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날 때 화를 달래기 위해 달리는 것은 오히려 화를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화가 날 때 화를 달래기 위해 달리는 것은 오히려 화를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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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치밀어 오를 때 그 마음을 관리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 다른 하나는 마음을 터뜨려 버리는 것이다. 전자의 사례로는 명상이나 요가, 후자의 사례로는 샌드백 치기나 스트레스 해소방법을 들 수 있다.

과연 어떤 방법이 분노를 해소하는 데 유용할까?

미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이 이와 관련한 154개의 연구를 분석해 비교한 결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터뜨리는 것보다 감정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임상심리학 리뷰’(Clinical Psychology Review)에 발표했다. 마음을 터뜨리면 후련한 기분이 들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며 생리적 각성, 즉 흥분 상태를 가라앉혀야 심리적 공격성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브래드 부시먼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화가 날 땐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 좋은 방법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는 전혀 없다”며 “화가 나면 화를 터뜨려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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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각성을 증가시키는 활동은 분노 조절 효과가 없었으며 일부 활동은 오히려 분노심을 더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많은 이들이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접시 등 물건을 부수거나 깨뜨리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 등을 찾는 데 착안해, 분노에 대처하는 올바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시작됐다.

명상처럼 심장 박동수를 줄여주는 활동은 분노를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다. 픽사베이
명상처럼 심장 박동수를 줄여주는 활동은 분노를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다. 픽사베이

분노의 마음을 구성하는 2가지 요소

연구진은 분노를 포함한 모든 감정은 생리적 각성과 정신적 의미(인지적 해석)의 조합이라는 ‘샤흐터-싱어 2요인 감정 이론’에 바탕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감정은 먼저 생리적 각성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떤 자극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즉각적으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킨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땀이 나거나 소름이 돋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생리적 각성을 거친 후엔 2단계로 인지적 해석 과정이 시작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때 우리 뇌는 감정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단서를 찾기 위해 자신이 처한 환경을 검색한다.

따라서 분노를 해소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제거하면 된다. 그동안의 연구들이 인지적 행동 치료를 이용한 인지적 판단 전환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번 연구는 생리적 각성을 이용한 분노 해소법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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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각성 정도, 즉 심혈관 활동을 높이는 활동과 줄이는 활동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전체적으로 후자의 활동이 분노를 억제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발견했다. 각성을 줄여주는 활동은 분노와 적대감, 공격성을 모두 크게 약화시켰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학생과 일반인 등 다양한 집단에서 모두 같은 결과를 보였다.

근육 이완도 명상과 같은 수준의 분노 조절 효과를 낸다. 픽사베이
근육 이완도 명상과 같은 수준의 분노 조절 효과를 낸다. 픽사베이

달리기와 계단오르기는 왜 역효과가 날까

연구진은 각성을 줄여주는 활동으로 심호흡, 명상, 요가, 단전호흡, 점진적 근육 이완(PMR) 훈련, 쉼 등을 꼽았다. 점진적 근육 이완이란 몸의 근육들을 천천히 수축했다 이완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운동을 말한다. 근육 이완은 중추 및 자율 신경계를 이완시켜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연구진은 “흥미로운 것은 근육 이완이 명상과 같은 수준의 효과를 낸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명상보다 각성 상태가 더 높은 요가도 분노를 해소하는 데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반면 각성 수준을 높이는 샌드백 치기, 달리기, 수영, 사이클 등의 활동은 대체로 효과가 없었다. 특히 달리기와 계단 오르기는 분노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이는 이 활동이 단조로운 동작의 반복이어서 지루함과 좌절감을 유발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다만 체육 시간 활동이나 구기 스포츠 경기는 각성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또 공격적 운동(샌드백 치기 등)이 비공격적 운동(사이클 등)보다 분노를 더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각성을 높이는 활동이 분노 해소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노를 터뜨리면 오히려 공격성이 지속된다는 연구진의 이전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분노를 터뜨리거나 달리기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 분노 해소 방법이라는 오해를 바로잡아준다”며 “분노 해소를 위해선 각성을 증가시키는 활동보다 각성을 감소시키는 활동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논문 제1저자인 소피 캬르빅 박사는 “분노 해소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한 발짝 물러나서 1부터 10 또는 100까지 세어 보라”고 권고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j.cpr.2024.102414

A meta-analytic review of anger management activities that increase or decrease arousal: What fuels or douses rage?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