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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매장된 9명의 주검 어디로 갔을까

등록 :2018-05-16 16:56수정 :2018-05-17 21:03

[5·18 그날의 진실] ④암매장
당시 3공수여단 병사 ㄱ씨 증언

“광주교도소 이송 도중 9명 질식사
동료 10여명과 교도소 담장 사이 묻어
묶어놓은 다리가 수레에서 들썩들썩”

암매장했던 곳에 하수처리장 들어서
5·18재단서 발굴했지만 유골 묘연

“수레에 싣고 앞에서 끌고 나는 밀고 가는데, 묶어 놓은 시신의 다리가 들썩들썩하더라고요.”

1980년 5·18 당시 3공수특전여단 소속 병장이었던 ㄱ(60)씨가 광주항쟁 때 질식사한 시위대원 9명을 한밤에 몰래 매장했던 끔찍한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지난 11일 경기도 고속철도 광명역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1980년 5월21일 밤 광주교도소에서 은밀하게 진행된 암매장 작업에 동원됐다고 했다.

그가 소속된 3공수여단은 5월20일 아침 광주에 도착했다. 7공수여단에 이어 11공수여단이 증파된 뒤였다. 그는 주둔지인 전남대에 도착해 주검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저녁 무렵 시위 진압이 시작됐다. 본부대 인사처 행정병이었던 ㄱ씨도 거리로 나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우경계총’ 자세로 하사·중사 등 선임들의 시위 해산 장면을 지켜봤다. 3공수여단 부대원들은 시위대원 200여명(군 상황일지엔 120명)을 붙잡아 차에 싣고 전남대로 끌고 갔다.

5월21일 아침 실탄 30발씩을 지급받았다. 3공수여단은 점심 무렵 옛 광주교도소(각화동)로 주둔지를 옮겼다. 차량 6~7대를 동원해 1대당 시위대 30~40명씩을 채워 넣었다. 광주교도소 안에 도착해 본부 막사를 친 뒤 ‘포로’들을 마당에 풀었다. 그런데 그사이에 9명이 죽어 있었다. ㄱ씨는 “차량 가운데 방송차 한 대가 (창이 없어) 환기가 되지 않아 숨을 못 쉬어 질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암매장 작업엔 10여명이 동원됐다. 선임하사는 “고참들 나와라. 아까 죽은 사람들 너희들이 처리해야지, 누가 하겠냐? 복 받는 일이다”라고 했다. 염하듯 가마니와 (짚으로 엮은) 새끼줄로 쌌다. 이어 밤 8~9시 무렵 수레에 2구씩을 싣고 교도소 안 담장과 바깥 담장 사이의 밭으로 갔다. 누군가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ㄱ씨는 “2구씩을 2번 손수레에 옮겨주고 돌아왔다”고 했다.

5·18기념재단은 지난해 10월부터 광주교도소 안 암매장 의혹이 있는 곳에서 발굴작업을 했지만 주검을 찾지 못했다. 앞으로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그간의 암매장 자료와 제보 등을 꼼꼼히 살핀 뒤 국가 주도의 발굴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5·18기념재단 제공
5·18기념재단은 지난해 10월부터 광주교도소 안 암매장 의혹이 있는 곳에서 발굴작업을 했지만 주검을 찾지 못했다. 앞으로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그간의 암매장 자료와 제보 등을 꼼꼼히 살핀 뒤 국가 주도의 발굴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5·18기념재단 제공

1980년 5·18 이후 계엄군 점령지역에선 군인들이 몰래 매장했던 주검들이 수습됐다. 광주시 5·18기념문화센터가 암매장 형태로 주검들이 발견된 장소를 표시해 만든 ‘암매장 지도’. 앞으로 암매장 의혹을 밝히는 것이 진상규명위원회의 핵심 과제다. 5·18기념문화센터
1980년 5·18 이후 계엄군 점령지역에선 군인들이 몰래 매장했던 주검들이 수습됐다. 광주시 5·18기념문화센터가 암매장 형태로 주검들이 발견된 장소를 표시해 만든 ‘암매장 지도’. 앞으로 암매장 의혹을 밝히는 것이 진상규명위원회의 핵심 과제다. 5·18기념문화센터
ㄱ씨는 지난해 5·18기념재단에 전화를 걸어 가슴속에 묻어뒀던 일을 제보했다. 실제로 광주교도소는 그간 암매장 주검이 나올 가능성이 큰 곳으로 지목됐다. 계엄사령부는 80년 5월31일 ‘광주사태 진상 조사’ 결과에서 이른바 교도소 주변에서 28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11명만 신원이 확인됐을 뿐 17명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신순용 3공수 11대대 소령, 15대대 김아무개 하사, 당시 재소자 2명 등도 암매장 의혹을 제기했다. 5·18기념재단은 이러한 제보와 3공수여단 본부대장 김아무개 소령이 1995년 5월29일 검찰에서 교도소 안에 12구를 묻었다며 첨부한 약도 등을 근거로 지난해 11월부터 두달 동안 암매장 발굴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신을 묻을 때 ㄱ씨는 “표식이라도 해주는 겁니까”고 물었고 선임하사는 “좌표를 적어두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금은 찾을 길이 없다. 지난해 11월23일 광주교도소 현장을 37년 만에 방문했던 그는 “내가 묻었던 그 자리에 하수처리장이 들어섰더라. 그때 처리를 다 해버렸는지… 안타깝더라”고 말했다. ㄱ씨는 “마늘종만 봐도 ‘5월 광주’가 생각난다. 당시 광주에서 배식 반찬으로 마늘종이 많이 나왔다. 정치군인들의 잘못으로 끔찍한 일이 저질러졌지만 군대에서 명령을 따라야 했던 대다수 병사들도 그 일을 가슴에 안고 살고 있다. 앞으로 추가 제보가 나와 암매장의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

광명/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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