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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빠른’ 당나귀…7천년 전부터 인간의 짐 날랐다

등록 :2022-09-13 10:04수정 :2022-09-13 11:51

말 가축화한 시점보다 3천년 이른 시점
단 한 차례 가축화 이후 전 세계에 퍼져
건조기후서 뛰어난 운반 능력 돋보인듯
당나귀는 수천년 전부터 짐을 운반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당나귀는 수천년 전부터 짐을 운반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인류 문명의 초기 발달사에서 말과 당나귀는 각기 중요한 기여를 했지만 주어진 역할은 달랐다. 말이 주로 인간의 빠른 이동을 돕는 가축이었다면 당나귀는 사역이나 물자 운반에 요긴한 가축이었다.

프랑스 툴루즈인류생물및게놈학센터 과학자들은 지난해 고대 DNA 분석을 토대로, 오늘날 전 세계에 분포하는 말들은 4200년 전 러시아 남서부 볼가강과 돈강 일대의 광활한 초원을 달리던 야생마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당시 말의 조상을 밝혀낸 과학자들이 이번에는 당나귀의 기원을 규명한 논문을 또다른 유명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기원전 198~1235년의 이집트 벽화에 등장한 당나귀. 어김없이 물건을 운반하고 있는 모습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기원전 198~1235년의 이집트 벽화에 등장한 당나귀. 어김없이 물건을 운반하고 있는 모습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2천년 만에 전 세계로 퍼져

새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의 당나귀는 지금으로부터 7천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길들여진 당나귀들의 후손들로 밝혀졌다. 인류가 말을 길들이기 3천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동아프리카에서 처음 길들여진 당나귀는 이후 빠른 속도로 유라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연구진은 당나귀의 가축화 과정은 이때 한 번이 전부였으며, 말처럼 더 좋은 품종을 얻기 위한 활발한 근친교배의 역사도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전 세계 각지의 당나귀 207마리와 고대 당나귀 31마리, 오늘날의 야생 당나귀 15마리의 게놈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고대 당나귀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최대 4천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이전 연구에서는 당나귀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두번 가축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에 더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당나귀의 가축화 역사는 7천년 전 아프리카 동부의 케냐와 소말리아반도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야생 아프리카 당나귀를 길들이기 시작한 게 전부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5천년 전까지 2천년 동안 당나귀 가축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연구진은 그러나 당나귀를 처음 길들인 지역을 더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는 못했다.

가축 당나귀의 기원을 규명한 논문을 표지 사진으로 선정한 ‘사이언스’ 9월9일치.
가축 당나귀의 기원을 규명한 논문을 표지 사진으로 선정한 ‘사이언스’ 9월9일치.

초기에 길들여진 당나귀들은 교역을 통해 이집트와 수단으로 넘어갔다. 이후 기원전 2500년 무렵부턴 유라시아로 퍼져나갔고, 기원전 2000~1000년 사이엔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 유전적 분화가 일어났다. 현대 서유럽 당나귀들의 유전적 특징은 기원전 500년께 완성됐다. 또 세계 각지에서 당나귀 잡종교배가 많이 시도되면서 각 지역 당나귀 간의 유전적 차이가 커졌다. 그러나 동아프리카의 가축 당나귀가 육로(시나이반도)나 해로(홍해) 중 어떤 경로를 통해 아프리카 밖으로 확산됐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진이 분석한 초기 당나귀 게놈 중 9개는 프랑스 북동지역의 고유적지 한 곳에서 나왔다. 이곳은 서기 200~500년 무렵 로마 장원의 당나귀사육센터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이곳 게놈에서는 품종 개량을 위한 근친교배의 흔적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로마인들이 제국의 군사력과 경제력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새를 생산하기 위해 당나귀를 이곳에서 집중 사육하며 혈통을 개선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전자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유럽 당나귀의 잡종인 로마 당나귀는 키가 155cm로, 보통의 당나귀보다 평균 25cm 정도 몸집이 컸다.

과학자들은 당나귀가 전 세계에 퍼진 것은 사막과 산악 지형에서도 무거운 짐을 거뜬히 나르는 능력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사람을 태우고 수단 사막을 가고 있는 당나귀. EMMANUELLE VILA
과학자들은 당나귀가 전 세계에 퍼진 것은 사막과 산악 지형에서도 무거운 짐을 거뜬히 나르는 능력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사람을 태우고 수단 사막을 가고 있는 당나귀. EMMANUELLE VILA

기후변화가 당나귀 가축화 촉발

고대인들이 말보다 훨씬 먼저 당나귀를 가축으로 길들인 이유는 뭘까?

과학자들은 당시 사바나 기후대였던 지금의 사하라사막지대가 갈수록 건조한 기후를 보이고 있었던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점점 메말라가는 초원지대를 건너 물품을 옮기는 일을 맡길 동물이 필요했고, 당나귀가 그 적임자로 선택됐다는 것이다. 덩치에 비해 힘이 세고 적은 수분에도 잘 견디는 강한 지구력이 당시 사람들의 눈에 박힌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하라사막의 연간 강우량은 약 6천년 전 25cm에서 4300년 전엔 15cm로 줄었고, 이어 2700년 전 현재의 강우량 수준(연 5cm)에 도달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루도빅 올란도(Ludovic Orlando) 폴사바티에대 교수는 “당나귀는 사막을 건너고 물건을 운반하는 데 최고의 동물”이라며 “건조지역이 확장되면서 당나귀의 도움을 받을 필요성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사이언스뉴스’에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전 세계 당나귀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당나귀가 사막기후에 적응하게 된 유전적 기제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대 사회의 발전에 긴요하게 쓰였던 당나귀는 현대 산업 사회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해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당나귀들은 주로 저개발국 빈민들의 사역 또는 운송용 가축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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