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곰팡이에 감염된 파리. Credit: Roberto García-Roa/BMC E&E
‘좀비’ 곰팡이에 감염된 파리. Credit: Roberto García-Roa/BMC E&E

‘좀비’ 곰팡이에 감염된 파리, 마가목의 빨간 열매를 문 매혹적인 황여새, 플라스틱으로 가득찬 바닷새의 위장….

국제학술지 <비엠시 생태와 진화>(BMC Ecology and Evolution))가 18일(현지시각)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개최한 ‘2022 생태와 진화 사진 대회’ 수상작을 공개했다.

비엠시는 과학자들이 연구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들 가운데 자연세계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포착한 작품들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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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엠시는 플로스(PLoS)와 함께 오픈 액세스 저널의 양대산맥이다. 비엠시는 과학저널 <네이처>를 발간하는 출판사 스프링거 네이처가 운영하는 오픈 액세스 저널로 52개의 시리즈를 포함한 300여개의 무료 저널을 발간하고 있다. 오픈 액세스 저널이란 유료로 구독해야 하는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 대부분의 과학저널과 학술지와 달리 논문심사와 편집업무 등에 드는 비용은 논문 저자와 연구지원 기관이 부담하고 이용자들은 무료로 볼 수 있는 ‘카피레프트’ 저널이다.

올해 비엠시 사진 대회 심사는 ‘자연세계의 관계’(Relationships in Nature), ‘위협받는 생물다양성’(Biodiversity under Threat), ‘생명 근접촬영’(Life Close Up), ‘연구 현장’(Research in Action)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모든 부문을 통틀어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스페인 발렌시아대의 로베르토 가르시아-로아가 촬영한 ‘파리에서 뻗어나오는 기생 균류의 자실체’ 사진이다. 자실체는 균류의 포자형성체를 말한다. 버섯은 일종의 커다란 자실체이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모습은 페루 국립탐보타파보호구역에서 포착됐다. 가르시아-로아는 “이미지는 수천년의 진화 과정에 형성된 정복을 묘사한다. ‘좀비’ 균류의 포자는 파리의 외피에 침투했을 뿐더러 파리의 마음까지 조정해 균류 성장에 더 유리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파리 몸에서 분출된 자실체는 버려져 또다른 희생자를 감염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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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세계의 관계’ 부문 1위 수상은 마가목의 빨간 열매를 매혹적으로 물고 있는 황여새 사진에 돌아갔다. 핀란드 동핀란드대의 앨윈 하덴볼이 촬영한 이 사진은 황여새와 마가목 두 종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준다. 황여새는 하루에 수백개의 마가목 열매를 먹는다. 개중에는 발효돼 알코올이 생성된 열매도 있다. 이러한 마가목 열매는 황여새가 더 많은 알코올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간이 더 커지는 방향으로 황여새를 진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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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생물다양성’ 부문 1위는 가뭄이 닥친 남아프리카공화국 마푼구베국립공원에서 아프리카 코끼리가 커다란 바오밥나무 그늘에서 햇볕을 피하는 광경을 촬영한 미국 워싱턴대의 사만다 크렐링의 사진이 차지했다. 크렐링은 “바오밥나무는 2천년 이상 살 수 있다. 물이 부족하면 줄기에 물을 저장한다. 가뭄에 물을 찾아 헤매던 코끼리가 바오밥나무 껍질을 벗겨낸다. 보통 빨리 치유되지만 기후변화로 온도가 상승해 바오밥나무가 견딜 수 있는 이상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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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근접촬영’ 부문 1위에는 코스타리카 오사반도에서 알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청개구리 배아들을 촬영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대의 브랜던 알드레 귀엘이 올랐다. 앙드레 귀엘은 “이미지는 엄청난 폭우 속에 수천마리의 청개구리가 낳은 알 가운데 하나로, 방해가 없다면 6일 뒤 부화하겠지만 포식자나 홍수같은 위험을 피하려 일찍 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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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현장’ 부문 1위 수상작으로는 미국 코넬대의 제퍼슨 리베이로 아마랄이 폭풍우가 닥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복을 입고 현장 연구를 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립대 연구원들의 활동을 촬영한 사진이 뽑혔다. 연구원들은 고립된 나무들이 개구리를 번성시키고 연못 안 영양분 순환을 개선함으로써 인간 활동의 영향을 경감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하고 있었다.

아마랄은 “코로나19 대유행과 폭우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계를 이해하려는 연구원들의 의지와 헌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부문별 2위로 선정된 사진들
개구리의 짝짓기 소리로 저녁식사 거리를 찾아낸 박쥐. ‘자연세계의 관계’ 부문 2위 수상작. Credit: Alexander T. Baugh/BMC E&amp;E
개구리의 짝짓기 소리로 저녁식사 거리를 찾아낸 박쥐. ‘자연세계의 관계’ 부문 2위 수상작. Credit: Alexander T. Baugh/BMC E&E
알 덩어리에 기어오르는 수컷 개구리. ‘위협받는 생물다양성’ 부문 2위 수상작. Credit: Lindsey Swierk/BMC E&amp;E
알 덩어리에 기어오르는 수컷 개구리. ‘위협받는 생물다양성’ 부문 2위 수상작. Credit: Lindsey Swierk/BMC E&E

기후변화로 봄이 일찍 찾아오면서 암컷 개구리의 산란이 빨라졌다. 너무 이른 산란에 수컷 개구리와 알덩어리는 얼음 밑에 갇히고 만다. 개구리는 살아남았지만 많은 알들은 그러지 못했다.

작은 아놀도마뱀이 물속에서 공기방울을 이용해 숨을 쉬고 있다. ‘생명 근접촬영’ 부문 2위 수상작. Credit: Lindsey Swierk/BMC E&amp;E
작은 아놀도마뱀이 물속에서 공기방울을 이용해 숨을 쉬고 있다. ‘생명 근접촬영’ 부문 2위 수상작. Credit: Lindsey Swierk/BMC E&E
부화한 수천마리의 청개구리 속 연구원. ‘연구현장’ 부문 2위 수상작. Credit: Brandon André Güell/BMC E&amp;E
부화한 수천마리의 청개구리 속 연구원. ‘연구현장’ 부문 2위 수상작. Credit: Brandon André Güell/BMC E&E
가작으로 선정된 사진들

보르네오 열대우림의 생물발광 곰팡이. Credit: Julian Schrader/BMC E&amp;E
보르네오 열대우림의 생물발광 곰팡이. Credit: Julian Schrader/BMC 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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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닷새의 위장. Credit: Marine Cusa/BMC E&amp;E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닷새의 위장. Credit: Marine Cusa/BMC E&E

멸종위기종인 버뮤다슴새의 알 모니터링. Credit: Letizia Campioni/BMC E&amp;E
멸종위기종인 버뮤다슴새의 알 모니터링. Credit: Letizia Campioni/BMC E&E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