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주환 의원(국민의힘)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프랜차이즈 카페 14곳과 패스트푸드 업체 4곳에서 지난해 사용한 일회용컵이 10억2천389만1천여개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17~2019년 연평균 사용량(7억 8484만5000개)과 2020~2021년 연평균 사용량(9억 9556만9000여개)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주환 의원(국민의힘)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프랜차이즈 카페 14곳과 패스트푸드 업체 4곳에서 지난해 사용한 일회용컵이 10억2천389만1천여개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17~2019년 연평균 사용량(7억 8484만5000개)과 2020~2021년 연평균 사용량(9억 9556만9000여개)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연합뉴스

정부가 12월부터 전국 체인형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제과점 등에서 시행하기로 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또다시 연기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지난 6월 시행하기로 했으나 준비 부족으로 연기된 터라, 제도 자체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는 23일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12월2일부터 시행하되,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확대 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환경부는 제주도와 세종시 등 선도 지역에서 소비자가 텀블러 등 다회용컵을 가져가면 할인해주는 것처럼 포인트를 제공 혜택을 주기로 했다. 매장에는 개당 6.99원의 보증금 환불 표시 라벨 구매비와 개당 3원인 보증금 카드수수료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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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를 일회용컵에 주문할 때 음료값에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더 내고, 빈 컵을 반납하면 이 돈을 돌려받는 제도다.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제과점 등 총 79개 사업자 105개 브랜드, 전국 3만8천여곳이 적용 대상이다.

정선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국장은 22일 사전 브리핑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으며 기술적인 부분과 제도와 시스템에 문제가 상당히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제주도와 세종시 선도 사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진행된 이해관계자 간담회에서는 적용 대상을 두고 의견이 불일치했고, 환경부는 입장을 갖고 논의를 주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제도 성공에 꼭 필요한 일회용컵 무인회수기의 개발과 보급도 늦어진 것도 원인이다. 올해 무인회수기 50대 설치가 예정돼 있고, 내년 예산에 편성된 것은 1500대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지난 21일 열린 제4차 합동간담회에 ‘제주, 세종 시범 실시안’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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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 때부터 추진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이번 정부 국정과제로도 포함됐다. 하지만 시행 3주를 앞두고 준비 부족으로 전격 유예됐고,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2월에는 꼭 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또 구체적인 일정도 내놓지 않고 연기함으로써, 이 제도에 참여하는 프랜차이즈 본사 및 업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시행이 불확실하다’는 신호를 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이미 다회용컵 사용이 상당히 활성화된 곳이고, 세종시는 정부기관에서 일회용품 반입 금지만 해도 제도의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두 지역에서 선도 사업을 벌이는 것도 안이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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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소비자연대 등 환경단체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즉각 시행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허승은 녹색사회팀장은 “이번 유예 결정으로 정책의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며 “환경부가 정책 방향을 갖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나가야 하는데, 국정과제도 이행 못 하는 무능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