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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과학

테스토스테론 과잉이 글로벌 금융위기 불렀다?

등록 :2016-01-29 19:56수정 :2016-01-3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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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과감한 투자로 더 큰 이득을 보는 것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 뇌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판단의 기준은 ‘생존’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 부유하게 사는 것보다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뇌에게는 더 중요하다. 최근에는 대뇌 메커니즘과 인간의 행동을 주식투자와 연결짓는 ‘행동투자학’이 탄생했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의 뇌는 과감한 투자로 더 큰 이득을 보는 것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 뇌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판단의 기준은 ‘생존’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 부유하게 사는 것보다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뇌에게는 더 중요하다. 최근에는 대뇌 메커니즘과 인간의 행동을 주식투자와 연결짓는 ‘행동투자학’이 탄생했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정재승의 영혼공작소
(5) 주식시장과 신경과학
장기적인 경기침체 조짐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감도는 상황에서, 미국 월가에서는 생존을 위한 새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주입받으려는 금융업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일어나 실적이 낮은 직원들을 해고하고 조기 은퇴를 권유하자, 월가 금융기관 간부들과 트레이더들이 남성 호르몬에 의존해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 공격성과 경쟁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금융시장에서 투지와 결단력을 높이고 두려움을 가라앉히는 데 테스토스테론의 힘을 빌리겠다는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아닌 리먼시스터스였다면?

한때는 ‘인재들의 용광로’로 불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로 몰리면서 뒷전으로 물러난 월가가 테스토스테론을 이용해 다시 한번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 같다. 한 달 만에 수천명이 해고되는 월가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지 않으면 잘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남성 호르몬으로 담대하게 대처하고 싶은 절박함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 수요가 늘자 공급도 따라오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 기반 제약회사이자 병원인 ‘세너제닉스’는 2012년 뉴욕 증권거래소 인근에 남성 호르몬 치료를 할 수 있는 센터를 열었다. 이곳을 찾는 월가의 30~40대 금융업 종사자들은 직장에서 탈진할 정도로 일한 뒤 오는 무기력을 호소하기도 하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와 불안감,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항우울제를 복용하기도 한다고 병원에 호소한다. 경쟁이 치열하고 생존이 위태로운 비즈니스 정글에선 어느 곳이나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만, 월가는 그 정도가 심각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과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으면 실적에 도움이 될까? 2001년 데이비스에 위치한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경제학과 연구진들에 따르면, 남성 트레이더는 여성 트레이더보다 45%나 주식을 더 자주 거래했지만, 그들의 총순익은 더 적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역설적이게도, 남성들의 자신감 과잉이 그 원인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과다 섭취한 테스토스테론은 전립선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월가 외부에서는 테스토스테론 과잉에 따른 지나친 남성성과 공격성향 위험 감수가 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남녀의 뇌는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사용하는 뇌 활동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직장 안에서도 남녀는 문제에 대처하는 태도나 해결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다. 남성은 상대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위기를 관리하는 데에는 약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호황일 때는 승승장구해도 상황이 어려워지면 동굴로 숨는 경향이 있다.

월가의 경우 직급이 올라갈수록 남자가 훨씬 많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벌어졌을 때 잘 대처하지 못한 회사가 금융계 전체 문제를 야기했다고 설명한다. 즉 조직 내 의사결정권자 성비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위험하며, 조직이 다양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다양해야 하며 성 지능(gender intelligence)도 그중 하나의 고려 요소인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는 지난 2007년부터 불거진 미국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파산한 글로벌 투자은행이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는 2008년 리먼 형제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세계 경제가 위기 국면을 맞이하고, 대형 미국 은행들이 쓰러졌던 사건이다. 아마 ‘리먼 브러더스’가 아니라 ‘리먼 시스터스(sisters)’였다면, 위기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월가는 한때 남성호르몬을 찾았다
공격적 투자가 실적 개선해줄 거란
기대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자신감 과잉의 남성성이 지구적
금융위기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

