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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

탄소중립 세계 14번째 법제화…2030년 감축목표는 기대 못미쳐

등록 :2021-08-31 19:18수정 :2021-08-31 20:12

31일 탄소중립기본법 국회 본회의 의결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
미국·EU 등 주요국 목표와 비교했을 때
‘2017년 대비 40% 감축’으로 끌어올려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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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은 유럽연합, 스웨덴,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스페인,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됐다. 국민의힘, 정의당 등 야당 반대 속에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심사·통과된 탄소중립기본법은 정부에 2018년 배출량 기준 최소 35%를 넘는 수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도록 했다.

이날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재석한 167명 의원 중 찬성 109명, 반대 42명, 기권 16명이었다.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법안이 통과됐다.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법안이 통과됐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제7조에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여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고 환경과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국가비전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 열 달 만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달성을 정부 의무로까지 규정하지는 못한 점은 한계로 남겼다. 앞서 여야 의원들이 낸 8개 법안 가운데 5개 법안이 ‘달성하여야 한다’고 강행규정을 명시했으나,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가비전으로 한다’는 어정쩡한 표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법 제8조는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35% 이상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고 명시했다. 정부가 오는 11월 유엔에 제출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하한선을 설정한 것이다. 2018년 배출량(7억2760만톤)에서 35%를 감축하고 남는 배출량은 4억7290만톤이다. 이 하한선은 2017년 배출량(7억910만톤)을 기준으로 할 때 24.4% 감축한다는 기존 목표를 33.3% 감축으로 강화한 것과 같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탄소중립기본법 논의 내내 최대 쟁점이었다. 시민환경단체와 정의당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권고에 부합하게 2010년 배출량 대비 50% 이상 감축 목표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2030년 온실가스 최대 배출량은 3억2820만톤으로, 2017년 배출량 대비 53.8% 감축과 같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2017년 대비 최소 40% 감축 목표 설정을 촉구했다. 탄소중립기본법에 최종 명시된 2018년 대비 35%는 여기에 크게 못 미친다.

기본법에서 감축 기준년도를 2018년으로 옮긴 것은 2017년보다 배출량이 1800만톤 가량 많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배출량이 많은 해를 기준년도로 할수록 감축량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들이 유엔에 제출한 NDC 기준년도가 유럽연합 1990년,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2005년, 일본 2013년 등으로 제각각인 이유다.

한국이 2018년 대비 35%를 감축 목표 하한선으로 설정한 것은 이후 확정 과정에 상향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게 국회와 정부 쪽 설명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안호영 의원은 “30~40% 범위로 해야 된다는 정부 의견도 있고, 국제적 상황을 감안할 때 45%나 50% 수준까지 해야한다는 위원들 내부 의견도 있었다. 최저선을 35%로 해서 상한을 열어두는 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도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가 35%로 정한 것은 (앞으로)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여러 이해관계 당사자와 국민들이 더 논의할 수 있게 배려한 점도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0월까지 탄소중립위원회에서 확정하고, 11월 유엔에 제출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해 왔다. 국회에서 35% 하한선을 담은 법이 통과되면서 정부 NDC 검토안 가운데 35%에 미달하는 안은 제외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32.5% 감축안도 만들어 보려 했는데 이제는 35%를 최저선으로 해서 37.5% 감축, 그 보다 좀더 높은 감축안 등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간 1760만톤 감축해야…“석탄발전만 줄여도 가능”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잠정 추계한 202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4860만톤이다. 기본법에 규정된 감축 하한선 배출량 4억7290만톤에 맞추려면 올해 포함 10년 동안 모두 1억7570만톤, 해마다 1760만톤 정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계는 감축량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염두에 둔다면 이마저도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2030년 배출량 추정치는 4억5480만톤이다. 10년 동안 2억톤 가까이 줄여야 하는 양이다.

