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은평구 사회혁신파크에서 열린 ‘산림 일자리 정책 심포지엄’ 모습. 왼쪽부터 사이토 도모히로 일본 시모카와정 산림종합산업추진과 주사, 우종한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사무처장, 조영희 산림청 팀장, 강석구 산림일자리위원장,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배재수 국립산림과학원 과장, 유영민 산림일자리위원회 위원. 박은경 연구원
한국임업진흥원이 지난 6일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서 연 ‘산림 일자리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산림청과 인접 마을 주민들이 함께 관리하는 충청남도 태안의 ‘안면 채종원’ 사례가 유독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채종원’이란 산림자원의 무분별한 채취를 막고 우수 종자를 보호하기 위해 산림청이 유전적으로 우수한 나무를 모아놓은 일종의 과수원이다. 이날 행사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산림 일자리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안면 채종원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사회적경제를 통해 민관이 공공 자원을 함께 관리하는 가시적인 거버넌스 모델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채종원은 나무 보호를 위해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하지만 주변에 민가와 농경지, 관광지가 있는 안면 채종원의 경우엔 관리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출입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이웃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마을 주민 처지에서는 국가가 갑작스레 동네 뒷산을 국유림으로 지정하고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게 막았다는 불만이 컸다.
‘안면 채종원’ 산림자원의 관리·활용을 위한 사회적경제 거버넌스 구축 사업에 참여한 인근 마을 주민들이 고사리 등의 산나물을 채취하고 있다.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제공
기존의 관리방식으로는 채종원에서 고사리를 불법 채취하는 외지인을 막는 데도 한계가 뚜렷했다. 나무의 빠른 성장을 위해 주변 풀을 제거한 터라 다른 숲에 견줘 고사리가 눈에 잘 띄었는데, 이러다 보니 특히 고사리가 제철인 봄에는 외지인들이 버스를 대절해 찾아올 만큼 번잡했다. 곳곳에 입산 통제 안내판을 세웠으나 효과는 적었다.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관리인을 고용하더라도 들인 예산만큼 효과가 좋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산림청은 민관 사회적경제 거버넌스에서 안면 채종원 관리의 새로운 해법을 찾았다. 공유자원 관리를 위한 제3의 해결책을 연구한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너 오스트럼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었다. 지금까지의 관리방식이 정부 또는 민간 한쪽만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 그친 것과 달리, 제3의 방식은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통한 공동관리를 중시한다. 주민들에게 산림을 이용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주민 스스로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설 유인을 제공하는 게 정부나 민간이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올해 4월부터 주민 수요 조사와 워크숍 등의 준비 과정을 거친 끝에, 현재 채종원 인근의 4개 마을(중장1·2·4리, 누동3리) 주민 40여명이 참여한 ‘채종원 둘레사람들 협동조합’(가칭)이 발기인대회를 마친 상태다. 내년에는 채종원을 활용해 소득을 창출할 사회적기업도 설립할 계획이다. 이렇게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과정에도 사회적경제가 적용됐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도와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이 산림청과 주민들 사이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일을 했다. 우종한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사무처장은 “거버넌스가 생기기 전에 4개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의견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안면 채종원 사례의 의의를 설명했다.
‘안면 채종원’을 관리·활용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 사업은 올해 4월 첫 결실을 봤다.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이날 행사에서는 산림형 사회적경제 기업 대표 20명과 구길본 한국임업진흥원장의 산림 일자리 정책 관련 일문일답 토크콘서트도 진행됐다. 구 원장은 “현장 기업가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줘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며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행사장엔 산림 서비스, 임산물 판매, 목공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의 전시 부스도 마련됐다.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