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1일 오후 4시께 캄보디아 툼링 레드플러스 시범사업 구역 남쪽 끝 수자원 산림 보존 구역에서 최근에 벌채가 이뤄진 장면. 환경·인권 운동가이자 캄보디아 인권태스크포스(CHRTF) 대표 욱 렝이 이끈 조사팀이 촬영하고 지피에스(GPS)로 기록했다. 욱 렝 제공
6월21일 오후 4시께 캄보디아 툼링 레드플러스 시범사업 구역 남쪽 끝 수자원 산림 보존 구역에서 최근에 벌채가 이뤄진 장면. 환경·인권 운동가이자 캄보디아 인권태스크포스(CHRTF) 대표 욱 렝이 이끈 조사팀이 촬영하고 지피에스(GPS)로 기록했다. 욱 렝 제공

레드플러스(REDD+: 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Plus)는 코스타리카와 파푸아뉴기니가 200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제안해 시작했다. 교토의정서 체제 이후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부여된 선진국(부속서 국가)들과 달리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이들 개도국에서는 산림을 개간해 농지나 주거지로 개발하며 온실가스 발생이 늘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개도국에서 산림을 보호해 온실가스를 줄이면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2013년 기본 규칙이 확정될 때까지 산림 전용, 산림 황폐화, 산림의 지속가능한 경영, 산림 탄소축적 증진, 산림 탄소축적 보전 관련 다양한 활동이 이 사업에 포함됐다.

2015년 파리협정 5조에 명시돼 있는 온실가스 흡수원 조정 사업이다. 개도국은 자국에서 레드플러스를 이행해 얻은 감축 결과물로 경제적 보상을 받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엔디시)에 활용할 수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REDD+) 정보 공유 웹페이지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2013~2018년까지 브라질, 칠레,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 등 8개국이 녹색기후기금에서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수억톤을 인정받고 이를 토대로 받은 결과보상금이 5억달러(약 5876억원)라고 소개돼 있다. 이들 나라는 레드플러스 사업을 실시하는 숲을 가진 나라들이다.

 레드플러스는 무엇인가

레드플러스는 사라질 숲을 보호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본다는 것뿐 아니라 산림 파괴를 막아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역 주민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조림 사업과 다르다. 기술력이 부족해도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고 불법 벌채를 함께 막아간다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도국은 선진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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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은 올해 5월 펴낸 ‘알고 보면 쓸모있는 레드플러스 이모저모 설명집’을 통해 “이미 많은 기술이 발달돼 있는 선진국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투자되는 기술적 비용들과 비교했을 때 레드플러스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이 <한겨레>에 밝힌 캄보디아 레드플러스 2014~2021년 총 사업 예산은 약 20억원으로, 올해 예산은 2억4천여만원에 불과했다.

산림청이 지난해 9월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한 레드플러스(REDD+) 사업. 과거부터 파괴되어 오면서 탄소축적이 줄어들고 있는 산림을 지역 주민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보전함으로써 탄소 축적을 유지 또는 그 이상 확대하는 활동이 레드플러스이다. 산림청 보도자료 갈무리
산림청이 지난해 9월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한 레드플러스(REDD+) 사업. 과거부터 파괴되어 오면서 탄소축적이 줄어들고 있는 산림을 지역 주민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보전함으로써 탄소 축적을 유지 또는 그 이상 확대하는 활동이 레드플러스이다. 산림청 보도자료 갈무리

그러나 선진국은 개도국에서 레드플러스를 이행해 얻은 결과물을 직접 엔디시로 활용하지 못한다. 개도국과 중복 계산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는데,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추가 논의가 예정돼 있다. 결국 국내외 기업 등에 배출권을 팔 수 있는 ‘자발적 탄소거래 시장’에서만 거래할 수 있고 엔디시로는 활용할 수 없다. 가까운 미래에 기준이 세워지고 선진국의 엔디시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해도 과거 사업은 소급해서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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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이 2015~2019년 캄보디아 산림에서 감축했다는 탄소 65만톤은 미국의 민간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인 베라(VERRA)에서 인증한 것이다. 인증기관의 검증 절차와 보고서에 의존하는 한계 때문에 실제 산림은 파괴되는데, 탄소배출권은 확보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이다.

산림청 해외자원담당관실은 20일 “레드플러스는 아직 엔디시로 인정받지 못한다. 거래 시장을 통해 배출권을 구입하려는 각 기업, 단체가 있다. 이들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거래 금액이 달라 수익금을 정확히 추정할 수 없지만 수익이 생기면 다시 캄보디아 사업에 투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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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캄퐁톰주 프레리 랑 국립공원 서남쪽 툼링 REDD+ 사업지역.
캄보디아 캄퐁톰주 프레리 랑 국립공원 서남쪽 툼링 REDD+ 사업지역.
 캄보디아·인도네시아·미얀마·라오스에서 한국도 시범사업

한국 산림청은 2012년부터 레드플러스 시범사업을 실시해왔다. 2015~2022년 캄보디아 캄퐁톰주 산단·산툭지구(7만㏊), 2013~2016년 인도네시아(1만4749㏊), 2016~2022년 미얀마(6만9000㏊), 2018~2022년 라오스(11만㏊)에서 실시하고 있다.

