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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과학

똑같이 코로나 걸렸는데 왜 누군 아프고 누군 안 아플까

등록 :2022-03-28 10:04수정 :2022-04-01 08:56

나이·성별·기저질환·면역체계 등 요인에
유례없는 바이러스 변이·감염자 수 겹쳐
주요 증상만 20여개…후유증 200여가지
코로나19가 세계적인 규모로 2년 이상 유행이 지속되면서 전에 없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코로나19가 세계적인 규모로 2년 이상 유행이 지속되면서 전에 없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을 선언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코로나19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창궐하고 있다. 지금도 하루에 100만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 누적 확진자는 5억명에 근접해가고, 누적 사망자는 600만명을 넘어섰다. 사람들이 겪는 증상도 이전의 전염병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코로나19 감염의 시작은 바이러스를 품은 비말이 공기 중을 떠돌다 입, 코, 눈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 호흡기 세포에 달라붙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세포막에 있는 ACE2(안지오텐신전환효소)라고 하는 수용체 단백질과 융합해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세포 침투에 성공한 바이러스는 세포 안에서 급속히 증식하며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보건 당국이 밝힌 주요 증상만 꼽아봐도 발열, 두통, 기침, 인후통을 비롯해 20가지가 넘는다.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도 어떤 이들은 아예 증상 없거나 가벼운 감기 정도로 지나가는 반면 어떤 이들은 중환자실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인다. 또 어떤 이들은 회복이 된 뒤에도 수개월 동안 후유증에 시달린다.

수십년 동안 세계 감염병의 출몰을 지켜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이처럼 증상이 다양한 감염 질환은 본 적이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도 사람마다 증상이 천차만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근본적으로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감염된 탓이 크다. 사람마다 면역력, 건강 등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다르다보니 바이러스와 세포의 공방 과정에서 서로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감염된 바이러스의 양과 특성, 감염 부위에 따라서도 증상이 달라질 수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입원 및 사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입원 및 사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중증을 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나이

전문가들은 증상의 경중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이를 꼽는다.

나이는 사람의 면역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나이가 들면 세포가 노화하듯 면역 체계도 노화한다. 주철현 울산의대 교수(미생물학)는 “면역체계는 아이가 크면서 다양한 병원체의 자극을 받으며 대략 청소년기에 완성된다”며 “이후 면역은 병원체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다가 60세부터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보건당국이 60세 이상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3월9일 기준)에 따르면 18~29세를 기준으로 볼 때 50세 이상은 입원 위험이 2배, 사망 위험이 25배 높다. 위험도는 나이를 먹을수록 높아져 75세 이상은 입원 위험이 8배, 사망 위험이 140배에 이른다. 한국의 경우(3월27일 기준)도 누적 치명률이 30대 이하는 ‘0%’에 가까운 반면 70세 이상은 0.71%, 80세 이상은 2.74%나 된다.

중증이나 사망 위험은 직접적으로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대응해 일으키는 반응성 염증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이런 염증이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사이토카인폭풍이 일어나면 생명마저 위태롭다.

면역세포인 티세포를 생산하는 흉선(가슴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작아진다. 중년에 이를 때까지 연간 3%씩 작아지며 여성보다 남성의 감소 속도가 빠르다(‘임상 및 실험면역학’ 2001년 9월). 40세 무렵이 되면 흉선의 70%에 지방이 쌓여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어린이들은 바이러스가 세포침투 도구로 쓰는 ACE2 수용체 발현율이 매우 낮다.
어린이들은 바이러스가 세포침투 도구로 쓰는 ACE2 수용체 발현율이 매우 낮다.

어린이는 왜 증상이 약할까

반면 어린이는 증상이 심한 경우가 많지 않다. 이유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유전을 통해 물려받은 선천면역체계가 신속하게 반응하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어린이에겐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로 접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미미한 병원체 침투에도 면역체계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럴 경우 바이러스가 몸속 깊숙한 곳에 도달하기 전에 초전박살될 가능성이 더 크다.

코로나19 감염에 필요한 세포의 수용체 단백질(ACE2) 유전자가 어린이한테서는 적게 발현된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미국의학협회지 2020년5월). 이 단백질의 본래 기능은 혈압과 체액 균형을 조절하고 염증성 손상으로부터 장기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ACE2에는 세포막에 있는 세포형과 온몸을 돌아다니는 순환형 두 종류가 있다. 어린이에겐 세포형보다 순환형이 더 많다. 일부 전문가는 어린이에게 많은 순환형 ACE2가 온몸을 돌아다니며 염증을 막아주는 것으로 추정한다.

