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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미래

오늘, 인류의 ‘가장 먼 우주여행’ 첫날…허블망원경보다 높이 난다

등록 :2021-09-16 09:23수정 :2021-09-17 02:35

첫 저궤도 민간 우주관광 출발
‘인스피레이션4’ 4인, 고도 575km 향해 이륙
음속 22배로 3일간 지구 수십바퀴 돈뒤 귀환
고도 575km 상공의 우주선 투명돔에서 지구와 우주를 조망하는 모습(상상도). 인스피레이션4 제공
고도 575km 상공의 우주선 투명돔에서 지구와 우주를 조망하는 모습(상상도). 인스피레이션4 제공

순수 민간인 4명으로 구성된 우주여행팀 ‘인스피레이션4’(영감이란 뜻)이 16일(한국시각) 사상 처음으로 지구 저궤도 우주관광길에 올랐다.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는 15일 오후 8시2분(미 동부시각 기준, 한국시각 16일 오전 9시2분)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공군기지 내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민간인 4명을 태운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을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이번 여행은 우주비행사가 동승한 이전의 국제우주정거장 관광이나, 지난 7월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의 우주경계선(고도 80~100km) 찍고 돌아오기식의 준궤도 관광과 다르다. 수백km의 우주공간에서 사흘동안 지구를 돌다 돌아온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한 민간 우주관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허블우주망원경 설치·수리 프로젝트 이후 인류의 가장 먼 우주여행이기도 하다. 

인스피레이션4 우주여행팀을 싣고 날아오르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 웹방송 갈무리
인스피레이션4 우주여행팀을 싣고 날아오르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 웹방송 갈무리

인스피레이션4 팀원들은 출발 2시간30분전 우주선 탑승을 완료했다. 왼쪽부터 크리스 셈브로스키, 시안 프록터, 재러드 아이잭먼(사령관), 헤일리 아르세노. 인스피레이션4
인스피레이션4 팀원들은 출발 2시간30분전 우주선 탑승을 완료했다. 왼쪽부터 크리스 셈브로스키, 시안 프록터, 재러드 아이잭먼(사령관), 헤일리 아르세노. 인스피레이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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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2명씩 구성…5개월간 집중 훈련

이번 우주여행은 미국의 IT기업인 재러드 아이잭먼(38)이 소아암전문병원인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 기금 모금 캠페인의 일환으로 조직했다. 아이잭먼은 모험을 즐기는 사업가로, 2004년 첫 비행 훈련을 받은 뒤 2009년 개인 제트기로 최단시간 세계일주비행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고교 중퇴 후 사업을 시작해 이미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 있는 그는 이번 우주관광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그는 우주비행 비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병원 기부금 목표인 2억달러에는 못 미친다고 밝혔다. 통상 스페이스엑스의 재사용 우주선 탑승 비용은 5천만달러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그와 동행한 여행팀원은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의 직원 대표로 뽑힌 헤일리 아르세노(29), 병원 기부자 대표로 뽑힌 우주캠프 카운셀러 출신의 록히드마틴 직원 크리스 셈브로스키(41), 아이잭먼이 경영하는 온라인 결제플랫폼 시프트포페이먼츠의 고객 대표로 뽑힌 과학커뮤니케이터 시안 프록터(51)이다. 남성과 여성 각 2명에 백인 기업가(아이잭먼), 소수인종 출신(프록터), 소아암 후유증으로 다리에 보철물을 넣은 최초의 우주여행객(아르세노) 등 팀원 구성에서 다양성에 신경을 썼다.

인스피레이션4 팀원들은 3월말 탑승객으로 선정된 이후 5개월간 개인 일정을 거의 중단한 채 체계적인 우주비행 훈련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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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민간 유인우주선 개조해 재사용

이들을 태운 우주선은 지난해 11월 국제우주거장을 방문했다 올해 5월 초 돌아온 최초의 민간 유인우주선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호를 개조한 것이다. 우주선의 높이는 8.1미터, 지름은 4미터다. 스페이스엑스는 이 우주선의 국제우주정거장 도킹 부분을 빼고 그 자리에 조망용 투명돔을 설치했다. 우주관광객들은 이 투명돔을 통해 탁 트인 360도 전망을 체험할 수 있다. 우주선 꼭대기 노즈콘 안쪽에 있는 이 투명돔은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있는 동안만 열린다. 단, 공간이 넓지 않아 한 번에 한 명만 이용할 수 있다.

