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12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대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차량으로 청와대를 빠져나와 7시39분께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 도착한 뒤 마중 나온 친박근혜계 의원 등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저에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검찰 수사 등 사법 절차에서도 일부 극우보수층의 지지에 기대어 적극적으로 법적 투쟁에 나설 계획임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자신의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여전히 헌재의 탄핵 인용에 불복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충격적이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도 장진영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진실은 밝혀진다 운운하며 끝내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한다는 태도를 취한 것은 깊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자유한국당의 서청원·최경환·윤상현·조원진·김진태·박대출·이우현 의원과 이원종·이병기·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관용 경북지사 등이 미리 자리해 박 전 대통령을 맞았다. 1000여명의 지지자들도 태극기를 들고 박 전 대통령을 환영했으며, 박 전 대통령은 시종 밝게 웃는 얼굴로 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전 11시21분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직을 잃었으나, 삼성동 자택 수리를 이유로 청와대에서 이틀 밤을 더 머물렀다. 그는 12일 저녁 7시15분께 차량을 타고 청와대를 출발해 삼성동 자택으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애초 월요일인 13일 오전에 자택에 입주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청와대 무단점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이동 날짜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