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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초의 기억’ 2.5살에 형성…‘기억의 망원렌즈’ 찾았다

등록 :2021-06-17 09:59수정 :2021-06-17 11:29

‘3.5살까지 기억’ 통설보다 1살 더 소급
2.5살 때 일을 3.5살 때 일로 기억하는 것
멀리 있는 것 앞당겨 보는 ‘망원렌즈’ 효과
생애 초기의 기억은 우물 속에서 퍼올리는 것과 같다. 픽사베이
생애 초기의 기억은 우물 속에서 퍼올리는 것과 같다. 픽사베이

우리는 몇살 때의 일까지 기억하고 있을까?

심리학계에서는 사람이 떠올릴 수 있는 생애 최초의 기억을 평균 3~4살 사이로 본다. 평균 잡아 3.5살이다. 20~70살, 11~90살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0년대의 대규모 표본 연구에서는 생애 최초의 기억 시기가 각각 평균 4.2살, 3.24살로 나타났다.

정신분석학의 개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그 이전의 유년기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은 부모 등에 대한 무의식적 방어기제가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했으나, 오늘날의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할 수 있는 인지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

그런데 캐나다 뉴펀들랜드메모리얼대 캐롤 피터슨 교수(심리학) 연구팀이 생애 최초의 기억 시기를 1년 앞당겨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동료 심사 국제학술지 ‘메모리’ 최근호에 발표했다.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최초의 기억은 3.5살이 아닌 2.5살 때라는 것이다. 20여년간 어린이와 성인들의 유년기 기억 능력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그가 자신의 기존 연구들과 각종 데이터를 종합 검토한 후 내린 결론이다.

피터슨 교수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생애 최초의 기억은 어떤 경계선이나 분수령의 시작점 같은 게 아니다. 그보다는 일종의 기억 우물 같은 것을 형성하고, 거기에서 뽑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초기 기억은 하나로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표적과 같다”고 말했다.

피터슨 교수는 그 기억의 우물엔 2살 때부터의 기억까지 포함돼 있지만, 이를 3살 이후의 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렇게 믿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실험 결과 최초 기억을 물은 뒤 그 다음 몇번 더 묻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더 오래된 기억에 쉽게 다가간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기를 반복할수록 사람들은 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린다. 그 기간은 최대 1년까지 더 거슬러 올라간다. 마치 우물의 펌프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물이 계속 따라 올라오듯 자꾸 더 깊은 곳의 기억이 떠오른다.

둘째는 초기 기억들의 날짜가 뇌에 잘못 입력돼 있다는 점이다. 피터슨 교수는 “우리는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실제보다 더 나중의 일로 기억한다는 걸 반복해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래된 일일수록 망원렌즈로 끌어당기듯 기억을 앞으로 당겨 본다. 픽사베이
오래된 일일수록 망원렌즈로 끌어당기듯 기억을 앞으로 당겨 본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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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이후 기억엔 망원렌즈 효과 없어

그는 이번 연구에서 아동기 기억상실에 관한 자신의 연구 10편과 1990년 이후 같은 연구실에서 수집한 출판 및 미출판 데이터를 종합 분석했다.

그 중엔 697명의 실험 참가자 기억을 부모의 기억과 비교한 자료가 들어 있다. 연구진이 부모에게 확인한 결과, 실험 참가자들의 최초 기억은 자신들이 생각한 시기보다 더 이른 시기에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실험참가자들의 기억시계가 고정돼 있지 않고 움직인다는 강력한 증거를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예컨대 생애 최초의 기억으로 떠올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2년 후와 8년 후에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났던 시기를 물어본 결과 대부분 처음보다 한 살 더 먹었을 때의 일로 기억했다.

피터슨 교수는 “8년이 지나자 많은 이들이 온전히 한 살 더 먹었을 때의 일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 속의 어린 시절 일이 일어났던 때가 계속해서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텔레스코핑’(telescoping)이라는 망원렌즈 현상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멀리 떨어진 것을 들여다볼 때 망원렌즈로 표적을 가까이 끌어당겨 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오래 전 기억일수록 텔레스코핑 효과는 그것을 더 가까운 시기의 일로 느끼게 해준다.

피터슨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은 최초 기억을 약 3.5살까지로 1년 앞당긴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그러나 성인이든 어린이든 4살 이후의 일을 기억할 때는 텔리스코핑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장기의 사회문화적 요인에 따라 초기 기억 연령엔 개인별 차이가 크다. 픽사베이
성장기의 사회문화적 요인에 따라 초기 기억 연령엔 개인별 차이가 크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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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더 오래 전, 더 많은 일을 기억

그는 또 모든 데이터를 조합해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린 시절의 일을 더 많이, 훨씬 더 오래 전 일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피터슨 교수는 “한 가지 연구만 보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연구를 모아본 결과 그 연구들이 모든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되면 매우 설득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평균치를 조사한 것이라는 점이다. 사람의 생애 초기 기억 연령은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다. 국가, 사회 및 가족 환경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인이 초기 기억 연령에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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