비이성적 투자행동의 원인은 뇌
우리 뇌는 ‘생존’을 중요시한다
더 큰 이익 볼 기회 포기하고
손해 피하도록 안전한 선택을
하도록 인지편향을 유도한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지 않으려면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경기 침체와 투자, 리먼 브러더스 같은 단어들이 테스토스테론, 뇌 활동 패턴 같은 단어들과 뒤엉켜 있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예측하고 투자와 재무를 연구하는 학문이 최근 인간의 행동과 대뇌 메커니즘에 큰 관심을 갖게 됐고 ‘행동투자학’(Behavioral Finance)이라는 학문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조만간 적응하게 될 것이다.

재무학의 고전적인 이론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모두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주식시장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잘 활용하여 투자를 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식시장은 비이성적인 투자자들로 가득 차 있으며,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돌아다니고, 사람들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양도, 그것에 반응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비이성적인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얻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자자들이라는 호모 사피엔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사람들은 왜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을까? 투자자들은 대개 10~20개 정도의 회사에 자산을 분산투자한다. 분산투자는 위험을 관리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큰돈을 벌기에 적합한 투자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계란을 한 부대에 담지 말라’는 조언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투자자들은 대개 10개가 넘는 회사에 투자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중에는 주가가 오르는 회사도 있고 떨어지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느 주식을 환매해 돈으로 찾을까? 놀랍게도, 많은 주식투자자들은 오르는 주식을 판다.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 내가 주식을 파는 순간, 손해가 실현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주식이 다시 오르기를 기다린다. 반면, 20퍼센트에서 30퍼센트 가까이 수익이 나면 충분히 올랐다고 믿고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이익이 실현되니까. 그리고 다시 그 돈으로 다른 주식을 산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투자를 하는 기간 동안 결국 내 투자금은 주로 떨어지고 있는 주식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된다. 이런 현상을 처분효과(deposition effect)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주식으로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명한 주식투자자들의 투자 원칙은 매우 간단하다. 오르고 있는 주식은 가만 놔두고, 많이 떨어진다 싶으면 파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 투자금의 대부분이 투자를 하는 동안 주로 오르고 있는 주식 위에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 당연한 말이 왜 실천이 어려울까? 그걸 어떻게 하냐고? 투자자들이 몇 가지 습관만 바꾸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주식의 수익은 결국 주가의 ‘기울기’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얼마나 빠르게 오르고 있는가가 핵심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투자금 대비 현재 주식시세를 본다. 따라서 손해가 나면 이 주식이 언젠가는 원금 근처로 오르기를 기다리다가 올라오면 파는 것이다. 이 회사의 주식이 원금으로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회사의 주식으로 옮겨 타서 손해를 만회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현명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동물인 호모 사피엔스는 왜 이 당연한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것일까? 바로 ‘손실 혐오’(Loss aversion)라는 인지 편향 때문이다.

우리 뇌가 작동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원칙은 ‘생존’이다. 우리 뇌는 남들보다 더 풍요롭고 부유하게 살기 위한 전략보다는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을 더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따라서 남들보다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을 택하기보다는 손해를 보지 않는 상황을 훨씬 선호한다. 심지어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안전한 선택을 한다. 즉 천만원 이익 볼 때 즐거움의 크기보다 천만원 손해 볼 때 괴로움의 크기가 더 큰 것이다. 그리고 손해를 회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른바 ‘안정적인 투자전략’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비이성적인 투자행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손실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뇌의 편도체(Amygdala)와 뇌섬(Insula)은 큰 이익을 볼 수도 있으나 손해 위험도 있는 상황과 손해를 적게 보는 상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자를 선택하라고 부추긴다. 후자를 선택해 손해를 보면 분노를 동반한 고통을 느끼게 만든다.

‘에구, 주가가 아무리 오르면 뭐하나요.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요. 돈으로 찾기 전까지는 제 돈이 아니지요.’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그런 생각 때문에, 손해가 나면 찾지 않고 방치하면서 ‘나는 아직 손해를 보지 않았어!’ 하면서 자기기만을 하는 것이다. ‘큰 이익을 못 볼지언정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전략이 겸손한 전략이 아니라, 사실은 위험한 전략일 수 있다.

