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습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코로나 감염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실내 습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코로나 감염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습도는 바이러스의 활동력에 영향을 미친다. 습도가 낮으면 바이러스 입자가 묻은 에어로졸이 더 가벼워져 공기 중에 더 오래 머문다. 이는 바이러스를 더 멀리 퍼뜨리는 요인이다. 따라서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난방 장치를 가동하는 집들이 늘고 있다. 난방은 실내 습도를 떨어뜨린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발생 이후 네번째 겨울과 함께 코로나 7차 유행이 시작됐다.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실내 상대 습도를 40~60%로 유지하면 코로나19 감염률과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왕립학회인터페이스저널’(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에 발표했다. 상대 습도란 주어진 온도에서 공기가 보유할 수 있는 총 수분과 비교한 공기 중 수분의 양을 말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 습도 30~50%에서 쾌적감을 느낀다. 비행기 기내의 상대 습도는 약 20%다.연구진은 2020년 1~8월 121개국의 기상 관측 자료와 코로나19 발생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계절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지역에서 예상 실내 습도가 40% 미만 또는 60% 이상일 때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늘고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걸 발견했다.연구를 주도한 코너 버헤이옌 박사과정 연구원은 “실내 환기도 중요하지만 중간 정도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잠재적인 보호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앞서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은 북위 40~50도 지역의 5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습도가 적정 수준(40~60%) 이하일 경우 습도가 1% 떨어질 때마다 코로나 감염 사례가 7~8%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2020년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한 바 있다.
침방울(녹색)보다 더 작은 에어로졸(빨간색)은 훨씬 더 오랫동안 공중을 떠돌아다니며 코로나19 확산에 기여한다. MIT뉴스 제공
침방울(녹색)보다 더 작은 에어로졸(빨간색)은 훨씬 더 오랫동안 공중을 떠돌아다니며 코로나19 확산에 기여한다. MIT뉴스 제공
현대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낸다. MIT의 이번 연구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좀 더 정교하게 추정한 실내 습도를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순수하게 실내 습도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백신 접종 전인 팬데믹 초기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어 각 나라의 기상 데이터를 이용해 실외 습도를 계산한 뒤, 이를 인간이 쾌적감을 느끼는 온도 범위(18~25도)와 결합시켜 실내 습도를 추정했다. 예컨대 실외 온도가 쾌적 온도보다 늦은 경우에는 이 온도로 도달하기 위한 난방을 가동하는 것으로 가정해 실내 습도를 추정했다. 그 결과 실외 온도가 쾌적 온도보다 높은 경우엔 실외 습도와 실내 습도가 거의 같았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엔 온도가 낮을수록 두 습도의 차이가 커졌다.실외 습도의 경우 일년 내내 약 50%를 유지했지만 실내 습도는 겨울에 40% 아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감염 사례와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시기와 일치했다.열대지역의 경우엔 실외와 실내 습도가 한해 내내 거의 같았다. 다만 여름철엔 실내 습도가 60% 이상으로 높아졌다. 연구진은 이 지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이 시기에 증가한 사실을 발견했다.공동연구자인 리디아 부루이바는 보도자료를 통해 “나라별 코로나19 정책의 강약이나 기상 조건의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외보다는 실내 습도가 코로나19 발생과 강한 연결 고리를 갖고 있다”며 “실내 습도가 구체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40~60%의 실내 습도가 적절한 환기와 함께 코로나19의 또 다른 확산 완화 수단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