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과 사회운동 진영에서 부쩍 자주 쓰이는 용어가 ‘강남 좌파’다. 소득수준은 높으면서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진보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조국 서울대 교수는 “나를 강남 좌파로 불러도 좋다.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지려면 강남 좌파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논쟁적 사안을 책으로 꾸준히 살펴온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이 ‘강남 좌파’를 도마 위에 올렸다. 강 교수는 최근 펴낸 책 <강남 좌파>(인물과사상사)에서 강남 좌파는 결국 또다른 엘리트주의일 뿐이며 극복해야 할 일종의 허위의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조국 교수를 언급하며, 그가 갖는 강남 좌파 이미지만으로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혐오의 벽을 뚫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강남 좌파란 강남과 비슷한 일정 수준의 생활양식을 보이고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통칭한다”며 “기존 학벌주의의 혜택을 누리고 그걸 바꿀 뜻이 없으면서 외치는 좌파의 비전, 그것이 바로 강남 좌파의 한계다”라고 주장했다.

광고

 그는 현재 한국의 모든 정치인들이 실은 강남 좌파로 분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 엘리트가 되기 위해선 학벌은 물론 생활수준까지 강남 수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우파 정치인이어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포퓰리즘적인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기회주의적 좌파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강남 좌파라는 말에서 방점이 찍히는 부분은 ‘좌파’가 아니라 ‘강남’이어야 하며, 이런 이유로 강남 좌파의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엘리트 문제로 비판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국 교수는 2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강남엔 모두 우파만 있고 좌파는 모두 지방과 강북에만 있어야 하느냐”며 “중요한 것은 지역을 떠나 모든 좌파의 연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아냥 섞인 강남 좌파보다는 문화 좌파라는 말이 더 맞다”며 “지식인과 중산층 이상이더라도 하층을 지향하는 문화 좌파는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해왔으며 그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부자인 조지 클루니에게 입닥치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공화당의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30년 전 미국에 등장한 ‘여피 좌파’가 한국에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강남 좌파란 말은 좌파의 보조역량이어야 할 고소득 전문직들이 자칫 좌파의 주력인 것처럼 비칠 수도 있어 민주화를 주도한 노동자나 중간계급에겐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