주식투자자들 중에서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서 빼지 못하고 가만히 들고만 있는 주식’ 하나쯤 안 가진 투자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파는 순간 손해가 실현되는 상황이 두려워 이 주식이 다시 오르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팔기 전까지는 아직 손해 본 것이 아니다’라는 착각이자 자기기만을 마음의 위안 삼으면서.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지금 이 순간 열심히 오르고 있는 회사 주식으로 갈아타지 않고 그 주식을 계속 간직하고 있어야 할 이유를 대는 투자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좋은 주식 좀 소개해줘!” 증권회사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면 종종 물어보는 질문이다. 증권회사 친구는 서너 개의 회사 이름을 댄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그 회사들의 주가를 검색해본다. “에이, 이미 너무 올랐네! 이런 거 말고 다른 건 없어?” 흔히 돌아오는 반응이다.

그런데 오르고 있는 주식을 추천하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주식은 지금 오르고 있을 테니. (현재 주가가 지지부진한 회사를 추천해주면 오히려 미심쩍어한다!) 그런데 너무 올랐다고? 지금 이 주식이 앞으로 더 오를지, 아니면 곧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주식이 ‘너무’ 올랐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지난 몇 개월간 혹은 몇 년간 올랐기 때문에 이제 떨어질 때가 됐다고? 이렇게 이 정도 올랐으니 이제는 떨어질 때가 됐으며, 나는 이를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주식은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 주식시장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디가 주식의 무릎인지, 어디가 어깨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늘 오르고 있는 주식에 자신의 투자금을 걸어라’는 매몰 비용(sunk cost, 이미 장기간 투자했으나 회수할 수 없는 비용)에 연연하는 호모 사피엔스 투자자들에게 지키기 힘든 원칙인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 주식시장의 민낯을 보라

주식시장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투자자들은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인지적인 편향은 투자 방식에 깊이 내재돼 있어 이를 인식하고 줄이는 것만으로도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벌어진 사건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한다. 그리고 그것이 미래 주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예측 실수’이자 ‘자기 과신’이라 불리는 이 인지적 편향은 사람들에게 단타매매 수수료만 늘어나게 할 뿐이다. 단타매매는 단기간에는 수익이 날 수 있으나, 장기간 지속되면 결국 손해가 날 확률이 현저히 높아진다. 석 달 이상의 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남들이 산다고 하면 따라 산다거나(‘동조 효과’라고 부른다), 처음 얻는 정보에 지나치게 민감하다거나(‘닻내림 효과’라고 부른다), 일단 내 손에 들어오면 가치 이상으로 평가한다거나 하는 행위(‘소유 효과’라고 부른다)도 위험하다. 이런 호모 사피엔스 투자자의 인지 편향을 이해하고 나는 이런 편향으로부터 자유롭게 투자할 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현대 재무학과 투자학은 시장만능주의에서 벗어나 호모 사피엔스들로 가득한 주식시장의 민낯을 직면해야 한다. 최근 신경과학의 급격한 발달은 인간의 얼굴을 한 주식시장을 대면할 용기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요동치는 주식시장의 변화를 설명하는 공식 안에는 인간 본성과 대뇌 메커니즘을 대변하는 변수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행동투자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런 공식을 찾는 것이 힘들고 심지어 이룰 수 없는 꿈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풀 수 있는 문제를 풀려 하지 말고, 풀어야 할 문제를 풀려고 애써야 한다.

정재승 교수
정재승 교수
▶ 정재승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박사를 받은 뒤 예일대 정신과 연구원,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조교수 등을 거쳤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크로스>(공저) 등의 책을 냈다. 신경과학적인 관점에서 인간과 사회의 행동을 탐구하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이 연재물은 영혼을 조종하는 뇌의 탐구를 통해 자연과학과 공학·인문학·사회과학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를 모색하려는 시도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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