또 성인에 비해 혈관 내피 및 응고 시스템이 건강한 점, 호흡기 세포의 섬모 운동이 더 활발한 점도 어린이의 감염 증상이 약한 이유를 설명하는 가설들이다. 면역체계가 미성숙해 과잉 면역반응인 사이토카인폭풍 발생 가능성이 훨씬 적은 것도 어린이 증상이 약한 한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이 세포막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이 감염의 시작이다. UC버클리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이 세포막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이 감염의 시작이다. UC버클리

노인과 기저질환자가 공유하는 혈액 단백질

기저 질환 여부도 증상의 경중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기저질환자들은 질병에 대한 몸의 저항력이 약해져 있다. 치료 약물이 기존 면역체계를 더 약화시키기도 한다. 미국 질병통예방센터에 따르면 중증 또는 치명적인 증상과 투병하는 코로나19 환자들은 당뇨병, 고혈압, 비만, 심혈관 질환, 천식, 신장 질환 또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 암 등의 기저 질환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 바젤대병원의 연구 결과(‘랜싯’ 2020년 3월) 코로나19 사망자에서 가장 두드러진 기저질환은 뇌혈관 질환과 당뇨병이었다. 중증 환자에선 고혈압, 당뇨,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이 가장 많았고 입원 환자의 경우엔 고혈압과 당뇨병이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특히 기저질환자들이 에이시이(ACE) 억제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데 주목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ACE2에 결합하는데, 이 약물을 쓸 경우 ACE는 억제되지만 ACE2 발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인과 기저질환자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위험 요인이 있을까?

미국 브라운대 잭 일라이어스 교수 연구팀은 두 그룹의 중증·사망 위험이 더 큰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공통 기제를 찾아내 발표했다(‘JCI 인사이트’ 2021년 11월). 연구진은 노인과 기저질환자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키틴분해효소와 당단백질의 일종인 ‘CHI3L1’ 의 혈액 내 수치가 증가하면서 염증을 키우고 ACE2 수용체도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남성은 여성보다 치명률이 훨씬 높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남성은 여성보다 치명률이 훨씬 높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여성 사망률 낮은 이유는 X염색체 때문?

남성과 여성에 따른 차이도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다.

감염 비율로만 보면 남성과 여성은 비슷하지만 사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 과학자들은 그 요인의 하나로 여성이 2개의 X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세포 핵에 있는 23쌍(46개)의 염색체 중 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는 남녀가 구성이 다르다. 여성의 성염색체는 X염색체 2개, 남성의 성염색체는 X와 Y염색체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X염색체는 Y염색체보다 훨씬 더 크다. X 염색체엔 단백질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1150개, Y염색체엔 유전자가 60~70개다. 옥스퍼드대 필립 굴더 교수는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단백질 유전자는 X염색체에 있으며 따라서 여성한테서 면역 반응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어난다”고 말한다. X염색체에 관여하는 질병일 경우 여성은 또 하나의 X염색체가 있기 때문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예일대 의대 이와사키 아키코 교수는 여성 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각각 면역 반응을 촉진하고 염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면역 체계나 폐 기능을 약화시키는 음주나 흡연 비율이 남성에서 더 높은 점도 남녀의 중증 위험을 차별화하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담배 연기는 바이러스가 세포 침투 도구로 쓰는 ACE2 수용체 단백질의 발현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에 있는 수용체결합영역(RBD)은 혈액형 A형 보유자의 세포에 더 잘 결합했다. Blood Adv. 2021 Mar 9; 5(5): 1305–1309.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에 있는 수용체결합영역(RBD)은 혈액형 A형 보유자의 세포에 더 잘 결합했다. Blood Adv. 2021 Mar 9; 5(5): 1305–1309.

혈액형과 증상 간에 인과관계가 있을까

개인의 건강, 영양 상태와 면역 체계의 영향력도 크다.

겉으로는 매우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선천면역체계는 바이러스 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여기엔 두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개인적 배경이다. 부모한테서 물려받은 면역체계가 개인별로 다르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집단적 배경이다. 예컨대 면역 원리상 과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노출된 경험이 적었던 인구집단은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인종간 사망률 차이를 보여주는 통계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기엔 주거나 소득 등 다양한 생활 요인들이 중첩돼 있다.