김한민 작가와 환경운동가 욱 렝 등은 한국 산림청이 캄보디아 캄퐁톰주에서 레드플러스 사업을 하면서 서울(6만㏊) 면적의 3분의 1인 2만㏊의 산림이 훼손됐다는 내용의 글과 근거 자료를 이달 초 <한겨레>에 보내왔다. 840㏊인 여의도의 23.8배에 이르는 숲이다. 김한민 작가는 <한겨레>에 글을 보내면서 “코로나19로 현장에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욱 렝 씨와 화상통화만 수차례, 매주 온라인으로 소통했다. 또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제공하는 공공 위성 분석 정보를 이용하면서 현지 지리정보 분석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으며, 기사에 소개한 코트니 워크 박사로부터도 도움을 받았다”고 취재 방법을 설명했다.

레드플러스 사업의 산림 훼손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REDD+) 정보 공유 웹페이지를 보면 참여 국가가 67개국으로 개도국뿐 아니라 미국, 노르웨이, 독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호주), 프랑스 등 선진국도 많다.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미국 캘리포니아 등이 참여하는 브라질 수루이숲 레드플러스 사업 지역에서 금과 다이아몬드가 발견되자 이를 채굴하느라 산림이 파괴돼 2018년 사업이 무기한 중단됐다고 전했다. 아마존 연구소(INPA)는 2004년 연간 2만㎢의 산림이 벌채됐는데 2012년 4천㎢까지 줄었으나 2016년 다시 7천㎢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연구보고서를 2017년 냈다. 브라질 레드플러스에 참여하는 나라는 미국, 노르웨이 등이다. 레드플러스 사업이 실제 기후위기 대응 효과가 적고 개도국 주민에게 지원이 돌아가기 쉽지 않다는 근본적 모순이 있다며 전세계 사업을 검증하는 환경단체 ‘레드(REDD)모니터’도 활동 중이다. 산림청은 “캄보디아 현지에도 다른 나라의 사업장이 많이 있다. 현지 사정은 대체로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 환경운동가들은 현재 레드플러스 사업이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에 훼손 면적을 확인하고 훼손이 계속될 경우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림청은 “엔디시 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레드플러스 사업은 파리협정에서 규정하고 유엔에서 권고하는 탄소저감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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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청 “산림파괴 없었지만…파악해보겠다”

산림청은 캄보디아 레드플러스 사업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림청은 “캄보디아 사업지는 지속적인 산림 순찰을 통해 벌채 및 산림 전용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하고 있으며, 대규모 불법벌채가 발생한 사실은 없다”며 “구체적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면 현지 프로젝트 매니저를 통해 파악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또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올해 1~2분기 예산의 약 34%를 지역 주민에게 농업 기술을 전파하고, 종묘를 보급하는 등 지역 주민 삶의 질과 소득을 개선하는 데 사용됐고 주민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15~16일 산림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6차 레드플러스 국내심화과정에서 공개한 캄보디아 툼링지역 사업 소개 영상에 등장하는 캄보디아 산림청 공무원은 “순찰 지역에서 불법벌채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툼링 레드플러스 시범사업 구역 북쪽에 위치한 오 다스코(Ou Daskor) 숲이 벌채된 모습. 6월28일 낮 12시께 촬영. 욱 렝 제공
툼링 레드플러스 시범사업 구역 북쪽에 위치한 오 다스코(Ou Daskor) 숲이 벌채된 모습. 6월28일 낮 12시께 촬영. 욱 렝 제공
 탄소중립위원회 “NDC로 REDD+ 활용 계획”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로드맵 작성 작업을 주도하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이 사업을 국내에서 탄소배출 저감을 충분히 하지 못할 경우 레드플러스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탄중위는 지난 5일 3개의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1·2안이 국내 탄소순배출량이 각각 1870만톤, 2540만톤으로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순배출량만으로는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한다는 비판을 고려해 ‘파리협정에서 인정받는 해외조림’을 통해 상쇄해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19일 윤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석탄·엘엔지 발전량을 줄여 순배출량을 0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닌 시나리오도 있다. 그 경우 탄소중립을 하려면 레드플러스 같은 해외조림 방법밖에 없다”며 “산림청이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8년 5월 학술지 <환경정책>에 ‘기후불의와 환경제국주의’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윤 위원장은 논문에서 “온실가스 저감 원인은 일차적으로 선진국에 있다”며 “저렴한 기회를 활용하여 감축비용이 절감되나 절감된 비용이나 자원이 지구적 편익을 위해 혹은 기후변화로 인해 영향받는 사람이나 지역을 위해 활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선진국에만 감축비용 절감이라는 선물을 줄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캄보디아 레드플러스 사례를 소개하며 선진국의 불법 벌채와 지역 주민 착취 문제 가능성에 대해 추가로 물었다. 윤 위원장은 “이 논문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같은 문제를 제기했고 반영되어 개선돼왔다. 그래서 이제는 원칙적으로 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배제하는 방식의 사업은 불가능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적절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