이상 아래의 기반암까지 떨어진다. 빙상 바닥까지 스민 물이 윤활작용을 하여 빙상 자체가 거대한 썰매처럼 바다로 미끄러진다. 이에 따라 그린란드 빙하가 녹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과거 자연적인 기후변화로도 해수면 높이가 변했다. 커다란 얼음덩이를 여름철 땡볕에 놓아두어도 바로 다 녹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빙하는 깊이가 수 ㎞인 거대한 얼음덩이이므로 기온상승과 평형을 이뤄 녹는 것이 멈추기까지는 수천 년이 걸린다. 빙하가 녹는 수천 년 동안은 해수면 상승이 계속된다. 지구 평균기온이 1850~1900년보다 0.5~1.5도 더 높았던 지난 마지막 간빙기인 약 12만년 전에는 해수면이 현재보다 5~10m 높았고 2.5~4도 더 높았던 약 300만년 전에는 해수면이 5~25m 더 높았다. 이는 기온이 1도 상승한 현재 상태에서 기온이 더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해수면 상승이 21세기 이후에도 지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만년 전 빙기에서 간빙기로 변하는 과정은 1만년이 걸렸다. 이때 전 지구 평균 기온은 4~5도 상승했고 해수면은 약 120m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빙하가 붕괴하여 해수면이 100년에 4.5m나 되는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도 했다. 인류는 화석연료를 태워 빙기에서 간빙기로 바뀔 때보다 이미 20배 이상 더 빠르게 지구를 데우고 있다. 빠른 기온 상승만큼 빙하 붕괴도 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1901~1971년에 연간 1.3㎜였고 1971~2006년에는 연간 1.9㎜로 높아졌으며 2006~2008년에는 연간 3.7㎜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서 1995~2014년 대비 2100년 해수면은 미래 시나리오에 따라 0.5~0.9m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은 지구가열에 따라 빙하 표면이 점진적으로 녹는 경우이다. 여기에 빙하 붕괴를 함께 고려한 고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서는 2100년까지 2m 그리고 2150년까지 5m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 범람, 기반 시설 파괴와 대형 폭풍해일을 일으키고 바닷물이 스며들어 저지대 농경지를 파괴한다. 인류의 3분의 1 이상이 해안선에서 100㎞ 이내에 살고 있다. 6억명이 넘는 인구가 해발고도 10m 아래, 이 가운데 1억5천만명은 1m 이내에서 산다. 전 세계 강 하구 삼각주 비옥한 땅에 3억명 이상이 거주한다. 이들 중의 상당수는 개발도상국 사람이므로 식량 부족을 겪을 수 있다. 특히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태평양과 인도양 섬나라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많은 나라가 전쟁으로 사라진 적은 있었지만 물리적 변화에 의해 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20개 중 13개가 해안에 있다. 그 대부분은 해상운송에 의존하던 시기에 건설됐기 때문에 해발 3m 미만의 강 하류에 자리잡고 있다. 해수면이 0.3~1m 올라가도 저지대 해안의 수많은 도시가 만조와 폭풍해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해수면이 1.3m 상승하면 베네치아와 뉴올리언스처럼 고도가 낮은 도시가 바닷물에 잠기게 될 것이다. 3m까지 올라가면 샌프란시스코, 암스테르담, 마이애미 등 해안 도시들이 소멸할 전망이다. 해발 3m 이상에 자리잡은 도시라 할지라도 해수면 상승으로 훨씬 자주 훨씬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가 대부분 산지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주요 항만과 공단이 해안에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남한에서는 서울의 1.6배 되는 면적이 침수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 지속가능성 자문기관 ‘에이아르이’(Asia Research and Engagement, ARE)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53개 주요 항구들이 직면한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분석했다. 2100년에 해수면이 0.3~0.8m 상승하고 더 강력해진 태풍으로 폭풍해일이 닥치는 상황을 고려했다. 이 경우 항만시설 제방을 1.6m~2.3m로 높일 때 들어가는 비용을 추정했다. 광양항이 아시아 항구 중 가장 큰 비용인 16억1400만~35억6400만 달러가 필요하고, 중국 톈진항에 이어 부산항도 9억4000만~14억8800만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인류는 매년 약 40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그린란드에서 약 2800억톤과 남극에서 약 1250억톤의 빙하를 녹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인구 80억명 각자가 매년 그린란드 빙하 35톤과 남극 빙하 16톤을 녹이는 양이다. 기온 상승만큼 점진적으로 녹는 수준에서도 그러하며 이것조차 중단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빙하가 무너져 급변적으로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다.

우리는 빙하에 영향을 미치지만, 빙하는 우리에게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세상 대부분은 해수면을 따라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빙하가 무너지면 우리 세상도 무너진다. 지속할 수 있는 미래 희망이 무너질지는 무너지는 빙하를 우리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cch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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