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적도에 있는 높이 2만1천m의 올림푸스 몬스 화산 정상. 움푹 들어간 분화구에 있는 것이 수증기가 얼어붙은 서리다. 화산의 지름은 600km다. 유럽우주국 제공
화성 적도에 있는 높이 2만1천m의 올림푸스 몬스 화산 정상. 움푹 들어간 분화구에 있는 것이 수증기가 얼어붙은 서리다. 화산의 지름은 600km다. 유럽우주국 제공

화성은 지구의 절반(반지름 기준)에 불과한 작은 행성이지만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화산지대가 있다.

적도 근처에 있는 이 화산지대의 이름은 타르시스 고원이다. 사방 5000km 영역에 걸쳐 12개의 대형 화산이 밀집해 있는 이 고원의 최고봉인 올림푸스 몬스(Olympus Mons)의 정상은 높이가 21km로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의 2배가 훨씬 넘는다. 이 고원 지역이 주변 지형보다 5km 높은 지대에 솟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에베레스트 높이의 약 3배다.

미국 브라운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유럽우주국의 화성 궤도선 엑소마스와 마스 익스프레스의 관측 데이터에서, 화성의 겨울 기간중 35억년 된 올림푸스 몬스 꼭대기의 분화구에 서리가 내린 모습을 포착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아도마스 발란티나스 박사는 “화성의 화산 정상과 적도에서 수증기가 응결된 서리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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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의 화성 궤도선 마스 익스프레스의 카메라로 촬영한 올림푸스 몬스 화산.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우주국의 화성 궤도선 마스 익스프레스의 카메라로 촬영한 올림푸스 몬스 화산. 유럽우주국 제공

올림픽 수영장 60개 채울 양

과학자들은 그동안 화성 적도 지역에서는 서리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화성의 공기 성분에는 물이 거의 없는데다 적도 지역은 햇빛이 강해 온도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화성의 서리나 만년설은 모두 극지대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화성 궤도선이 수년간에 걸쳐 찍은 사진을 분석한 결과, 화성의 적도에서 이른 아침에 내린 서리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화산의 표면 온도가 이산화탄소가 얼기에는 온도가 너무 높다는 점을 들어 이 서리는 수증기가 응결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화성에서 이산화탄소가 얼려면 영하 130도 아래로 떨어져야 하는데, 화산 정상의 측정된 온도는 최저 온도가 영하 120도였다. 연구진은 또 서리가 일년 중 추운 시기에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땅속에서 방출된 것이 아닌 대기 중의 수증기가 얼어붙은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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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몬스 화산은 적도 지역에 있다. 유럽우주국 제공
올림푸스 몬스 화산은 적도 지역에 있다. 유럽우주국 제공

다만 서리가 많지는 않다. 올림푸스 몬스 정상의 서리 두께는 겨우 100분의 1mm(10㎛)다.

연구진은 그러나 타르시스 고원의 다른 3개 화산 정상에서 발견한 서리를 모두 합치면 총량은 최소 15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6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서리는 해가 뜨기 전후 몇시간 동안 생겨났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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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티나스 박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과거 화성 기후가 남긴 흔적일 수 있다”며 “이것은 수백만년 전 작동했던 대기 기후 과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마스 익스프레스가 촬영한 최초의 올림푸스 몬스 정상의 분화구 컬러사진. 273km 상공에서 찍은 고해상도 사진으로 분화구의 깊이는 3km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2004년 마스 익스프레스가 촬영한 최초의 올림푸스 몬스 정상의 분화구 컬러사진. 273km 상공에서 찍은 고해상도 사진으로 분화구의 깊이는 3km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바람 타고 산 정상 올라온 수증기

화성의 기후 조건상 나타나기 힘든 기상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

연구진은 바람을 타고 산 경사면을 따라 올라온 상대적으로 습한 지표면 공기 속의 수증기가 산 정상 부근에서 얼어붙어 서리가 된 것으로 추정했다. 국지적인 대기순환이 만들어낸 현상(미기후)이라는 것이다.

화성의 타르시스 고원에는 올림푸스 몬스 말고도 에베레스트보다 높은 화산이 여럿 있다. 이들 화산 꼭대기에는 과거 마그마 분출로 속이 빈 마그마방으로 인해 생긴 분지(칼데라)가 있다. 연구진은 “우리가 화성의 화산 꼭대기에서 보는 서리는 특히 온도가 더 낮은 칼데라의 그늘진 곳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화산은 2500만년 전 마지막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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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2016년부터 화성을 돌고 있는 엑소마스의 가스추적 장비로 서리를 발견한 다음, 엑소마스의 분광계와 2003년부터 궤도를 돌고 있는 마스 익스프레스의 고해상도 스테레오 카메라를 사용해 재확인했다.

영국 레스터대 존 브리지스 교수(행성과학)는 가디언에 “물은 향후 화성 유인 탐사 때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와 표면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화성의 물 순환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61-024-01457-7

Evidence for transient morning water frost deposits on the Tharsis volcanoes of Mar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