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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전국일반

생색내기 도움 그만…베트남 오지마을에 ‘녹색원조’ 심다

등록 :2013-04-28 20:21

베트남 북부 타인호아성 농촌 오지인 빈록 마을의 빈띠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지난 19일 자전거 페달을 밟아 생산한 전력으로 오디오를 틀고 믹서기를 돌려 음료수를 만들고 있다.
베트남 북부 타인호아성 농촌 오지인 빈록 마을의 빈띠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지난 19일 자전거 페달을 밟아 생산한 전력으로 오디오를 틀고 믹서기를 돌려 음료수를 만들고 있다.
성남시 공적개발원조 현장

일회용 아닌 지속가능에 초점
태양열과 바이오디젤 설비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기술 전파
현지 마을서도 “교육적 의미 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버스로 6시간쯤 가야 하는 오지 빈록 마을 빈띠엔 초등학교 운동장에 지난 19일(현지시각) 지름 1.5m 크기 은빛 원반 모양 물체가 반짝였다. 태양열 조리기였다. 기온 섭씨 38도, 습도 80%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 속에서 작열하는 햇빛에 달궈진 조리기에서 푹 익은 달걀을 꺼내는 어린이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바로 옆 오디오에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흥겹게 흘러나왔다. 이 학교 5학년생 타인(11)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 생산한 전력으로 오디오가 가동되는 중이었다. 타인은 “재밌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싱글벙글했다. 이날 태극기와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를 들고서 취재진 등 방문단을 반갑게 맞이하던 학생 200여명은 “씬 짜오”(안녕하세요)를 연발하며 신기한 듯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구경하느라 목을 뺐다.

빈록 마을은 14세기 베트남을 지배했던 호 왕조의 유적이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유서 깊은 곳이지만, 지금은 외딴 오지 마을이다. 1946년 문을 연 빈띠엔 초등학교는 학생 240명에 교사는 24명으로 오지 마을 학교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다. 그러나 곰팡이가 슨 낡은 시멘트 건물에 헐렁하게 매달린 출입문, 지저분한 화장실과 부족한 전력 등은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 오지의 초등학교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 마을에 친환경 설비가 선보인 것은 경기도 성남시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닻을 내린 덕분이다. 성남시가 개발원조 사업자로 뽑은 ‘분당 환경 시민의 모임’이 주관한 신농촌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전파해 현지 주민 스스로 친환경적으로 쓸 수 있게 돕는 이른바 ‘녹색원조’다.

빈띠엔 초등학교 인근에는 바이오디젤 발전기도 등장했다. 햇빛 발전이 어려운 우기에 폐식용유를 연료로 사용해 발전하는 설비다. 식물연료 연구가이자 성남지역 벤처기업 ‘네오텍’ 대표인 이근태(47)씨는 “기름에 튀긴 음식을 즐기는 베트남인들의 식생활을 고려해 만든 친환경 비상발전 설비”라고 말했다.

분당환경시민의모임은 성남시 지원금을 합쳐 빈록 마을과 빈띠엔 초등학교에 연간 1억원가량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정병준(53) 분당환경시민의모임 공동대표는 “일회성과 일방향 원조가 아닌 지속가능한 양방향 교류가 필요하다. 연습과 교육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친환경 공동체 생활습관이 정착되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르우티투이(41·여) 교장은 “낡은 학교시설을 보수해주는 것에서 나아가 유용하고 교육적인 지원이어서 의미가 크다. 아이들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분당환경시민의모임은 신구대 학생 등 70명으로 봉사단을 꾸려 오는 6월29일 이 마을에서 정수시설 설치, 담장 보수 활동도 벌일 계획이다.

타인호아성 우호협력단과 함께 학교를 찾은 이재명 성남시장은 “뛰어난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성남시 봉사단의 정성이 두 나라 사이 우정의 다리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타인호아(베트남)/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경북도 지원규모 최대…아시아서 주로 활동

지자체 공적개발원조 현황

1950년대 국가재정의 50% 이상을 외국의 원조에 의존했던 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의 회원으로 등록했다. 2011년 부산 세계개발원조 총회 개최를 계기로 공적개발원조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는 공공부문이나 집행기관이 개발도상국이나 국제기구 및 비정부단체에 자금, 인력, 기술협력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들도 자매결연과 경제통상 위주의 국제교류 틀에서 벗어나 공적개발원조에 나서고 있다.

2009년까지는 서울시의 원조 규모가 가장 컸으나 2010년부터 경북도가 원조 규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북도가 ‘새마을 해외 리더 봉사단 파견 및 시범마을 조성 사업’을 시작하면서다. 서울시는 전자정부, 경기도는 농업개발 분야를 발굴해 특화하고 있다.

2007~2010년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벌인 지역을 보면, 아시아가 60.3%로 가장 많고 아프리카 21.7%, 서남·중앙아시아 10.3%, 중남미 5.3% 차례다.

지방자치단체마다 특성을 살린 공적개발원조를 하려면, 전담기구·인력 마련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호 경기발전연구원 통일·동북아센터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일회성 프로젝트 위주로 산발적으로 나설 경우 성과주의에 빠지고 예산을 낭비할 위험이 있다. 전담부서나 예산, 법규 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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