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낮 12시께 광주시 북구 운암동 광주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출품 작가 이윤엽(왼쪽)씨가 홍성담 작가의 작품 사전 검열에 항의해 벽면에 전시된 작품을 떼어내고 있다.
홍성담 작품 수정된 뒤에도 안 걸자
이윤엽·홍성민·정영창씨, 작품 철거
“행정이 예술에 과도 개입해선 안돼”
이윤엽·홍성민·정영창씨, 작품 철거
“행정이 예술에 과도 개입해선 안돼”
“작가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11일 낮 12시께 광주시 북구 운암동 광주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출품 작가 이윤엽(47)씨가 벽면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민중화가 홍성담(59)씨가 동료 작가들과 완성한 <세월오월>이란 작품을 ‘사전 검열’하는 듯한 태도를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홍성담 작가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했다가 닭으로 바꾼 작품의 전시를 유보했다.
이윤엽씨는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작업한 판화 등 200여점을 배열해 완성한 가로 12m, 세로 3m 크기의 <대추리에서 세월호까지>를 스스로 해체했다. 그는 “홍 화백의 작품을 걸지 않으면 나머지 작가들은 뭐가 됩니까? (당국의) 검열에 통과했다는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홍성민 작가도 이날 1층 전시실에서 <아시아의 숲>이라는 한국화 작품을 철거했으며, 재독 작가 정영창 화백도 지인을 통해 작품 4점을 모두 떼어냈다. ‘80년 이후 30년 동안의 시대정신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라는 취지로 광주비엔날레 개막(9월5일)을 앞두고 지난 8일 시작된 특별전엔 17개 나라, 49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나, 작가들의 잇단 작품 철거로 파행으로 치닫게 됐다.
이날 작품을 떼어낸 작가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을 풍자하는 것도 못 하게 하는 등 행정이 예술에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홍성담 작가와 걸개그림 작품 제작에 함께 참여했던 홍성민 작가도 “그 정도로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을 걸지 못하면서 어떻게 ‘광주정신전’을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광주비엔날레재단 쪽은 “사전에 작가들이 재단에 철거하겠다는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작가들이 작품을 철거하겠다는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전 책임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는 지난 10일 “전시 파행에 따른 도덕적 책임을 간과할 수 없어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퇴를 표명하고 회의장을 나왔으며 <세월오월> 전시 유보 결정은 책임큐레이터의 불참 속에서 강행된 결정이다.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과 광주정신은 별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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