투명돔 디자인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들이 관측 장소로 이용하는 쿠폴라 창과 비슷하다. 개조하기 전의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에도 창문이 있기는 하지만, 투명돔은 승객들에게 훨씬 더 큰 몰입감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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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허블망원경보다 높이 날아

인스피레이션4팀을 태운 우주선의 목적지는 국제우주정거장(420km), 허블우주망원경(540km)보다 높은 고도 575km 우주공간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첫 식사로 피자를 먹을 예정이다. 이곳에서 3일 동안 음속의 22배가 넘는 시속 2만8천km의 속도로 지구를 돌며 우주를 체험한다. 지구 둘레를 한 번 공전하는 데 10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속도다.

아이잭먼은 우주정거장보다 높은 궤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우리는 얼마 동안 우주정거장(420km)에 가서 엄청난 과학과 연구를 했지만, 다시 달에 갈 예정이라면 안전지대에서 조금 벗어나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우주체류 중 우주비행이 인체에 끼칠 영향에 대한 연구 작업에도 참여해 심전도, 수면, 심박수, 혈중산소포화도 등의 생물학적 데이터를 측정하고 혈액 검사, 균형 및 지각 검사, 초음파 장치를 이용한 장기 검사를 직접 수행한다.

우주선은 3일간의 우주여행을 마친 뒤 19일 지구로 돌아온다. 대기권에 진입한 뒤 낙하산을 펴고 플로리다주 인근 대서양 해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확한 착수 지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유인우주선을 싣고 발사 대기중인 팰컨9 로켓. 인스피레이션4 제공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유인우주선을 싣고 발사 대기중인 팰컨9 로켓. 인스피레이션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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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 과정은 인간 개입 없이 자동 진행

우주여행의 전 과정은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물론 스페이스엑스의 지상 관제소에서 전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효율적인 여행팀 운영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팀원 각자에게도 역할이 주어져 있다. 전체를 총괄하는 사령관은 아이잭먼이 맡았다. 우주비행사에 도전한 바 있는 프록터는 여행팀 2인자로 조종사 역할을 맡아 시스템 모니터링과 명령 실행을 담당한다. 셈브로스키는 화물 적재와 수리를, 아르세노는 의료와 과학 실험을 맡았다.

우주비행 분석가 조너선 맥도웰 분석에 따르면 인스피레이션4 이전까지 고도 80km 이상의 우주비행은 총 1331회 이뤄졌다. 이 가운데 유인 우주비행은 347회이며 우주비행자 수는 587명에 이른다. 인스피레이션4가 추가되면 우주비행자 수는 591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넷플릭스는 인스피레이션4의 우주여행 과정 전체를 담은 5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있다. 현재 4부작까지 나왔으며, 30일엔 최종회로 3일간의 우주체류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내보낼 예정이다.

인스피레이션4 팀원들이 환호를 받으며 우주선에 탑승하러 가고 있다. 인스피레이션4 제공
인스피레이션4 팀원들이 환호를 받으며 우주선에 탑승하러 가고 있다. 인스피레이션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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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올해 안 두차례 우주정거장 여행 추진

이번 우주여행에 이어 10월과 12월에는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이용한 민간인 우주정거장 방문이 예정돼 있다. 10월5일엔 러시아연방우주국이 배우와 감독 2명을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 영화를 촬영한다. 이어 12월8일엔 일본 억만장자 기업인 마에자와 유사쿠가 동료 1명과 함께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왕복 12일짜리 국제우주정거장 관광에 나선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번 여행 말고도 2022년 1월 우주관광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와 8일간 국제우주정거장에 체류하는 액스-원(AX-1) 우주관광을, 과거 국제우주정거장 관광사업 경험이 있는 스페이스 어드벤처스와 5일간의 저궤도 우주관광을 추진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액스-원에 참가할 관광객은 3명의 남성 기업가이며 이 회사 부사장인 마이클 로페즈-알레그리아가 사령관으로 탑승한다.

이어 2023년엔 일본 기업인 마에자와를 승객으로 달 궤도 여행을 추진한다. 디어문(Dear Moon)이라는 이름의 이 우주여행은 달에 가는 데 3일, 달의 뒷면을 거쳐 돌아오는 데 3일 걸리는 여정이다. 마에자와는 이 여행에 함께할 예술가들을 모집중이다. 그러나 이 여행은 현재 개발중인 스타십 우주선과 슈퍼헤비 발사체 개발이 완성돼야 가능한 일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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