법 통과 이전에 만들어진 감축 목표(2017년 대비 24.4% 감축)의 2030년 배출량 목표는 5억3600만톤이다. 2018년 대비 35% 감축은 여기에서 6310만톤을 더 줄여야 한다. 이창훈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 정도의 추가 감축은 에너지 전환 부문 감축 잠재량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비용이 상승해서 어렵기는 하겠지만 전환 부문에서 많이 감당해주고 산업 부문에서도 함께 노력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잡은 2030년 석탄발전 비중 29.9%를 절반 수준인 15%로 줄이기만 하면 4260만~7260만톤 추가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18년 배출량 기준 최저 35% 감축에 대한 여론은 양쪽으로 맞서 있다. 지난 19일 탄소중립기본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마자 주요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국민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일반 국민, 특히 미래세대 사이에는 더 빠르고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2030년 NDC 최종 결정에는 이런 상반된 여론과 함께 국제사회 요구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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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한국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 국가 능력에 걸맞은 감축 목표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세계 11위, 1인당 배출량으로 따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위다. 역사적 책임 척도인 1951년 이후 누적 배출량으로 따져도 세계 17위에 해당한다. 온실가스 감축 능력에 대한 최종 판단 기준은 결국 감축 비용을 감당할 경제력이다. 한국은 2020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협정 당사국들에게 2030년 감축 목표를 높여 다시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1990년 대비 40%에서 55%로, 영국은 1990년 대비 57%에서 68%로 감축률을 높인 새 NDC를 유엔에 제출했다. 지난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도 감축 목표 상향 발표가 이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협정 탈퇴로 새 NDC를 제출하지 않았던 미국은 기후정상회의 개막일에 맞춰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 감축 목표를 담은 새 엔디시를 제출했다. 2016년 오바마 대통령 당시 처음 제출한 감축 목표는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였다. 일본은 2013년 대비 26% 감축 목표를 46%로 높이겠다고 밝혔고, 영국은 1990년 대비 78%까지 줄이겠다는 2035년 감축 목표까지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은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2017년 대비 24.4%’로 표현만 바꿔 제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동일하다. 이에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안에 감축 목표를 추가 상향해 제출하겠다”고 했고, 주최국이어서 더욱 주목 받은 P4G 서울정상회의에서는 제출 시점을 오는 11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으로 특정했다. 이런 이벤트를 거쳐오면서 한국의 새 감축 목표에 대한 국제사회 기대와 관심은 높아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이 선을 그은 ‘2018년 대비 35% 감축’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주요국 비교할 때 ‘2017년 대비 40% 감축’은 돼야

한국이 NDC에 담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적당할까?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싸움에서 공정한 책임을 다하려면 기존 NDC 감축 목표를 2배 이상 높여야 할 것으로 본다. 각 나라 감축 목표를 평가 분석하는 전문조직인 기후행동추적(CAT)은 세기말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1.5도 이내로 억제되려면 한국의 2030년 배출량이 2017년 대비 58%까지 줄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실적으로 다른 나라 감축 목표와 상향 수준도 중요한 고려 요소일 수밖에 없다. 이창훈 선임연구위원이 주요 국가 2030년 감축 목표 기준년도를 2017년으로 통일해 계산해 본 결과, 대부분 기존 한국 감축 목표(24.4%)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연합 감축률(24.5%)은 한국과 조율이라도 한 듯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고, 영국과 일본도 각각 22.1%와 20.7%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들이 지난해와 올해 사이 상향 조정한 감축 목표도 2017년을 기준년도로 재계산하면 대부분 40%대 비슷한 감축률을 보인다. 미국 44.1%, 유럽연합 43.4%, 일본 42.2%, 영국 47% 등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런 나라들의 NDC 상향 수준,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선형 감축선상의 2030년 배출량이 2017년 대비 39.4% 감축한 수준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국이 국제사회에 내놓을 새 NDC 감축률은 2017년 대비 40% 내외 수준은 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자정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법을 의결하면서 기후운동단체와 정의당 등은 이 법의 통과를 반대했다. 31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반대 토론을 통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0년 배출량 대비 45% 이상을 감축해야 국제 권고 기준에 부합한다. 이 기준을 한국에 적용하면 ‘2018년 기준’으로 다시 환산하면 50.4% 수치가 나온다”며 “이번 탄소중립법 대안은 고작 ‘2018년 대비 35% 이상’이다. 전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또 “탄소배출원을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기후법의 제명과 각 조항에 이명박 정부의 국토 파괴 망령인 ‘녹색성장’을 굳이 집어넣은 이유가 무엇이냐. 녹색성장은 탄소중립 목적을 훼손하고 되레 기후위기를 위협하는 그린워싱 용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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