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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구장도 잠긴다…축구장 덮친 기후위기는 인과응보

등록 :2022-08-02 16:56수정 :2022-08-03 02:37

이상 기후에 신음하며 대가 치르는 축구계
맨유 프리시즌 투어에 350가구 1년 치 탄소 배출
FIFA·UEFA, 204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 선언
EPL 구단들, 새 유니폼 안 찍고 종이 티켓 없애
이상 기후현상으로 피해를 보고 대처 방안을 강구하는 잉글랜드 축구 구단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플레이 온>의 한 장면. 유튜브 예고편 화면 갈무리 
이상 기후현상으로 피해를 보고 대처 방안을 강구하는 잉글랜드 축구 구단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플레이 온>의 한 장면. 유튜브 예고편 화면 갈무리 

영국 노스요크셔 지방의 소규모 축구 구단 태드캐스터 알비온 AFC는 2020년 이후에만 안방 구장 잉스 래인 일대가 7차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점점 빈번해지는 홍수는 구단의 존립을 어렵게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플레이 온>에서 앤디 찰스워스 태드캐스터 구단주는 “이것은 명백한 기후변화의 결과”라면서 “슬픈 건 우리 구단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 전역, 전세계 곳곳의 축구팀들이 폭염과 폭풍 등 이상 기후에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워스 구단주의 말처럼 태드캐스터가 직면한 위기는 그들만의 불행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기후위기 연구 네트워크 ‘신속한 전환 연합’(Rapid Transition Alliance)이 2020년 내놓은 유명한 보고서 ‘시간에 맞서 경기하기’를 보면 앞으로 30년 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풋볼리그(EFL)에 소속된 92개 구단 중 약 4분의 1(23개 구단)이 안방 구장의 침수 위험에 내몰리게 된다. 여기에는 런던을 연고로 한 첼시의 스탬포드브리지를 포함해 웨스트햄, 풀햄, 사우샘프턴 등의 구장이 포함된다.

올여름 유럽을 불태우고 있는 기후위기 청구서가 축구 등 스포츠계 앞에도 당도한 것이다. 전 인류의 탄소배출량 가운데 스포츠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0.3∼0.4%로 추산된다. 덴마크의 탄소배출량에 맞먹는 양이다. 가장 거대한 스포츠 조직을 통해 운영되는 축구 산업의 책임은 막대하다. 방문 경기나 프리시즌 투어를 떠나는 프로구단의 비행 이동,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이동, 대형 스타디움 건설과 운영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자원, 매 시즌 새로 찍어내는 유니폼 등 모든 분야에서 줄기차게 탄소발자국이 찍혀 나온다.

<디 애슬레틱>의 지난 1일 보도를 보면 이번 프리시즌 기간 타이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오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약 18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35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에 맞먹는 양이라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프로 구단의 잦은 비행 이동은 유럽에서 곧잘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다. 프랑스의 카리마 델리 유럽 의회 의원은 기차로 1∼2시간 거리 방문 경기를 떠나는데 비행기를 이용한 파리 생제르맹과 올림피크 리옹을 비판하기도 했다.

독일의 축구팬 단체 ‘운서 푸스발’의 대표들(오른쪽)이 지난 2020년 8월 프리츠 켈러(왼쪽) 독일축구협회(DFB) 회장에게 50만 명의 독일 축구팬과 2500개가 넘는 팬클럽이 서명한 프로축구사업 개혁안을 전달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DPA 연합뉴스
독일의 축구팬 단체 ‘운서 푸스발’의 대표들(오른쪽)이 지난 2020년 8월 프리츠 켈러(왼쪽) 독일축구협회(DFB) 회장에게 50만 명의 독일 축구팬과 2500개가 넘는 팬클럽이 서명한 프로축구사업 개혁안을 전달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DPA 연합뉴스

그마저도 구단의 비행 이동은 전체 탄소배출량의 일부에 불과하다. 월드컵이나 챔피언스리그 등 거대한 행사에 맞춘 팬들의 이동과 소비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심각성을 인지한 축구 단체·구단·선수들의 크고 작은 실천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은 지난해 11월 유엔 기후변화 회의(COP26)를 통해 마련된 스포츠의 기후 행동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40년에는 탄소중립을 완성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팬들의 풀뿌리 조직 입김이 센 독일에서는 50만명의 축구팬이 나서서 독일축구연맹(DFB) 등에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을 마련하고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하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잉글랜드의 브렌트퍼드는 이번 시즌 새로운 유니폼을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언은 종이 없는 입장권과 물 없는 소변기 등을 도입했다. <디 애슬레틱>은 한 활동가의 입을 빌려 “슈퍼리그와 마찬가지로 기후위기 역시 축구의 종말이다. 우리가 그때처럼 힘을 모으지 못할 것이 무엇인가”라고 보도했다. 슈퍼리그는 유럽 12개 빅클럽이 모여 새롭게 만들려던 리그였으나 팬들의 거센 반발을 사면서 약 사흘 만에 창설이 무산된 바 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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