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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

나비가 사라진다… 2022년 봄, 자연의 경고 들리나요

등록 2022-04-06 04:59수정 2022-04-13 01:31

[최우리의 별 헤는 지구]
따뜻한 가을이 길어지면…나비는 봄에 잘 날지 못했다

나비 번데기, 기후변화로 가을 기온 오르고 길어지면
겨울철 에너지 소모 크고 겨울 지난 뒤 생존율 감소
스웨덴·핀란드 대학 연구자들 논문 발표
입춘을 하루 앞둔 지난 2월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나비정원에서 다양한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입춘을 하루 앞둔 지난 2월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나비정원에서 다양한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의 특징은 온난화입니다. 전지구적으로 기온이 상승해 우선 극 지방의 얼음을 녹이고, 겨울이 길고 추운 툰드라 지역의 눈밭을 녹입니다. 중위도 지역에서는 여름 폭염과 함께 가을 같이 포근한 겨울이 길어지는 지역이 늘어납니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국에서는 여름 같은 가을, 가을 같은 겨울을 보내다 어느새 봄을 맞기도 하지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몸으로 느끼는 이들은 바로 자연의 생명입니다. 최근 외국 대학 연구원들이 기후변화가 나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나비들도 여름과 가을, 가을과 겨울의 경계가 흐려져 따뜻한 가을이 길게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정작 겨울 이후에는 체력이 떨어지거나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존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올봄 꿀벌이 사라진 한국의 현실과 닿아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봄나비가 사라진다?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핀란드 오울루 대학 등의 연구진은 지난달 31일 영국 생태학회지 ‘기능생태학’에 논문 ‘길고 따듯한 가을은 겨울 이후 곤충의 체력을 감소시킨다’를 게재했습니다. 외신들도 이 논문을 소개했습니다.

연구진은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 흔한 흰나비과 나비(Green-veined white)의 번데기 청 811개를 실험실에서 15도, 20도, 25도로 각기 다른 환경과 1~16주로 각기 다른 기간으로 노출시켰습니다. 서로 다른 기온과 기간을 가정해 다양한 가을철 조건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한 것입니다. 25도는 스페인 남부지역의 초여름같은 가을 기온을 고려했습니다. 그 뒤 459마리 번데기를 24일 동안 똑같은 겨울철 환경 조건(2도)에 노출시켰습니다.

그 결과 오랜 기간 따뜻한 환경에 노출된 번데기의 몸무게가 더 적게 나갔습니다. 자연에서 몸무게는 곧 건강함 또는 생존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가벼운 중량의 번데기에서 태어난 나비들은 다음 봄에 성체로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사실도 연구진은 확인됐습니다.

실험 조건을 높은 기온으로 더 긴 기간을 설정했을 경우 이후 건강하게 생존하는 성체 비율이 떨어졌다. 논문 갈무리
실험 조건을 높은 기온으로 더 긴 기간을 설정했을 경우 이후 건강하게 생존하는 성체 비율이 떨어졌다. 논문 갈무리

실험실이라는 한계와 번데기 시절이라는 제한을 두었지만, 온난한 동절기가 이어지면 겨울잠을 자며 체력을 보충하도록 진화해 온 생명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봄철에 생존해 활동하는 에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생물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봄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나비가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합니다.

겨울잠을 자는 곤충에게 따뜻하고 긴 동절기는 스트레스

스톡홀름 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한 핀란드 오울루(Oulu) 대학의 매튜 닐슨 박사도 이 연구의 결과를 위험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는 대학의 보도자료에서 “기후변화는 가을을 따뜻하고 오래 지속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1년 중 한 시기에 경험한 스트레스 상태가 1년 중 다른 시기에도 부정적 결과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한 계절의 변화와 다른 계절의 결과를 연관지었다”라고 연구 결과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활동적인 동물들보다 에너지를 덜 사용하지만, 그들은 따뜻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때는 잃어버린 에너지를 대체할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나비가 짝을 찾는 능력이나 알 낳는 능력과 같이 나비의 생태 환경에 계절 변화가 부정적 영향을 추가로 미치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5일 속초지역 한 관공서 정원의 개화한 벚꽃에서 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속초지역 한 관공서 정원의 개화한 벚꽃에서 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봄…자연의 경고가 들리나요

한국에서도 꿀벌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낮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오르는 3월말 4월초면 남쪽 지역부터 벌들이 깨어나고, 5월 아카시아꽃이 만개할 무렵 아카시아꽃꿀을 따러 열심히 일하는 게 꿀벌의 일상입니다. 

벌의 일상이 무너진 이유를 모두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기에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무엇이 벌들을 괴롭히는지 농민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도시양봉을 직접한 적이 있습니다) 열심히 꿀을 따야하는 봄철에 비가 오면 꿀벌 등에 올라타 수액을 빨아 먹는 해충(응애)이 늘어나는 장마철 건강 관리를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겨울잠을 자며 체력을 잘 비축해야 하는데 평년보다 겨울이 따뜻해 생체리듬을 잃어버린 꿀벌들은 잠을 자지 않고 외출을 하는 식으로 이상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변화가 벌에게 직접적 사인이 되지는 않겠지만 계속 스트레스로 누적돼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해충이나 화학약품에 버틸 기초 체력을 빼앗아 갈 수 있다고 학자들도 경고합니다. 열매를 수정해주는 벌과 나비가 사라지면 다음은 열매맺는 나무들이 수정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식량위기로 사람도 고통받을 수 있습니다.

생태계의 변화를 민감하게 살피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서울 벚꽃이 지난해만큼 일찍 피지 않았지만 지난 30년의 평년보다는 5일 빨랐습니다. 국립수목원은 이미 지난 2020년 최근 10년 동안의 조사 기록을 토대로 온난화로 한반도 식물들의 단풍, 낙엽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나비 논문 바로 읽기 ▶DOI: 10.1111/1365-2435.14037

관련 기사 ▶2022년 봄 꿀벌은 왜 ‘집단 실종’됐나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34843.html

관련 기사 ▶일찍 피고 늦게 지고…식물이 먼저 느낀 기후변화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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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서울 벚꽃 개화…평년보다 나흘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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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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