혈액형과의 상관관계도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 중 하나다. A형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하고 O형의 위험성이 가장 낮다는 중국 임상 연구(‘메드아카이브’ 2020년 3월)와 유럽 게놈 연구(‘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2020년 6월)가 잇따라 나온 데 이어,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A형 혈액형 보유자의 세포에 더 잘 결합한다는 연구(‘첨단혈액’ 2021년 3월)를 발표했다. 최근엔 영국 연구진이 이를 뒷받침하는 코로나19 위증증 유발 단백질 연구(‘플로스 유전학’ 2022년 3월)를 발표했다.

감염이나 백신을 통해 형성되는 적응면역도 개인의 영양 상태와 건강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건강한 사람은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더 강한 면역 체계를 갖고 있다.

대기질이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다. 대기질이 나쁘면 기도의 방어력이 약해지는 탓이다. 코로나 발생 초기 이탈리아에서는 대기오염이 심한 북부지역의 사망률이 다른 곳의 3배에 이르기도 했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착색 사진. 녹색이 세포 침투 도구인 돌기단백질이다. 미국 NIAID
전자현미경으로 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착색 사진. 녹색이 세포 침투 도구인 돌기단백질이다. 미국 NIAID

증상의 발현 순서가 달라졌다

감염된 바이러스 양과 변이 종류에 따라 증상도 달라진다.

감염된 바이러스 양이 많을수록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아주 건강한 사람이 코로나19를 심하게 앓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쉽게 변이가 이뤄지는 단일 가닥 RNA 바이러스다. 세계보건기구가 우려 변이로 지정한 것만 해도 벌써 알파에서 오미크론까지 5개에 이른다. 지금까지의 변이 양상은 전파력은 강해지고 치명률은 낮아지는 쪽으로 진행해 왔다.

오미크론의 경우 상부 호흡기관에서 주로 증식하면서 증식 속도도 빨라져 전파력이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폐에서의 증식력은 이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상대적으로 증상이 약해졌다. 물론 증상이 약해진 데는 그 사이에 백신 접종률이 크게 높아진 것도 큰몫을 차지한다.

코로나19 우려변이 5가지의 돌기단백질 변이 위치. 미국미생물학회(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코로나19 우려변이 5가지의 돌기단백질 변이 위치. 미국미생물학회(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코로나19 확진자들한테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은 발열, 두통, 기침, 인후통 네가지다. 이는 변이를 거치면서도 거의 변함이 없다. 그러나 증상의 발현 순서는 달라졌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 전형적인 증상은 발열로 시작해 기침과 근육통을 거쳐 메스꺼움이나 구토, 설사 순으로 진행되는 것이었다. 반면 현재의 우세종인 오미크론에서는 인후통에서 시작해 기침과 코막힘, 발열 순서로 진행된다. 보통 처음엔 목이 따끔따끔하게 아프다 하루 정도 지나서 기침이 시작된다.

델타 변이에서 극성을 부렸던 미각과 후각 상실 증상은 오미크론에서는 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콧물, 인후통, 재채기 등 전통적인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많아졌다.

코로나19의 주요 증상.
코로나19의 주요 증상.

장기 후유증을 부르는 4가지 요인

최근 코로나19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롱 코비드’(long covid)라고 불리는 후유증이다. 코로나 치료가 끝났음에도 일부 증상이 장기간 계속되는 걸 말한다. 일반적으로 후유증이 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롱 코비드’로 간주한다.

세계보건기구의 자넷 디아즈 박사에 따르면 가장 흔한 후유증은 호흡 곤란, 인지 기능 장애, 피로감 세가지이지만 실제로 보고된 증상은 200가지가 넘는다.

후유증이 장기간 지속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미국 과학자들이 실마리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코로나 확진자 200여명을 2~3개월 동안 추적한 결과, 증상의 장기화를 부르는 4가지 주요 요인을 확인했다.

지난 1월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첫째는 감염 초기의 혈액 내 바이러스 수치다. 감염 초기의 바이러스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길게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는 오랜 기간 휴면상태에 있던 엡스타인-바(Epstein-Barr virus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한 경우, 셋째는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경우였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어린 시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볍게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넷째는 특정한 자가항체가 있을 경우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보통은 체내 물질에 대한 항체를 만들지 않지만 특수한 경우에는 자기 몸을 공격하는 항체를 만들어 질환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4가지 요인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요인은 자가항체로, 장기간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3분의 2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증상도 다양한 만큼, 각 증상에 관여하는 요인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들은 소수의 사례를 토대로 하거나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가설인 경우가 많다. 다양한 코로나 증상을 일으키는 복잡한 메카니즘을 이해하려면 더 많은 추가 연구와 검증 절차가 이어져야 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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