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기사 보고 이준석씨 비대위원인 것 알아… 그대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사람은 아니잖아”
수정 2011-12-30 16:02
등록 2011-12-30 16:02
이준석(26)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 ‘나는 꼼수다’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게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태를 함께 검증해보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총수가 당시 주고 받은 문자의 전후 사정을 공개했다.
김 총수는 29일 <한겨레> ‘하니TV’의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녹화 현장에서 “‘젊은이 정치라는 건 어려운 거라네’라며 이준석 위원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기사가 났던데 어떻게 된거냐”는 출연진들의 질문에 당시 상황을 풀어 놓았다. “아침에 문자가 왔어. ‘이준석입니다. 디도스 함께 조사해 주십사’ 이런 문자가 왔어. 그런데 난 이준석이 누군지 몰랐어. 뭐지? 요즘 이런 문자가 많이 오거든요. 일반적인 팬들이 (보내는 문자).”
출연자인 <한겨레> 김보협 정치부 기자가 “조중동이 (이준석 위원에 대해) 크게 썼었다”고 지적하자 김 총수는 “나는 끝까지 팬인 줄 알았다”며 전화기를 꺼내 자신이 그에게 보냈다는 답문메시지를 읽었다. “사법기관에 일반의 요구를 전달하는 것으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 정치를 지극히 나이브하게 보는 거다. 이 사건은 이미 정치적 이벤트가 됐다. 시나리오가 다 써졌다는 소리니까. 로그파일도 이미 신뢰할 수 없다. (사건 수사의) 배역으로 소비되는 것은 그만하고 뉘신지 모르겠는데 이 건으로 그만 연락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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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스 검찰 조사 국민검증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위원은 앞서 “아침에 김 총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디도스 관련해 (나꼼수에서) 제기한 의혹이 일견 타당하니 같이 검증해보자’고 했지만 ‘젊은이, 정치라는 건 어려운 거라네’ ‘이게 (검증)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총수는 이어 “그런데 문자가 또왔어. 특검에 자기가 강하게 요구하면 된데. 그래서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미친 줄 알고 답을 친절하게 했어”라며 자신이 다시 보냈다는 답문을 또 읽었다. “어떤 일을 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정치는 복마전이 일상사로 벌어지는 곳이니 본인 자신을 잘 보호하시길 바란다. 오히려 그 일을 하시다 본인이 어려움에 부딪히면 연락하시라. 이제 그만 연락하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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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한나라당 비대위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기사가 난 것을 보고 뒤늦게 이준석씨가 비대위원임을 알았다는 김 총수는 “그래서 문자를 다시 보냈다”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이 위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읽었다. “어 그 비대위원이었군 자기 소개부터 하셨어야지. 그대가 이름만 대면 누구나 마땅히 알아야 할 사람은 아니잖아. 어쨌든 사감없는 인간 대 인간으로 존대는 여기까지니 더 이상 들이지 마라. 요즘 정치이벤트 상대해줄 기분이 아니다.”
알려진대로 이 위원의 디도스 공격 검증 제안을 김 총수가 결국 거절한 것이지만 이준석 위원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가 오고간 해프닝이 ‘사실상 거절’로 알려졌다는 것이 김 총수의 주장인 셈이다.
아래는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영경씨가 이준석 비대위원에 보내는 편지. 스물 여섯 이준석님에게, 서른 하나 김영경이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청년유니온이라는 청년세대들의 노동조합 위원장을 하고 있는 서른 한 살 김영경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레 편지를 띄우게 되어 조금 민망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당신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 이렇게 편지를 띄웁니다. 처음 과학고에 하버드 출신이라는 이력을 언론과 호사가들이 강조할 때 저는 당신이 교육봉사를 해왔다는 것을 더 먼저 보았습니다. 저 역시 가난한 동네에서 파트타임 학원강사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갈 때 이 사회의 교육불평등에 의해 아이들의 미래가 어두워 보일 때 마다 깊은 절망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스펙보다 교육봉사를 해왔던 당신의 진정성을 더 믿고 싶었습니다. 스물여섯이라는 젊음이 동세대 청년들의 아픔과 고통을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큰 스펙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만 어제오늘 준석님이 철거민들의 투쟁을 두고 상처가 될 만한 이야기를 퍼부었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신께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물 여섯이라는 아름다운 나이에 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힘들었던 기억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새벽녘 언젠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팔고 있었거나, 욕을 해대는 아저씨들에게 먹먹한 가슴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하고 있었을 겁니다. 아니면 부끄러운 마음에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역 출구에서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스물 여섯에 가지고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에서 82% 청년들이 가지고 있다는 빛바랜 대학 졸업장과 학자금 대출 빚 1천만원 뿐이었습니다. 그 1천만원 빚은 어린이날 놀이동산에서 곰돌이 인형을 쓰고, 빛도 들지 않는 지하 대형마트에서 보안요원을 하며 갚았습니다. 스물 여섯의 특목고 출신, 하버드 수학, 청년 밴쳐 CEO, 교육 자선을 하면서 거대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으로 들어간 이준석씨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인가요? 당신을 비판하려고 쓰는 편지가 아닙니다. 고소득층만 들어간다는 특목고를 나온 것도, 최저임금 4,320원으로 5,000시간(하루 10시간씩 500일) 이상을 일해야 일년 등록금을 낼 수 있다는 하버드에서 공부를 한 것도 당신의 탓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거대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이라면, 그리고 청년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려 한다면 당신이 비난했던 그 철거민들의 날카로운 외침이 곧 동세대 청년들이 이 사회가 가하는 고통 속에 내뱉는 아픔의 신음소리와 다르지 않은 것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2011년 우리 또래 청년들 대부분은 그 철거민들과 같습니다. 취직하지 못하는 청년이 1/4입니다. 취업하는 대부분의 청년들도 불안정한 비정규직, 인턴입니다. 몸을 버려가며 밤새 위험한 일을해도 가까스로 백만원 남짓의 월급을 받을 뿐입니다. 서울의 원룸 월세는 50만원이 넘습니다. 학자금 대출상환은 매달 30만원씩 나갑니다.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신이 나이만 젊은 청년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청년을 대변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신이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고, 청년임대주택을 이야기하고, 돈이 없어서 수입산 찐쌀로 만든 1,500원짜리 김밥을 먹는 청년들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청년 노동의 열악한 현실을 바꿀 마음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름다운 스물여섯을 살아가고 있는 당신께 30분 배달제가 폐지된 피자집과, 알바생에게 주휴수당을 챙겨주는 커피전문점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배달원과 그 알바생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김영경(청년유니온 위원장) 올림 추신 : 아름다운 한 분이 또 소천 하셨습니다. 그 분이 오랜 고통을 이겨가며 대변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날선 외침과 신음을 내뱉고 있는 약자들을 위한 민주주의였음을 준석씨와 제가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