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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과학

눈은 과거를 보고, 뇌는 현재를 예측한다

등록 :2020-04-22 18:05수정 :2020-04-26 18:33

시각정보가 뇌에 전달될 때까지
뇌는 예측 통해 물체 궤적 추적
‘눈→뇌→반응’에 0.15초 걸려
뇌 신경의 예측 메카니즘 규명
눈에서 포착한 정보가 뇌에 전달될 때까지의 시간 괴리를 메꿔주는 신경 메카니즘이 규명됐다. 픽사베이
눈에서 포착한 정보가 뇌에 전달될 때까지의 시간 괴리를 메꿔주는 신경 메카니즘이 규명됐다. 픽사베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현재인가 과거인가? 뚱딴지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인체 생리 시스템에서 보면 지극히 과학적인 질문이다. 정답은 눈은 과거를 본다는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정보가 뇌에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자각하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다. 사실 그 미세한 차이를 자각할 만한 능력이 우리에겐 없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눈에 들어온 정보가 뇌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밀리초, 이를 기반으로 어떤 조처를 내리는 데는 약 120밀리초(0.12초)가 걸린다. 합치면 대략 150밀리초(0.15초) 안팎이다. 공의 속도가 시속 100km가 넘는 테니스, 야구 같은 종목의 경기에선 이 짧은 시간 동안 공이 3미터 이상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눈만 믿고 있다가는 공을 정확하게 잡거나 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빠른 공을 정확하게 치거나 잡을 수 있을까? 호주 멜버른대를 주축으로 한 국제연구진이 그 메카니즘을 살펴본 실험 결과를 최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움직이는 물체를 보여주고 이들의 두뇌활동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뇌가 예측을 통해 정보의 지연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른다고 가정했다. 움직이는 물체의 경우, 이전의 궤적 정보를 토대로 물체가 나아가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체가 갑자기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뇌가 물체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때까지 뇌는 계속 물체의 궤적을 추정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뇌는 물체가 사라진 지점 너머에서 물체를 아주 잠깐 보게 된다.

시각정보가 뇌에 도착해 판단하기까지, 이 찰나의 순간에 테니스 공은 3미터 이상 날아갈 수 있다. 픽사베이
시각정보가 뇌에 도착해 판단하기까지, 이 찰나의 순간에 테니스 공은 3미터 이상 날아갈 수 있다. 픽사베이
연구진의 이런 가정은 실제로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움직이는 물체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도 실험 참가자들의 뇌는 물체가 여전히 있는 것처럼 작동했다. 예컨대 어떤 물체가 원 안에서 시계방향으로 움직이다가 12시 지점에서 갑자기 사라진 경우, 실험 참가자들의 눈은 1시 지점까지 움직였다. 논문 공동저자인 힌지 호겐둔(Hinze Hogendoorn) 멜버른대 선임연구원(심리학)은 "이는 눈에서 본 실제 정보가 아닌, 물체가 어디에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해 물체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두뇌 활동 패턴은 눈에서 얻은 정보가 뇌에 도착해 물체가 실제로 사라졌다는 걸 알려줘야만 사라졌다.

연구진은 또 물체가 사라지지 않고 방향을 바꾼 경우도 실험했다. 연구진은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선 실험대로라면 뇌는 실제 방향을 바꾼 지점 너머에 물체가 있다고 추정해야 했다. 실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물체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걸 뇌가 알아차리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뇌는 물체의 위치를 원래 궤적을 따라 추정했다.

그런데 물체의 실제 위치 정보가 뇌에 도착하자 뇌는 애초 예측을 재빨리 덮어버렸다. 뇌가 자신의 잘못을 가려버린 것이다. 이는 뇌가 자신의 행적을 다시 기록하는 것과 같다. 이를테면 물건을 저쪽에 가져다 놓은 뒤 ‘애초부터 여기엔 없었다’고 둘러대는 격이다. 이런 두뇌의 은폐 기능 덕분에 바닥에서 튀어오르는 공을 볼 때, 시각 정보 전달의 시간 지체에도 불구하고 공이 그 이상으로 움직이는 걸 보지는 않게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예측은 오래전부터 뇌 신경과학의 기본 작동원리로 간주돼 왔다"며 "이번 연구는 신경 시스템의 물리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뇌의 예측 메카니즘이 어떻게 실제 시간에 근접하게 기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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