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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탓에 ‘기후변화 해결사’ 해초가 사멸 위기에 처했다

등록 :2021-03-17 10:37수정 :2021-03-17 11:22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지중해 일대 군락 이룬 포시도니아 해초
유네스코 ‘블루카본’ 세계문화유산 지정
탄소 포집능력 아마존숲보다 15배 높아
기후변화로 수온상승해 생존 한계 초과
스페인 발레아레스제도의 바다 아래 해초인 포시도니아는 탄소 포집 능력이 아마존숲보다 15배나 많다. 역설적이게도 기후변화로 기후변화 해결사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 스페인 이비사 시 제공
스페인 발레아레스제도의 바다 아래 해초인 포시도니아는 탄소 포집 능력이 아마존숲보다 15배나 많다. 역설적이게도 기후변화로 기후변화 해결사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 스페인 이비사 시 제공

스페인 발레아레스제도에 있는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라는 해초 군락지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후변화 해결사’로 꼽힌다. 고대로부터 유래한 이 연약한 해양식물은 같은 면적의 아마존 숲보다 15배나 많은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증가하는 관광과 개발뿐만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기후변화 때문에 기후변화를 막는 ‘첨병’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는 지중해 전역에서 서식하고 있지만,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포르멘테라 사이 서식지는 20년 전 유네스코에서 ‘블루카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정도로 특별한 곳이다.

발레아레스제도는 대표적인 블루카본 보고
유네스코는 현재 167개국에서 1121곳의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지정했다. 이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국립공원과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산호초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등 37개국 50곳이 해양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50곳 가운데 21곳은 ‘블루카본’으로 지정됐다.

블루카본은 2009년에 도입된 개념으로 해양과 연안 생태계에 포획된 탄소를 의미한다. 주로 쇠락한 나뭇잎이나 나무줄기, 나무뿌리와 동물 사체 등에 들어 있다. 블루카본 생태계에는 맹그로브와 해초 군락지, 감조습지(조석이 내려가면 드러나는 습지) 등이 포함된다. 블루카본이라는 말은 유엔 보고서 <블루카본-건강한 해양의 탄소 포집 역할>에서 처음 정의해 사용했다. 대표적인 블루카본 자연유산으로는 인도-파키스탄의 순다르반스 맹그로브와 에버글레이즈국립공원과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만의 해초 군락,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산호초 군락, 스페인 이비사섬의 해초 군락 등이 있다. 올해 1월 기준 이들 생태계는 해양보호구역 전체의 10%를 차지하며 면적이 2억700만헥타르(㏊)에 이른다. 이비사섬 해초 군락의 보존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스페인은 2018년 발레아레스제도 전체의 해초 보존을 규정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유네스코가 최근 발간한 해양문화유산 평가보고서 &lt;세계 블루카본 자산의 청지기&gt; 표지. 사진이 포시도니아 해초이다. 유네스코 제공
유네스코가 최근 발간한 해양문화유산 평가보고서 <세계 블루카본 자산의 청지기> 표지. 사진이 포시도니아 해초이다. 유네스코 제공

“포시도니아는 탄소 격리 챔피언”
발레아레스제도 주변 해초 군락지 5만5천헥타르는 해안 침식을 막고 물고기들의 안식처 구실을 할 뿐더러 이산화탄소 흡수 측면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과학기술대(카우스트)의 카를로스 듀어티 교수는 “이 해초는 생물권 가운데 탄소 격리 측면에서 챔피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최근 발간된 유네스코 해양문화유산에 대한 과학적 환경가치평가 보고서 <세계 블루카본 자산의 청지기> 편찬에 참여했다.

듀어티 교수는 “포스도니아는 매우 강력한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을 지녀 퇴적물에 탄소를 가둔다. 포스도니아는 또 세균 분해가 잘 안 돼 해저에 쌓여 있어도 탄소로 재분해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수천~수만년 동안 그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스도니아종은 수온에 따라 유성생식에 의한 개화를 통해 번식하기도 하지만 무성생식으로 자기복제를 통해 재생산된다. 자기복제 능력은 오랫동안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듀어티 교수는 “포스도니아는 탄소 격리 능력뿐만 아니라 장기 생존 능력을 지닌 식물이라는 점에서 뛰어나다”며 “발레아레스제도 이비사섬의 해양보호구역에서 20만년 전에 해저에 가라앉아 싹을 틔운 채 자기 복제를 해온 해초의 종자를 발견해 보고한 바 있다”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스페인 마요르카에 있는 지중해선진연구소의 누리아 마르바 연구원은 “이 복제 종자는 일종의 불멸의 존재다. 방해 요소가 없다면 복제는 영원히, 설령 영원히는 아니라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포시도니아 해초 군락지. 수중사진가 셰인 그로스(SHANE GROSS) 촬영, 비비시 제공.
포시도니아 해초 군락지. 수중사진가 셰인 그로스(SHANE GROSS) 촬영, 비비시 제공.

닻에 찢긴 상처 아무는 데 1천년
이런 불사의 능력을 지녔음에도 포시도니아는 현대 세계에서 점점 더 위험에 빠지고 있다. 발레아레스제도 아래 포시도니아 밭은 닻을 내리는 배들에 위협당하고 있다. 닻은 해초 군락을 찌르고 뜯고 파괴한다. 2008년과 2012년 연구를 비교해보면, 포르멘데라섬의 포시도니아 군락은 닻 영향으로 44%까지 줄어들었다. 이 해초는 매우 느리게 자란다. 요트가 한번 내린 닻으로 생긴 피해가 복구되려면 거의 1천년이 걸린다.

또다른 위협은 섬 물관리시설에서 배출되는 폐수 때문에 발생하는 해수의 부영양화이다.

가장 큰 위협은 기후변화
하지만 가장 크고 해결하기 어려운 위협은 기후변화이다. 마르바 연구원은 “포시도니아는 생존 한계온도가 28도이다. 발레아레스제도에서 2000년 이후 여름철의 절반은 수온이 이 온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대규모 폐사를 일으키지는 않고 있지만 느리게 성장하는 포시도니아한테는 위험선을 넘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정부가 최근 발레아레스제도의 포시도니아를 보호하기 위한 시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연구자들은 포시도니아가 포집하고 있는 탄소의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매기면 해초 보호 자금이 훨씬 수월하게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듀어티 교수는 “파리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탄소배출권 가치가 10배 이상 오를 것이다. 탄소를 포집해 가치를 생산해내는 포시도니아 서식지 같은 곳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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