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연기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론’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박 대통령이 예정대로 미국을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메르스 사태 때문에 대통령이 방미를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대단히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비행기 안에 있거나 미국에 있더라도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는 데 아무런 장애나 지장이 없다”면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방미 일정을 취소하면 국익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의 방미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당초 계획대로 방문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과잉대응으로 국민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불필요한 불안과 공포심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군현 사무총장도 “야권 일각에서 방미 연기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이분법적이고 국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발언을 하고 있다. 정치권이 국익을 우선하고 정파를 떠나서 대통령의 판단을 믿고 힘을 실어주는 게 일차적인 순서”라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오랜 준비 끝에 확정된 것이고, 거기서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나 메시지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예정대로 가는 게 옳다는 주장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그 뜻을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런 태도는 청와대가 오전 11시30께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를 발표하자 180도 달라졌다.(▶ [속보] 박 대통령, 방미 연기…“메르스 챙기겠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발표 뒤 “국민을 우선한 결단”이라는 구두 논평을 내놨다. 김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는 메르스 사태가 국민들에게 끼친 사회·경제·심리적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대통령이 중대한 결심을 한 만큼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비판보다는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는 데 온 국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를 요구해온 새정치민주연합은 청와대의 발표를 환영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성공회대성당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행사장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 소식을 들은 뒤 기자들에게 “국민 안전에 대한 걱정과 메르스 상황에 비춰보면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유은혜 새누리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대통령의 방문 연기 결정이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 대응에 신뢰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