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8호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가 1968년 12월24일 달 상공에서 찍은 지구돋이 사진. 나사 제공
아폴로 8호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가 1968년 12월24일 달 상공에서 찍은 지구돋이 사진. 나사 제공

20세기 인류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우주 사진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지구돋이(earthrise) 사진을 촬영한 미 항공우주국(나사)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가 7일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향년 90.

뉴욕타임스는 그가 이날 혼자 조종하던 소형 비행기가 시애틀 북서쪽 물 속으로 추락했으며, 그의 아들이 그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최초의 유인 달 궤도선 아폴로 8호 우주비행사였던 그는 196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달 궤도를 돌던 중 우연히 저 멀리 달 지평선 위로 푸른 빛의 지구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아폴로 8호가 달을 네번째 돌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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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본 푸른색의 지구는 사람들에게 지구의 아름다움과 함께 지구가 우주의 일원임을 깨닫게 해주고, 지구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 1970년 환경운동가들이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지구의 날’을 제정하는 데 큰 영감을 줬다. 미국의 잡지 라이프는 ‘세상을 바꾼 100대 사진’을 선정하면서 이 사진을 맨 앞에 놓았다.

그는 지구돋이 사진을 찍은 순간에 대해 “우리는 오로지 달을 탐험하러 왔을 뿐인데, 우리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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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8호 승무원들. 왼쪽부터 프랭크 보먼(사령관), 윌리엄 앤더스, 제임스 러벨. 나사 제공
아폴로 8호 승무원들. 왼쪽부터 프랭크 보먼(사령관), 윌리엄 앤더스, 제임스 러벨. 나사 제공

아폴로 8호는 아폴로 11호의 유인 달 착륙을 준비하기 위해 보낸 달 궤도선으로, 인류의 우주탐사 역사에서 다른 천체를 탐사한 최초의 유인 우주선이다.

아폴로 8호는 이것 말고도 최초 타이틀이 여럿 있다. 달 탐사를 위해 개발한 초대형 로켓 새턴5로 발사한 최초의 유인 우주선이자, 지구 전체를 한 눈에 담은 최초의 유인 우주선이다. 아폴로 8호 승무원들은 달 뒷면을 직접 목격한 최초의 인간이자, 지구에서 최대 2만4000km 지점까지 뻗어 있는 밴앨런복사대를 통과한 최초의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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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프랭크 보먼과 조종사 제임스 러벨, 윌리엄 앤더스로 이뤄진 아폴로 8호 우주비행사들은 12월 21일 지구를 출발한 지 사흘만에 달 상공 115km에 도착해 20시간 동안 달을 10바퀴 돌면서 착륙 후보지를 살펴본 뒤 지구로 돌아왔다.

아폴로 8호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나사는 7개월 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성공함으로써, 1970년이 오기 전에 달에 인간이 발을 내딛게 될 것이라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약속을 지켰다.

아폴로 8호 발사 몇시간 후 윌리엄 앤더스가 촬영한 지구. 한 장에 지구 전체를 담은 최초의 사진이다. 나사 제공
아폴로 8호 발사 몇시간 후 윌리엄 앤더스가 촬영한 지구. 한 장에 지구 전체를 담은 최초의 사진이다. 나사 제공

사진만 기억할 뿐 사람은 잊어”

앤더스는 2015년 경영전문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구돋이 사진에 대해 “지구의 아름다움과 취약함을 함께 지적하는 관점”이라며 “환경운동을 시작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중들이 사진만 기억할 뿐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의 모험은 잊어버린 것에 대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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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미 해군 장교의 아들로 태어난 앤더슨은 아버지의 길을 따라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1956년 조종사 면허를 취득하고 그 다음해 나사 3기 우주비행사로 선발됐다. 아폴로 8호 임무를 수행한 다음해 나사에서 은퇴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