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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유치 96.9% 찬성”…삼척 주민들 “도대체 누가?”

등록 :2011-03-23 20:08수정 :2014-01-18 10:42

강원 삼척시 근덕면 들머리 근덕초교 부근에는 원자력발전소 유치와 관련한 펼침막이 22개나 내걸려 있다. 시내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유치 반대 의견을 담은 펼침막이 3개, ‘근덕을 사랑하는 모임’ 등이 내건 유치 찬성 펼침막이 19개다.  삼척/정인환 기자
강원 삼척시 근덕면 들머리 근덕초교 부근에는 원자력발전소 유치와 관련한 펼침막이 22개나 내걸려 있다. 시내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유치 반대 의견을 담은 펼침막이 3개, ‘근덕을 사랑하는 모임’ 등이 내건 유치 찬성 펼침막이 19개다. 삼척/정인환 기자
원전 예정지 가보니
‘찬성’ 펼침막 1000개…“유치협이 여론 호도”
유령단체도 부지기수…‘관제동원’ 의혹 일어
 강원 삼척시는 요즘 ‘펼침막의 도시’나 다름없다. 각종 사회단체와 기업체, 음식점과 숙박업소는 물론 통·반 단위 ‘주민 일동’ 명의로 내걸린 수많은 펼침막이 시내를 에워싸고 있다.

 이연우 삼척시 원자력유치협의회 사무국장은 “회원 단체를 통해 파악해보니 시내에 내걸린 펼침막만 980여개로, 변두리 읍·면 지역까지 합하면 1000개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 자료를 보면, 이 단체가 지난 2월21일~3월6일 벌인 서명운동에서 삼척시 유권자 5만8339명 가운데 원전 유치에 찬성한다고 밝힌 이들은 96.9%인 5만6551명에 이른다. 부재자를 포함해 삼척 유권자의 3.1%에 불과한 1788명만이 원전 유치에 반대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 18일 삼척시내에서 승용차로 10여분 떨어진 원전 입지 후보지인 근덕면에 가보니,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배정규(50) 근덕면번영회 사무국장은 “요즘 유령단체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임목(57) 근덕로타리클럽 전임 회장은 “노인뿐인 마을에 있지도 않은 ‘청년회’ 명의로 버젓이 유치 찬성 펼침막이 내걸리더니, 얼마 전엔 초등학교 동창회 명의로 펼침막이 내걸려 알아보니 동창회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더라”며 혀를 찼다.

 넘쳐나는 펼침막과 이례적으로 높은 찬성률은 ‘비례관계’에 있는 듯했다. 박종국(65) 근덕면 동막리 새마을지도자회 총무는 “초기에 서명률이 낮으니까 삼척시가 근덕면 출신 공무원들을 대거 면사무소로 내려보내 이장과 통반장을 독려했다”며 “내 주변엔 서명해줬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우리 동네에서도 찬성률이 90%가 넘게 나왔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삼척시지부가 지난 3일 성명을 내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낮자, 삼척시와 유치협의회가 읍·면·동의 이장·통장도 모자라 이젠 공무원마저 앞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척시 정라동 주민이라는 누리꾼 박은숙씨가 지난 17일 삼척시 누리집에 올린 글에서도 ‘찬성률 96.9%’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박씨는 “동네 일을 보는 분이 ‘많은 눈이 내려 눈 치울 사람을 파악해야 한다’고 해 가족 이름까지 대신해 서명을 해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요즘 유행어가 돼버린 건국 이래 최고의 원전 찬성 비율 96.9%이더라”며 “허탈함을 넘어 괘씸하고 너무나 분해서 잠을 제대로 못 청한다”고 썼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소식에 ‘원전 불안감’도 커졌다. 하지만 원전 유치에 따른 보상을 바라는 기대심리가 ‘불안 심리의 표출’을 누르고 있는 듯했다. 경북지역에서 새 원전 유치 신청을 한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와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석리·매정리 일대의 주민들도 비슷했다. 일흔을 넘긴 할머니가 대부분인 88가구가 사는 울진군 산포리에선 “보상받아 그 돈으로 편히 살다가 자식들한테 좀 물려주면 얼마나 좋으냐”는 이들이 많았다. 마을 이장은 “원전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모두 다 하지만, 정부의 선보상에 기대를 걸고 찬성한 것”이라며 “정부가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주민들의 분위기는 확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척 울진 영덕/정인환 박주희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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